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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인터뷰] '썸바디' 김나연 "정지우 감독 신뢰의 눈빛, 큰 힘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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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나연. 사진=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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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감독의 첫 시리즈물인 넷플릭스 '썸바디'가 반짝반짝 빛나는 신예들을 여럿 발굴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배우 김나연도 정지우 감독이 발견한 원석 중 하나다.

지난 18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썸바디'는 소셜 커넥팅 앱 썸바디를 매개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개발자 강해림(섬)과 그녀 주변의 친구들이 의문의 인물 김영광(윤오)과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해피 엔드' '사랑니' '은교' '4등' '침묵' '유열의 음악앨범' 등 과감하면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를 만들어온 정지우 감독의 첫 시리즈다.

김나연은 극 중 나은을 연기했다. 나은은 김영광과 얽히며 비극적 최후를 맞는 인물이다. 소셜 커넥팅 앱 썸바디를 통해 타인을 만나려는 현대인의 외로움과 사회적 가면 안에 본래 모습을 숨겨둔 현대인의 모습을 담아낸 복합적 캐릭터다.

연극 무대를 누비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나연은 '썸바디'의 나은을 표현하며 그간 쌓아온 내공을 쏟아부었다. 찰나의 순간도 오랜 시간으로 만드는 열연으로 '썸바디'의 강렬하고도 묘한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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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작품은 어떻게 봤나요.

"정지우 감독님이 연기 호흡을 길게 가져간 것 같다. 완성된 작품을 다 보고 나니, '감독님과 더 작업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루할 수 있는 긴 호흡인데, 그걸 채우는 게 연기의 재미라고 생각하고, 감독님은 그리고 그 연기를 가장 잘 담아내 주신다고 생각한다. 저는 재미있게 잘 봤다."

-'썸바디' 합류 과정이 궁금하다.

"처음 오디션 제안이 들어왔다. 그렇게 오디션을 보고 잊고 있었다. 공연과 웹드라마 촬영으로 바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던중 갑자기 연락이 오셨다. '두 작품을 병행하느라 도저히 시간이 안 난다'고 말씀드렸더니, 촬영장으로 오셨다. 감독님 그리고 제작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감독님과 제작진에게 정말 감사했다.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엔, 그 말밖엔 생각나지 않는다."

-감독님이 어떤 점을 보고 캐스팅한 것 같나.

"나은의 어둡고 침착한 면? 촬영장에서 나은 역할에 관해 '미친 X 캐릭터'라는 이야기들을 하더라. 갑자기 180도 변하는 그런 이미지가 있다. 제가 그런 이미지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웃음) 정지우 감독님이 워낙 평소에도 좋아하는 감독님이라 캐스팅 관련 미팅을 하면서 떨렸다. 사실 저와 나은 캐릭터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하신 건지 기억도 잘 안 난다. 하하하."

-정지우 감독은 어떤 연출자인가.

"엄청난 신뢰를 주신다. 믿고 지켜봐 주신다. 제 의견을 적극 다 수용하시는 분이다. 많이 물어봐 주신다. 역할이 작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안 써주실 수도 있는데, 현장에서 감독님 옆에 앉아서 대화하고 모니터링했다. '감독님. 정말 좋으시구나'라고 생각했다."

-촬영하며 긴장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그간 화면에 크게 잡히는 경우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시술 같은 것도 알아보고 그랬다.(웃음) '뭘 하면 잘 나올 수 있을지' 고민했다. 감독님과 대본 이야기를 하면서, 긴장되거나 이런 것들은 많이 사라졌다. 워낙 믿음을 주셨다. 첫 촬영 갔을 때도 처음에 조금 긴장했는데, 신뢰의 눈빛으로 힘을 실어주시더라."

-오나은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나.

"자기 꿈은 컸는데, 현실에 주저앉은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삐뚤어진 거라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술 취한 연기를 하는데, 술 취해서 미친 사람처럼 해달라고 하시더라. 즉흥적으로, 대본과는 다른 해석이었다. 그래도 제일 정상적인 장면들이 본편에 들어갔더라. 하하. 거의 애드리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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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광과의 호흡은 어땠나.

"첫 촬영 때 엄청 긴장했는데, (김영광) 선배님이 챙겨주셨다. 커피도 가져다 주시고, 많이 신경 써주셨다. 연극을 공통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다. 드라마 '아홉수 소년'에 함께 출연한 적 있는데, 거기선 마주친 적은 없다. (김영광이 연기하는 윤오 캐릭터는) 나와는 다르게 자기 꿈을 밟아가는 남자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편집된 장면이 있다. 김영광 선배가 '너는 내 작품이 어땠어?'라고 했을 때, '네 길을 가는 모습이 부럽고 멋있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부럽기도 하고 자격지심이 느껴지기도 한 거다. 그런 감정을 가지고 연기했다."

-나은의 비극적 결말을 연기하며 어렵지 않았나.

"편집되긴 했는데, 시체 장면을 찍은 게 있었다. 그때 자세가 기괴했다. 그 부분에서 조금 어려웠다. 눈도 뜨고 있었다."

-주로 연극을 하다 오랜만에 매체 연기를 하며 배운 점도 있을 것 같다.

"배운 점이라고 하면, 공연으로 관객을 만나다가 촬영장에 가면 제작진이 있잖나. 그들은 관객이라기보다 작품의 성공을 기원하는 이들이다. 그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최선을 다하니 공동체가 되어가더라."

-TV나 영화 등 매체 연기가 욕심나지 않나.

"괴리가 있긴 하다. 연극에서는 주인공을 하다가, 매체에 가면 신인이니까. 대사가 있었으면 좋겠다.(웃음) 대본을 분석할 수 있고, 공부와 고민을 할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싶다."

-이정은, 김신록 등 연극을 오래 하다가 뒤늦게 매체 연기를 하는 여러 배우가 있는데.

"지금 힘들게 연기를 해도, '언제든, 어떤 역할로든 내가 쓰일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는 늘상 하고 있다. 매체 쪽으로 가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저를 포함해서 그런 분들이 설 수 있는 기회가 조금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썸바디' 공개 후 달라진 점이 있나.

"인스타그램 외국인 팔로워가 조금 늘었다. '나를 어떻게 찾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반응도 궁금하다.

"아버지는 '썸바디' 정주행만 30번 넘게 하신 것 같다. 제가 못 본 디테일까지 말씀해주셨다. 어머니와 막내 동생은 아직은 못 보겠다고 하더라. 내가 죽는다고 하니 못 보겠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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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감독의 작품이 워낙 수위가 놀은데, 걱정되지는 않았나.

"'혹시' 하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근데 '아니'라고 이야기해 주시더라. 이전에 노출 있는 역할을 6차까지 오디션을 보고 고민하던 때도 있었는데, 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

-배우로서의 꿈은 뭔가.

"저는 연기 활동으로 가족들 맛있는 것도 사주고 살고 싶다.(웃음)"

-연극을 계속하는 이유는.

"연극은 어떤 사람에 관해서 고민하는 시간이 길다. 조금 더 깊이 있게 할 수 있다. 매회, 연기가 조금씩 달라지며 찾아 나가는 게 있다. 연극은 매회 다르다. 그러면서 발전한다. 연극을 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슬럼프를 겪기도 할 텐데.

"겪을 때가 많다. 그래도 어느 순간에 '연극도 나를 살게 해줄 수 있구나'란 생각이 든다. 이전엔 작품이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지금은 꾸준히 할 수 있어서 그것이 희망이다."

-그럼에도 연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전에 어떤 신부님에게 '왜 신부님을 하게 됐냐'고 물었던 적 있다. '그럼 왜 배우를 하게 됐냐'는 질문이 돌아왔는데, 답을 하기 힘들더라. 큰 뜻이 있었던 건 아니다. 로빈 윌리엄스가 좋아서 (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됐던 것이고,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연기하는 방식이 궁금하다.

"저는 준비를 해야 날 것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준비를 100% 해야 그 사이에서 날것이 나오고 생생함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썸바디'에 임할 때는 어떤 준비를 했나.

"엄청나게 분석을 해서 대본을 들고 감독님을 매일 찾아갔다. 현장에서 (대사나 지문이) 바뀌면, 그만큼 준비를 해갔기 때문에 바뀐 걸 이해하고 바로 적응해나갔다."

-'썸바디'는 배우 김나연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썸바디'는 나에게 또 다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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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서 또 다른 소망이 있다면.

"노희경 작가님의 팬이다. 노 작가님과 꼭 함께 해보고 싶다. 이병헌 선배님과 꼭 같이 연기해보고 싶다. 보는 이의 일상에 있는 사람 중 하나가 되고 싶다. 반짝반짝하는 연예인이 아니라, 그 작품 안에서 살 것 같은, 내 옆에 있을 것 같은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가족들 사랑하고, 친구들에게 고맙다.(웃음) 좋은 작품이 많으니까, 연극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박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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