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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945개 레미콘공장 올스톱 위기 … 철강은 벌써 8천억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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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매일경제

강원도 홍천에 소재한 한 중소기업의 레미콘 공장이 화물연대 운송 거부 사태로 가동을 중단했다. 29일 공장은 오가는 사람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 제공=강원도레미콘공업협동조합】


29일 강원도 홍천의 한 레미콘 공장.

예년 같으면 본격적인 동절기에 접어들기 전 건설현장에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분주하게 돌아가는 게 정상이지만, 지금 이 공장엔 정적만이 가득했다.

굳게 닫힌 공장 정문 앞에는 레미콘 믹서트럭 10여 대가 시동이 꺼진 채 주차돼 있었다. 20년 넘게 이 레미콘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대표는 "가동을 멈춘 지 벌써 닷새째가 되면서 직원들이 출근해도 할 일이 없다 보니 강제로 휴무하도록 했다"며 "하루빨리 조업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평생 일군 사업을 접어야 할지도 몰라 걱정이 크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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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이 엿새째 이어지면서 지방에 거점을 둔 영세 레미콘 업체들도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레미콘 공장들은 '사일로(원통형 창고)'에 통상 2~3일치 시멘트를 저장해두고 레미콘을 생산하는데 업무일 기준으로 파업이 나흘째 지속되자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지난 25일부터 가동이 중단된 수도권뿐 아니라 비축 물량이 있던 지방에서도 순차적으로 레미콘 공급이 끊기면서 전국 건설현장의 '셧다운' 사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29일 강원도레미콘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으로 현재 강원도 지역 132개 레미콘 공장 중 35개가 가동을 멈췄다. 나머지 레미콘 공장도 시멘트 보유량이 거의 소진돼 30일쯤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홍천에서는 이미 25일 레미콘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춘천·고성·양양은 지난 28일 보유한 시멘트를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레미콘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부채 비율이 높고 현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곳들은 당장 하루하루 버티는 게 어렵다"고 전했다.

비축 물량으로 버텨왔던 지방과 달리 수도권 지역 레미콘 업체들은 이미 시멘트 공급이 완전히 끊기면서 현재 공장 가동이 완전히 중단됐다. 유진기업은 전국 24개 공장 가운데 수도권 17개 공장의 가동이 28일부터 전면 중단됐다. 그나마 일부 물량을 출하 중인 지역 7개 공장도 출하량 기준으로는 가동률이 5%를 밑돌고 있다. 삼표는 25일까지 전국 17개 공장을 정상 가동했지만 28일부터 이틀째 모든 생산 공정이 멈춰서 있다. 아주도 25일 오후부터 서울, 경기, 인천 등 지역 7개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총파업이 지속되면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레미콘조합은 지난달 일평균 공급량 70만㎥를 기준으로 하루에 617억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로 시멘트 공급이 차단됐고 전국 945개 레미콘 공장의 생산이 중단될 위기"라며 "레미콘 공장 생산 중단으로 종사자 2만3100여 명과 운반업자 2만1000여 사업자들도 일손을 놓고 있다"고 호소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레미콘 공급 중단으로 전국 아파트 공사현장도 타격을 입고 있다. 사실상 모든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된 가운데 아예 공사를 중단한 곳도 있고, 일부는 미리 확보해둔 물량으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서울의 대규모 재건축 사업인 강동구 둔촌주공과 강남구 개포주공 등이 대표적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미리 레미콘을 확보해뒀다고 해도 열흘 분량밖에 안 된다"면서 "사태가 장기화되면 공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건설사들이 최근 역대 최악의 원가 부담으로 인한 경영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건설경기 침체도 지속되고 있어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건설사들은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한 이후 6일간 국내 철강업계 출하 차질 규모는 60만t, 피해액은 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출하 차질 물량에 철강 제품 품목별 가중치를 반영한 t당 평균 가격인 130만원을 곱해 산출한 수치다. 화물연대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업무개시명령 발동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피해액은 지난 6월 8일간의 화물연대 파업 당시 철강업계 손실 규모인 1조1500억원을 조만간 넘어설 전망이다.

[양연호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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