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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시위 예상지마다 무장경찰 배치… 밤엔 경관 조명 모두 꺼 [中 ‘백지시위’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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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원천봉쇄에 추가 시위 무산

외국공관 밀집지역에도 경찰차 투입

상하이선 도로 양편 대형 장벽 설치도

美·유엔 “평화적 시위 권리 보장해야”

英 수낵 총리, BBC기자 구타사건 비판

전세계 주요 도시로 연대시위 이어져

톈안먼 주역 “33년만에 독재종식 요구”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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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봉쇄정책에 대한 항의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정치적 저항으로 발전하는 양상을 보이자 수도 베이징을 비롯해 상하이(上海) 등 주요 도시에 대규모 공안, 무장경찰부대(무경·武警) 투입을 통한 조기 진압을 시도하고 있다.

29일 외신 등에 따르면 28일 심야 베이징 도심 곳곳에는 공안과 무경이 배치돼 시위발생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다. 시위진압, 국경경비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무경은 사실상 군사조직이다. 27일 정부에 항의하는 백지시위가 발생했던 외국공관 밀집지역 량마차오루(亮馬橋路) 일대에도 경찰차 20여대가 배치돼 주변 행인을 감시했으며 시위대 집결을 막기 위해 조명을 모두 소등했다.

또 28일 오후 6시 베이징 시내 쓰퉁차오(四通橋)로 모여 우루무치 화재 사과, 오프라인 수업 재개, 강제 유전자증폭(PCR) 검사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자는 글이 올라왔지만 경찰의 삼엄한 경비로 무산됐다. 상하이에서도 공안 당국이 후속 시위를 막기 위해 우루무치중루 거리를 중심으로 도로 양편에 대형 장벽을 설치하고 고강도 단속을 벌여 시위는 소강상태다. 상하이 주요 도로에서 청년 등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에 트위터나 유튜브를 비롯해 인터넷 우회 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VPN)이 설치됐는지 검사했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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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상하이 한 거리에서 공안들이 한 시위자를 체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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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평화시위 보장을”

국제사회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이례적인 중국의 시위 사태를 주목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중국 내 시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백악관은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정책이나 법, 명령에 대해 평화적으로 모여서 시위할 수 있는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커비 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내 시위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중국 내에서 진행되는 일에 대해서 보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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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제러미 로런스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중국 당국이 국제인권법과 기준에 따라 시위에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누구도 자신의 의견을 평화적으로 표현했다는 이유로 구금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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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중국 베이징 칭화대에서 학생들이 백지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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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28일 도이체벨레와 인터뷰에서 “(독일보다) 훨씬 엄격하고 오늘날까지 지속한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조처가 중국인들에게 얼마나 무거운 짐일지 짐작만 할 수 있다”며 “중국 당국이 사상과 집회의 자유를 존중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부 장관도 “중국 정부는 국민이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이 옳다”고 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날 취임 후 첫 주요 외교정책 연설에서 영국 BBC방송 기자가 백지시위 취재 중 공안에게 붙잡혀 수시간 구타당한 사건을 거론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이 우리의 가치와 이익에 체계적인 도전을 제기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중국이 더 강력한 권위주의로 나아가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국민의 항의에 귀 기울이는 대신 BBC 기자를 폭행하는 등 단속 강화를 택했다”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는 시위 사실 자체를 공식적으로는 부정하고 있다. 외교부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내 시위 확산 상황에 대한 질의에 “당신이 거론한 관련 상황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대답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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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연대시위… 북한 주민도 관심

중국에서 시작된 백지시위는 전 세계 주요 도시로 확산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7일과 28일 대만 자유광장, 영국 런던 중국대사관 앞, 미국 예일대, 캐나다 토론토 중국영사관 앞, 일본 신주쿠(新宿)역 등에서 중국계 현지인을 포함한 시민이 모여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 등을 들고 연대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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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난징에서 벌어진 시위 현장.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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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톈안먼 시위 주역 가운데 한 명인 저우펑쒀(周鋒鎖)는 WP와 인터뷰에서 “중국공산당과 시진핑 독재의 종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중국에서 이렇게 광범위하게 울려 퍼진 적은 지난 33년간 한 번도 없었다”며 “이번 시위는 점점 권위주의화하는 중국 통치방식에 대한 응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 공산주의 체제는 인민들의 자유와 정치적 권리의 공간을 앗아갔고, 제로코로나 정책은 인민들이 살아가는 곳을 감옥처럼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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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역에서 '제로 코로나' 반대시위가 일어나는 가운데 지난 27일 쓰촨성 성도 청두에서 벌어진 시위에서는 시민들이 연설 및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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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백지시위 확산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러일으켜 글로벌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미국 S&P 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27일 각각 1.5%, 1.6% 하락했다. 이는 미국의 11·8 중간선거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베이징·워싱턴=이귀전·박영준 특파원, 유태영·나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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