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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성형 천국’ 휘젓는 마블리의 깨알 개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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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순 감독 영화 ‘압꾸정’

마동석의 웃음포인트 재활용


한겨레

영화 <압꾸정> 스틸컷.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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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마동석은 거대 근육에 어울리지 않는 “아트박스 사장”(영화 <베테랑>)이라거나 핑크색 앞치마를 두르고 상냥하게 화장품을 골라주는(광고 ‘에뛰드하우스’) 반전 이미지로 ‘마블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30일 개봉하는 <압꾸정>은 이런 ‘마블리’ 이미지를 성형외과 천국인 서울 압구정동에 겹쳐놓으면서 웃기는 마동석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다.

압구정 토박이지만 돈도 가족도 없이 사업가 행세를 하고 다니며 ‘오지랖’만 넓은 대국(마동석). 실속 없이 압구정 로데오 거리를 휘젓고 다니던 그는 우연히 친구 동생 지우(정경호)를 만난다. 지우는 실력 있는 성형외과 의사지만 지나친 사업 욕심과 주변 사람들의 ‘작업’에 휘말려 의사면허까지 중지되면서 사채 빚을 갚기 위해 ‘유령 수술’을 하는 ‘섀도 닥터’다. 대국은 기술이 있는 지우와 조폭 출신 큰손 태천(최병모), 바를 운영하며 ‘마담뚜’로도 일하는 수완가 미정(오나라)과 손잡고 압구정 최대 규모의 성형외과를 세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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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압꾸정> 스틸컷.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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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하듯이 <압꾸정>은 마동석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영화다. 대국은 랜드마크를 ‘랜드로버’로 말하고 구구단 계산도 못하는 등 무식하지만 공짜 수술을 해주면서 ‘비포’(수술 전)와 ‘애프터’(수술 후) 사진을 공개하거나 뷰티 채널에서 ‘메이크오버’(화장 등으로 이미지 변신을 하는 것)를 해주는 등 지금은 대세가 된 마케팅 아이디어를 내면서 병원 매출을 수직 상승시킨다. 무식한 대국, 기발한 대국, 마당발 대국, 무모한 대국이 곳곳에서 웃음을 견인한다.

하지만 마동석의 개인기에선 전작들에서 봤던 웃음 포인트들을 재활용한 듯한 기시감이 들고 가벼운 말장난으로 두시간을 끌고 가기에는 버겁게 느껴진다. 마동석 1인에게만 의지하다 보니 역량 있는 배우인 정경호와 오나라의 캐릭터는 별다른 임팩트 없이 소비되는 데 머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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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압꾸정> 스틸컷.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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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의 수완과 미정의 영업력, 지우의 과로로 병원에 현금이 쌓이기 시작하자 각자의 머릿속에서는 다른 계산기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깨알 같은 웃음으로 이어가던 영화는 ‘돈 놓고 돈 먹기’인 압구정 성형외과 복마전으로 넘어가면서 대국과 지우를 위기로 몰아넣는다. 고위층의 프로포폴 투약, 제약회사와 병원 간 어두운 거래, 회원제로 비밀스럽게 운영되는 특권층 전용 병원 등 기사나 소문을 통해 간간이 흘러나온 강남 성형외과 관련 이야기들이 녹아 있어 제법 흥미로울 수 있지만 소재를 매끄럽게 녹여 넣는 공력은 부족해 보인다.

영화를 연출한 임진순 감독은 28일 언론시사회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마동석 배우가 가지고 있는 위트나 유머 코드를 극대화하려고 노력했다”며 “코미디적인 상황도 있지만 캐릭터 중심의 영화다. 연기자들에게 많이 의존했다”고 말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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