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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퇴장' 돌발행동 사과한 '벤버지' 리더십, 이래서 선수들이 믿고 의지한다[도하 SS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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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29일 카타르 도하 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 11. 29.도하(카타르)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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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도하(카타르)=정다워기자] 선수들이 믿고 의지하는 이유가 있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29일 카타르 도하의 알 에글라 훈련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하루 앞서 열린 가나와의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경기 종료 후 심판에게 항의하다 퇴장당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시 벤투 감독은 경기 마지막 장면에서 얻은 코너킥을 주심이 진행시키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하자 격하게 항의했고, 결국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 장면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복수의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진 큰 사건이었다.

경기 종료 후 하루가 지났고, 벤투 감독은 차분하게 이성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그는 “프리미어리그 주심이 경기를 관장했는데 존중이 부족했다. 명확하지 않은 장면이 있었다”라며 심판 판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우리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어제 제 반응이 좋지 않았다. 나도 사람이라 이런 모습을 보이게 된다. 좋지 않은 이슈가 된 것 같아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벤투 감독이 선수들에게 사과한 이유는 있다. 바로 다음달 2일 열리는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벤치에 앉지 못하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한다. 큰 틀에서 코칭스태프가 계획한 대로 경기를 운영하겠지만 돌발 상황에서는 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벤투 감독은 “내가 벤치에 착석하지 못하는 게 좋은 상황은 아니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라며 다시 한 번 책임감을 통감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래도 우리 팀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다. 최적의 결과를 낼 것이라 믿는다. 아직 준비할 시간이 있다.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경기하겠다. 이 경기를 통해 좋은 팀이 무엇인지, 좋은 조직이 무엇인지 보여드릴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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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벤투 감독이 29일 카타르 도하 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2022. 11. 29.도하(카타르)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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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서 보기에 벤투 감독은 딱딱하고 고집이 세 보이는 캐릭터다. 실제로 공식석상에서 잘 웃지도 않고 무뚝뚝한 태도로 일관한다. 유머감각 있는지 없는지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자신의 축구를 향한 철학이나 뚝심도 고집으로 보일 때가 있다. 당연히 친근하거나 사람 좋은 이미지는 아니다.

그럼에도 지난 4년간 벤투호가 흔들림 없이 항해를 이어온 배경엔 벤투 감독의 확실한 리더십이 있다. 대표팀 선수들은 하나 같이 벤투 감독을 믿고 따른다. 외부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든 입 모아 “벤투 감독을 의심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내부에서 감독의 리더십을 불신하거나 분열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 진정한 ‘원팀’의 면모를 갖춘 팀이 바로 지금의 벤투호다.

괜한 신뢰는 아니다. 4년간 기복 없이 대표팀 핵심으로 활약해온 미드필더 이재성은 자신의 칼럼에서 “감독님은 늘 선수들에게 ‘믿는다’라는 말을 해주신다. 그래서 선수도 보답하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이재성의 말처럼 벤투 감독은 늘 선수를 우선순위로 대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자존심을 내려놓고 공개석상에서 사과한 것도 선수들을 위해서다. 자칫 감독의 부재로 인해 불안할 수 있는 선수들의 마음을 다잡고, 팀을 하나로 묶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결과야 어찌됐든 벤투호는 이례적으로 4년간 하나의 팀이 되어 월드컵을 마칠 것이다.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지만 감독을 향한 선수들의 믿음, 그리고 선수들을 대하는 감독의 리더십은 분명 한국 축구 역사에서 기억할 만한 대목이다. 실제로 최근 온라인 상에서는 벤투 감독을 ‘벤버지’라 부르며 그의 리더십을 칭찬하고 있다. 단순히 경기 내용이 좋아서가 아니라 우리가 대표팀 사령탑에 기대했던 견고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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