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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野, 노란봉투법 단독 상정… 예산·법안을 입맛대로 ‘정부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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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해임건의안도 발의...與 “거대 야당의 대선 불복”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에서 여당과 재계가 ‘불법 파업 조장법’이라고 반대하는 ‘노란봉투법’을 단독으로 상정했다. 이날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계획도 확정했다. 내년도 예산안도 야당 단독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회 과반을 차지한 야당이 입법, 인사, 예산 폭주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의 폭거, 대선 불복”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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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노란봉투법 단독 상정 ‘거수 표결’ - 더불어민주당 전용기(왼쪽부터), 이수진, 윤건영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노란봉투법’ 상정에 찬성하는 거수 표결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항의하며 퇴장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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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날 오전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소위를 열고 노란봉투법을 포함한 노동조합법 개정안 등 10건을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반대하며 퇴장했지만, 민주당 의원 4명과 정의당 이은주 의원 등 야당 단독으로 법안이 상정됐다. 이어 이날 오후 4시 민주당은 이상민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소속 의원 169명 전원 명의로 당론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해임건의안 발의 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보이콧하겠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 장관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해임 건의를 거부하거나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12월 9일까지 열리는 정기국회 안에 탄핵소추안을 반드시 가결시키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해임건의안 진행 과정을 보면서 국정조사를 보이콧할지 결정하겠다”며 “민주당의 자제를 거듭 촉구한다”고 했다. 야당이 전날 국회 과방위에서 단독으로 처리한 ‘공영방송 지배구조법’에 대해서는 “(야당이 본회의 처리를 강행하면) 정부에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조사 대상으로 명시된 장관을 해임하면 국정조사를 할 의사가 있는 건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노란봉투법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불법 파업을 조장할 수 있다는 재계와 여당의 우려에도 거대 야당이 힘으로 반(反)기업 입법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을 저지른 노조와 조합원에 대해 기업이 손해배상 청구나 가압류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하청 근로자가 원청과 직접 대화할 수 있도록 교섭 대상을 확대하자는 게 골자다. 최근 이재명 대표는 노란봉투법을 ‘합법 파업 보장법’으로 이름을 바꿔 부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이 법치주의 원칙을 훼손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 법안은 우리 헌법상 사유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고 법치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세계적으로도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없는 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법이 ‘불법 파업 조장법’ ‘민주노총 방탄법’ ‘노사 혼란 조성법’ ‘피해자 양산법’이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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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실적으로 야당이 다수인 환노위에서 국민의힘이 법안 통과를 막을 방법은 없다. 환노위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이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면 일단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화물노조 파업 등 상황과 맞물려 민주당이 민노총 압박에 끌려다니고 있다”며 “민주당이 정작 여당 시절에는 노조법 처리를 방치하더니 (민주노총의 파업 국면에서) 정쟁으로 다시 이를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전날 국회 과방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공영방송 지배구조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적극 요청하겠다”고 했다. 이 법은 KBS, MBC 등 공영방송 사장을 쉽게 바꾸지 못하게 하는 내용인데, 국민의힘은 ‘민노총 언론노조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 의도’로 보고 있다. 앞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등 야당이 강행 처리한 쟁점 법안의 폐해가 현실화하고 있는 만큼 유사한 사례의 재발을 막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폭주는 인사와 예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태원 국정조사 합의를 한 지 닷새 만에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을 낸 것도 대선 불복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외교 참사’ 책임을 묻겠다며 박진 외교장관 해임건의안도 단독으로 처리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국정조사 대상에 행안부 장관이 포함되는데 해임을 건의하는 것은 자기 모순”이라며 “(이재명)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 국회를 여야 격동의 장으로 만들려는 정략적 의도”라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며 “시작도 전에 파면하라고 요구하면 국정조사를 할 이유가 없다 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 내에서는 국정조사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해임건의안 수용 가능성을 일축했다. 야당이 이상민 장관에 대한 해임안에 이어 탄핵 소추까지 추진하더라도 여론전에서 불리할 게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당직 의원은 “분명한 책임 규명을 위해 국정조사에 임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경찰 수사도 곧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입법, 예산, 인사까지 이어지는 야당 횡포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도 쌓이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도 대통령실 이전,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등 윤석열 정부 구성을 위한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있다. 기업 세금 부담 완화, 원전 산업 복원, 반도체 산업 육성 등 윤 정부 정책 관련 세법과 예산도 막고 있다. 반면 이재명 대표가 주장하는 공공 임대주택과 지역 화폐 예산 등은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또 전 정부 때 추진됐던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공공 임대주택 보급 예산은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조 원씩 늘리고 있다. ‘윤석열표 예산’은 칼질하고 ‘이재명표 예산’은 키우겠다는 것이다. 여당 관계자는 “지금 민주당의 행태는 국민이 선택한 정권 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했다.

[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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