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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왕 최측근, 흑인에게 “진짜 어디서 왔냐” 발언 후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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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영국 국왕 찰스 3세, 카밀라 왕비와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태운 마차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버킹엄궁으로 들어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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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최측근이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뒤 왕실에서 물러났다.

영국 왕실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직원 한 명이 “용납할 수 없고 매우 유감스러운 발언”을 했다가 사과하고 물러났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왕실은 “이 사안을 극히 심각하게 보고 전면 조사에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앞서 아프리카와 카리브계 가정폭력 피해자 여성들을 돕는 단체 ‘시스타 스페이스’의 응고지 풀라니 대표는 전날 버킹엄궁 행사에 다녀온 뒤 트위터에 “‘레이디 SH’라는 왕실 직원이 ‘진짜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고 밝혔다. 풀라니는 자신이 영국에서 태어난 영국인이고 단체가 런던에 있다고 했지만 이 직원은 ‘아프리카 어느 지역에서 왔느냐’고 계속 되물었다고 전했다. 풀라니가 “모르겠다. 그들은 아무 기록도 안 남겼다”고 답하자, 해당 직원은 “어디서 왔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도 전했다. 이 대화를 지켜본 한 인사도 풀라니가 받은 질문이 무례하고 인종차별적이었다고 말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영국 왕실과 풀라니는 해당 인사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BBC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수십년간 바로 옆에서 보좌했으며 윌리엄 왕세자의 대모 중 한 명인 수전 허시(83)다. 허시는 최근 작고한 여왕의 최고위급 보좌진이었으며 찰스 3세 즉위 후에도 자리를 지킨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그는 1960년부터 왕실에서 일했으며, 코로나19 봉쇄 중에도 여왕 부부와 함께 지냈고 남편 필립공 장례식 때 여왕 옆에 서기도 했다. 허시의 남편은 생전 BBC 이사장을 역임했다.

영국 왕실은 해리 왕자 부부의 인터뷰 후 곤욕을 치른 적이 있어 인종차별 문제에 민감하다. 해리 왕자의 부인 메건 마클은 지난해 3월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왕실 가족들이 자신의 아들 아치가 태어나기 전에 그의 피부가 얼마나 검을지를 물었다고 했다. 이후 왕실은 성명을 내 “매우 심각하게 다뤄질 것이고 가족 내부에서 사적으로 처리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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