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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세계 금리 흐름

"금리인상 속도조절" 12월 못박은 파월…인상 기조는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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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연설하는 제롬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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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역사는 너무 이른 정책 완화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한다. 물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갈 길이 멀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금리 인상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는 있지만,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인상 자체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취지다.

파월 의장이 보다 구체적으로 속도 조절을 강조하면서 증시도 기대감을 안고 상승하는 모습이다. 다만 ‘갈 길이 멀다고’도 함께 강조한 만큼 기준금리가 도달할 정점은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2월부터 바로 속도 조절”…빅스텝 유력 시사



속도 조절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은 불확실한 시차를 두고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쳐, 지금까지의 급속한 긴축 효과는 아직 충분히 체감되지 않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낮추기에 충분한 억제 수준에 접근함에 따라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효과가 실물경제에 나타나기 위해선 다소 시간이 걸리는 만큼 향후 경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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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앞서 11월 FOMC를 마치고 파월 의장이 내놓은 “천천히 그러나 높고 길게(Slower but Higher & Longer)”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하지만, 이번엔 시점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그는 ‘속도 조절’이 다음 달 13~14일 열리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바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Fed는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4차례 연속으로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당초 12월 FOMC까지 5연속 자이언트 스텝이 연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Fed 인사들이 잇달아 속도 조절을 강조하면서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으로 완화되는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퍼졌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은 12월 빅스텝 가능성에 쐐기를 박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전히 인플레 높다…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



하지만 파월 의장은 금리 자체는 지금보다 더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상단 기준으로 4.00% 수준이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며 “(Fed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에 충분히 제한적인 수준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 우리는 지속적인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내년 최종 기준금리도 기존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2023년에는 지난 9월에 예상한 것보다 약간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공개한 내년 기준금리 중앙값은 4.6%였다. Fed는 12월 FOMC에서 새 점도표(금리인상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표)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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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파월 의장은 Fed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10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이 6.0%로, 전월(6.2%)보다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 상승률은 9월(5.1%)보다 0.1%포인트 내려간 5.0%로 예상했다. 다소 둔화된 모습에도 파월 의장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감소하고 있다는 위안을 주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할 것이다. 어떤 기준으로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다”고 강하게 말했다.

아울러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미국의 견고한 노동시장이 진정해야 한다고 파월 의장은 강조했다. 기업이 고용을 줄이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에 기여하는 상품 가격과 임대료가 충분히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기업들이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경쟁적으로 노동 임금을 올린 것도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파월 의장은 밝혔다. 그는 "임금 인상은 좋은 일이지만 지속가능성이라는 시각에서 생각한다면 물가는 2%대에서 머물러야 한다"며 현재 미국의 임금 상승률이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들어 미국 노동시장도 조금씩 식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에 따르면 11월 미국 기업들의 민간 고용은 12만 7000개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전월(23만 9000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동시에 전문가 전망치(20만개)도 크게 하회했다. 또한 미 노동부도 구인·이직보고서(JOLTS)를 통해 10월 기업들의 구인건수가 전월보다 소폭 감소한 1030만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Fed의 긴축 기조 효과가 이제야 노동시장에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70년대 ‘스톱앤고’ 소환한 파월…“역사가 경고”



파월 의장은 이른바 ‘Fed 피벗(pivot·입장 선회)’에 대한 기대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역사가 너무 이른 정책 완화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한다”며 “우리는 일이 끝날 때까지 (통화 긴축) 과정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이 언급한 ‘역사’는 1970대 Fed의 ‘스톱앤고’(stop and go·물가와 경기 상황에 따른 정책 선회) 정책 실패를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Fed는 70년대 초반 1차 오일쇼크로 물가가 급등하자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물가 상승 압력이 금세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자 경기 반등을 위해 빠르게 금리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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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지만 70년대 후반 2차 오일쇼크가 발생하면서 물가는 다시 급등하기 시작했고, Fed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미국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피하지 못했다. 이후 1980년대 들어서 ‘인플레 파이터’로 불렸던 폴 볼커 전 Fed 의장이 기준금리를 연 20%대까지 끌어올리는 초고강도 긴축 정책을 펼치면서 간신히 물가를 잡았다.

파월 의장이 과거 ‘스톱앤고’를 소환한 것은 섣불리 긴축 완화로 돌아서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비둘기파적 발언’에 안도한 시장…나스닥 4% 급증



시장은 파월 의장의 ‘속도 조절’ 발언에 주목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12월 FOMC에서 빅스텝을 밟을 것이란 사실을 구체적으로 재확인시켜준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번 연설을 비둘기파(통화 완화)적인 발언으로 해석한 것이다.

당초 시장에선 파월 의장이 시장이 지나친 기대감을 갖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Fed 내 매파 인사들과 결을 같이 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앞서 Fed 3인자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총재도 “내후년인 2024년에나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고,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최종적인 금리 수준을 5~7%선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계심으로 전날 뉴욕 증시는 혼조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수위를 낮춘 연설이 나오자 이날 뉴욕 증시는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다우존스 지수는 전장 대비 2.18% 상승한 3만 4589.77에,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3.09% 오른 4080.11에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 지수는 무려 4.41% 상승하면서 1만 1468.00에 장을 마쳤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정책 불확실성을 미리 제거해줬다는 점에서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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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 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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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리나라 한국은행도 속도 조절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이를 감안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며 “최근 Fed의 속도 조절 시사로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면서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3.00%에서 3.25%로 0.25%포인트 올렸다.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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