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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부산 오피스텔 묻지마 폭행’ 피해 여성 “8분간 CCTV 사각지대서 성범죄 당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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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남성 5월 새벽에 부산서 오피스텔까지 따라가 20대 여성 폭행해 중상 입혀

1심서 '징역 12년' 선고…피해 여성 “형 가벼워, 출소 후 재범 우려” 불안

가해자, 성범죄 부인하며 "형 무겁다" 불복…검찰도 "형 가볍다" 쌍방 항소

세계일보

피해자 B씨가 투병 생활을 하는 모습. JTBC ‘사건반장’ 영상 캡처


지난 5월 부산에서 20대 여성이 새벽에 홀로 귀가하다 모르는 남성으로부터 ‘묻지마 폭행’을 당해 중상을 입은 ‘부산 오피스텔 폭행사건’ 당시 폐쇄회로(CC)TV가 공개됐다.

특히 남성이 기절한 여성을 CCTV에 잡히지 않는 곳으로 데리고 가 8분 동안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는데, 피해자는 이때 가해자로부터 성범죄를 당한 것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JTBC는 지난달 30일 부산 오피스텔 폭행사건 당시 현장 CCTV 영상을 공개하며 “가해자 A씨가 기절한 피해자 B씨를 CCTV가 없는 사각지대로 끌고 갔다”고 전했다.

CCTV와 판결문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월22일 오전 5시쯤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버스킹을 하고 귀가하던 B씨를 길에서 지나쳤다. 당시 A씨는 B씨가 자신을 째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이유로 인적이 드문 새벽 B씨의 오피스텔 엘리베이터까지 뒤쫓아갔다.

영상에는 사건 발생 20분 전에 오피스텔로부터 150m 떨어진 골목에서부터 B씨를 뒤쫓아가는 A씨의 모습이 찍혔다.

B씨는 오피스텔에 들어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벽에 기댄 채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는데, 그때 A씨가 B씨의 뒤로 걸어오더니 갑자기 B씨의 머리를 돌려차기로 가격했다. A씨와 B씨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A씨는 B씨가 쓰러진 이후에도 머리를 5차례나 더 발로 폭행했고, B씨가 의식을 잃은 것을 확인한 뒤 기절한 B씨를 어깨에 메고 CCTV 사각지대인 오피스텔 복도로 데려갔다. 이후 다시 돌아온 A씨는 바닥에 떨어진 B씨 소지품을 챙겨 사라졌다.

A씨는 8분 후 다시 CCTV에 찍혔는데, 주민들이 나타나자 한손에 가방을 든 채 서둘러 오피스텔을 빠져나갔다.

B씨는 오피스텔 주민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고, 폭행의 여파로 약 8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외상성 두개 내 출혈과 영구장애가 우려되는 오른쪽 발목의 마비 등의 진단을 받았다.

A씨는 도주 후 여자 친구의 집에 숨었는데,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사건 발생 3일 만에 결국 검거됐다. 알고 보니 A씨는 강도상해 등 전과 4범으로 복역하다 출소한지 석달째로 누범기간이었다.

부산지법 형사6부는 지난 10월28일 살인미수 등 혐의로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형 집행 종료일로부터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또 A씨를 숨겨준 그의 여자친구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재판에서 “폭행 사실은 인정하지만, 살인의 고의가 없었고 당시 술에 만취해 심신미약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B씨의 불안감은 여전히 크다.

B씨는 지난 달 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12년 뒤, 저는 죽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B씨는 “한달이 지나 (다리에) 마비가 풀렸다. 의사 선생님도 지금 상태가 기적이라고 말했다”며 “여전히 길을 걸을 때 뒤를 돌아보고,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2시간만에 깬다. 그런데도 범인은 12년 뒤 출소한다. 피해자인 저는 모든 상황을 생각하면 숨이 턱턱 조여온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 같은 B씨의 불안감은 A씨가 2014년 강도상해죄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2년 전에는 공동주거 침입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전과자이기 때문이다. 이번 범행은 출소 후 누범 기간 중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또 A씨의 재범 위험도가 높게 나온 점도 우려된다.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 결과 A씨는 재범 위험 ‘높음’ 수준으로 분류됐다.

또한 B씨는 A씨가 자신을 CCTV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데려갔던 8분 동안 성범죄를 당한 것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B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병원으로 이송됐을 때 바지 지퍼가 열려 있었다는 이야기를 언니로부터 들었다”며 “또 수사관계자로부터 (범인이) 여자 친구 폰으로 한 검색 결과에 ‘서면 살인미수’, ‘서면 강간’, ‘서면 강간미수’가 있었다. 이는 본인 손가락으로 자백한 거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현재 A씨는 “형이 무겁다”면서, 검찰은 “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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