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최근 갈등을 빚던 트위터와 애플 수장이 전격 회동했다. 두 회사가 각각 유해 콘텐츠와 독과점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소모전이 될 정면충돌은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틀 전 애플에 전쟁을 선포했던 일론 머스크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30일(현지시간) 팀 쿡 애플 CEO를 만나 앱스토어 내 트위터 퇴출과 관련한 오해를 풀었다고 밝혔다.

애플 본사 내 연못 위에 일론 머스크와 팀 쿡으로 추정되는 두 명의 그림자가 비춘 모습/사진=트위터

그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 내 연못을 찍은 영상과 함께 "애플 본사를 안내해 준 팀 쿡에 감사한다"는 글을 올렸다. 영상에는 잔잔한 연못 위로 머스크와 쿡으로 추정되는 2명의 그림자가 비친 모습이 담겼다. 이어 머스크는 "좋은 대화였다. 무엇보다 앱스토어에서 트위터가 삭제되는 문제와 관련한 오해를 풀었다"며 "팀은 절대 그런 조치를 검토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고 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와 쿡의 만남을 두고 "정면충돌 직전에 나온 뜻밖의 소식"이라면서 "트위터와 애플 모두 평화를 유지해야 할 많은 이유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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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독과점 논란…머스크 이어 공화당·페이스북도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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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머스크와의 만남에 대해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장소로 보아 쿡의 초청으로 회동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애플은 최근 독과점 논란에 휘말린 상태다. 약 1억2000만명 넘는 팔로워와 수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린 머스크가 잇따라 애플을 저격하면서다. 머스크는 28일 애플이 트위터 광고를 끊고 앱스토어에서 트위터 퇴출을 위협했다며 애플의 조치가 검열이라고 주장했다. 애플이 인앱결제에서 떼어가는 30% 수수료에 대한 문제도 제기하며 애플과 전쟁을 시사하는 이미지도 올렸다. 26일엔 애플과 구글이 가진 앱 배포 독점권을 문제 삼으며 스마트폰을 직접 만들 가능성까지 언급했던 터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 올린 이미지. 애플의 인앱결제 수수료를 비판하면서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사진=트위터

이후 공화당 의원들까지 머스크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애플의 독과점 논란은 정치적 이슈로 번질 태세다. CNBC 등에 따르면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29일 기자회견에서 "만약 애플이 앱 스토어에서 트위터를 없애려 했다면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라며 "이는 독점적 권한의 행사로 의회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차지한 공화당은 안 그래도 실리콘밸리 기술기업들의 정치 성향이 진보로 기울어져 있다며 조사를 벼르던 참이다.

애플의 정책과 수수료에 불만을 품던 다른 빅테크 수장들도 애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애플의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정책으로 광고 수입에 직격탄을 맞은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30일 한 포럼에서 "애플은 어떤 앱이 기기에 있어야 하는지를 일방적으로 통제하려 한다"면서 "이런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수수료 문제로 애플과 소송 중인 기업들도 반애플 전선에 뛰어들었다.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다니엘 에크 CEO는 트위터를 통해 "애플은 혁신을 억누르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신만 모든 이점을 누린다"고 비판했다. 게임 개발업체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CEO는 "애플의 독점에 맞서 싸우는 건 정당을 초월한 미국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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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유해 콘텐츠 논란…EU 서비스 중단 경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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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트위터가 논란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후 유해 콘텐츠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후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콘텐츠 규정을 완화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등 논란 속에 사용이 중지됐던 계정들을 복구했다. 트위터 직원들의 대량 해고까지 이어지면서 콘텐츠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따라 트위터가 가짜뉴스와 혐오 플랫폼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고 실제로 머스크 인수 직후 트위터에 혐오 게시물이 급증했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되기도 했다. 최근 애플을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 화이자 등 많은 회사가 트위터에 광고를 중단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애플의 경우 자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콘텐츠를 제한한다는 엄격한 정책을 가지고 있다. 구체적인 기준이 공개된 적은 없지만 트위터에 유해 콘텐츠가 범람한다면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트위터를 퇴출할 수도 있다. 최근 앱스토어에서 트위터가 퇴출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 배경이다.

유럽연합(EU)은 같은 이유로 머스크에 역내 서비스 중단을 경고하고 나섰다. 30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은 이날 머스크와 화상회의를 갖고 "계정을 임의로 복구하는 방식을 버려야 한다"며 명확한 기준과 원칙을 세울 것을 요구했다. 또 그는 "트위터가 EU의 엄격한 콘텐츠 관리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유럽에서 트위터 사용을 금지하거나 전 세계 매출의 최대 6%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트위터는 30일 공지를 통해 콘텐츠 관련 정책은 바뀌지 않았으며 여전히 유해 콘텐츠가 걸러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위터는 "정책 이행은 폭력적 콘텐츠의 확산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가 한계의 자유는 아니다"라고 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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