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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시진핑의 딜레마…장쩌민의 추모하는 '백지 시위'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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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틀어 막고 있는 가운데 장쩌민 중국 전 국가주석의 죽음이 이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나서 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모를 이유로 한 시민 집결을 막기 어렵다는 이유다. 온라인에선 장 전 주석 추모를 앞세워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난하는 글이 이미 발견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시위 관련 철저한 검열을 실시하고 있지만 영상이 넘쳐 사실상 완전한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이번 시위에 청년층의 참여가 두드러지는 배경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경제가 위축되며 청년들이 실업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현실이 자리한다는 해석도 제시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타계한 장 전 주석을 애도하는 방법이 시 주석을 딜레마에 빠뜨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장 전 주석의 업적을 기리는 과정에서 현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들을 자극할 소지가 있어서다. 매체는 "시위대는 1990년대 장 전 주석 치하에서는 적어도 생각할 수 있었고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도 가능했던 정치적 자유의 길로 되돌아 갈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짚었다. 1989년 톈안문(천안문) 민주 항쟁 유혈진압 직후 공산당 총서기직에 올랐고 1993~2003년 국가주석에 재임했던 장 전 주석은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재임 기간 중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도록 하는 등 개방을 가속화하며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중국 당국은 앞장 서 추모 분위기를 조성 중이다. 1일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1면 전체를 사용해 장 전 주석의 타계 소식을 알렸다. <신화> 통신, <글로벌타임스> 등 주요 관영 언론들은 해당 소식을 전하며 홈페이지 첫 화면을 흑백으로 바꿔 애도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당국이 공식적으로 추모에 나서는 가운데 추모를 이유로 한 시민들의 모임을 막을 구실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전문가인 리넷 옹 토론토대 정치학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장 전 주석의 사망이 "최소한 시민들이 집결할 정당한 이유를 제공할 것"이라며 추모 과정에서 "더 큰 분노가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 비록 장 전 주석이 후야오방 전 총서기만큼 인기를 누리진 못했다고 해도 말이다"라고 짚었다. 개혁파로 불리는 후야오방 전 총서기의 사망과 이에 대한 추모는 1989년 톈안먼(천안문) 민주화 항쟁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체는 시위를 주제로 한 소셜미디어 채팅방에서 이미 장 전 주석을 추모한다는 명분이 시위대에 집결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에선 추모와 동시에 장 전 주석과 시 주석을 비교하는 글이 나타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장 전 주석 시기에도 당은 정치적 통제를 조였지만 적어도 반체제 운동가와 자유주의적인 학자들을 공론장에서 아예 몰아내지는 않았다며 이는 시 주석 치하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약간의 자유"라고 꼬집었다. 매체는 온라인에서 "두꺼비(두꺼운 검은 뿔테 안경을 착용한 장 전 주석의 외양을 따 붙여진 별명), 우리는 예전에 당신을 부당하게 비난했다. 당신은 바닥이 아니라 천장이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고속 성장 시기 집권한 데다 인간적인 면모로 인기를 끌기도 했던 장 전 주석 시대가 회자되는 것 자체가 현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선 장 전 주석이 1998년 장강 대홍수 때 직접 현장을 방문해 메가폰을 잡고 현장을 지휘한 모습 등이 회자되며 당시 중국 사회는 "활기차게 전진하고 높은 기상을 가지고 노래하며 새 시대로 나아가고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장 전 주석에 대한 향수가 1989년과 같은 대규모 저항의 촉매가 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윌리 램 제임스타운재단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시 주석의 강력한 보안 통제 아래 "장 전 주석의 사망이 중국 정치에 파급 효과를 가져오진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놨다.

중국 당국은 지난 주말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청두, 우한 등 중국 곳곳에서 봉쇄를 포함한 엄격한 코로나 방역 조치에 대한 항의를 넘어 검열에 반대하는 '백지'를 들며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고 시 주석과 공산당 퇴진 등 반체제 구호까지 등장했던 시위가 이어지는 것을 원천 봉쇄 중이다. 시위 현장엔 가림막이 들어섰고 사진 촬영도 금지되며 집결 예정 장소엔 경찰이 배치돼 모임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때문에 주말 이후 눈에 띄는 후속 시위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소셜미디어에는 지난달 29일 광저우에서 열린 수백 명 규모의 추가 시위 및 진압 영상이 공유됐다.

당국은 시위의 존재를 공식 인정하기보다 검열을 통해 시위 흔적을 지우고 추가 시위를 차단하려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관련 게시물이 너무 많아 완전한 제거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29일 광저우 시위 영상이 퍼지는 것도 막지 못했다. <뉴욕타임스>는 게시물 자체의 양이 매우 많은 데 더해 시민들이 시위 영상 원본이 아니라 원본을 재촬영한 영상을 올리거나 여러 영상을 합성해 게재하는 등 검열을 피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검열관은 관련 영상을 다 제거하려면 지금보다 10배는 많은 인원이 동원돼야 할 것이라고 매체에 말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중국 시위에 대학생들을 비롯해 젊은 층의 참여가 두드러지는 점을 지적하며 그 배경엔 제로 코로나 정책이 가져 온 경제 봉쇄 효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계층 중 하나가 청년층이라는 사실이 자리한다고 짚었다. 래리 후 맥쿼리 수석 중국경제학자는 "젊은이들은 경력이 없기 때문에 노동시장에서 가장 취약하다"며 특히 봉쇄 정책은 서비스 부문 약화를 가져오는데 젊은 층이 이 부문에 많이 고용돼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3~5월 이어진 상하이 봉쇄가 해제된 직후인 7월 중국의 16~24살 청년 실업률은 19.9%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하이 봉쇄가 시작되기 전 달인 올 2월 15.3%에서 크게 뛴 것이다. 10월엔 소폭 하락한 17.9%로 발표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반면 전체 실업률은 지난 2월 5.5%에서 4월 6.1% 기록 뒤 하락해 10월 5.5% 수준을 유지했다.

프레시안

▲중국 상하이의 한 주거단지 입구에서 입구를 막는 방역요원들과 주민들이 충돌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담긴 사진은 로이터가 입수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공개한 소셜미디어 동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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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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