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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작은 거 한판, 큰 것도 한판”... 은수미·이재명 재판 의미? [에그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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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클럽’ 의혹의 핵심은 재판 거래

대법관 권순일과 조재연, 억울한 쪽 있나

김만배, “녹음하는 거 알고 거짓말 한 것”

법조계 “인맥 과시 등 사실·거짓 뒤섞인 듯” #에그스토리

피고인 김용, 피고인 유동규 및 정진상은 김만배가 가진 법조계 고위 관계자들의 인맥을 이용하여 이재명의 법적 리스크를 관리하고자 하였고, 김만배는 정진상, 유동규 등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을 통해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인허가 편의를 원하였던 관계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공소장에서 검찰은 김만배와 이재명 측근 3인방의 유착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20년 법조기자 경력의 김만배를 통해 법적 문제를 해결하고, 그 대가로 대장동 사업 특혜를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대장동 사건의 또다른 축 ‘50억 클럽’이 등장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50억 클럽’은 김만배가 대장동 일당에게 그동안 도움 받은 정계·법조계·언론계 유력 인사들에게 “50억원씩을 줘야 한다”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불거진 의혹이다. 검찰은 곽상도 전 의원만 뇌물죄로 기소, 지난달 30일 징역 15년을 구형했지만, 나머지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크게 진척이 없어 보인다.

야당과 이재명 지지층에서는 “50억 클럽 수사”를 구호처럼 외고 다닌다. 대장동 관련 기사에는 ‘50억 클럽이 몸통’ ‘대장동 핵심은 50억 클럽’ 같은 댓글이 조직적으로 도배되기도 한다. [에그스토리]가 ‘50억 클럽’ 의혹을 따라가 봤다.

1️⃣“잔머리 대응하다 이렇게 돼”... 김만배, 진짜 빈말이었나

정영학이 내놓은 녹취록에서 ‘50억 클럽’은 3~4차례 나온다. 2020년 3월 24일 분당 디저트카페, 4월 4일 서초동 커피숍, 10월 30일 분당 노래방 등에서의 대화다. 만남마다 참석자는 다른데, 대화의 요지는 이렇다.

김만배 : 자 50개가 몇 개냐 쳐볼게. 최재경, 박영수, 곽상도, 김수남, 홍OO, 권순일. 그러면 이게 얼마야?... 플러스 윤창근 15억, 강한구 5억.

정영학 : 300억이죠.

김만배 : 50, 50, 50, 50, 50, 50이면 100, 200, 300... 320억이네. 그지?

<2020년 3월 24일 분당 디저트카페, 김만배와 정영학>



김만배 : 병채 아버지(곽상도)는 돈 달라고 그래. 병채 통해서. 며칠 전에도 2000만원... 그래서 ‘뭘? 아버지가 뭘 달라냐?’ 그러니까 ‘아버지한테 주기로 했던 돈 어떻게 하실건지...’ 그래서 ‘야 임마, 한꺼번에 주면 어떻게 해? 서너 차례 짤라서 줘야지’...

정영학 : 형님도 골치 아프시겠습니다.

<2020년 4월 4일 서초동 커피숍, 김만배와 정영학>



김만배 : (곽상도) 아들은 회사 막내인데 50억을 어떻게 가져가.

유동규 : 지금 현역이잖아요. 정치자금법 걸리면 문제가 될텐데... 아들한테 주는 수 밖에 없어요. 아들이 거기에 왜 들어가 있냐, 이게 문제 될 수 있겠네.

김만배 : 왜 문제야? 사번이 1번인데. 공모하기 전부터 데리고 다니면서 일을 했는데. 문제는 변호사비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문제지...두 사람은 고문료로 안되지. 수현이(박영수 전 특검 딸)하고 곽상도는.

<2020년 10울 30일 분당 노래방, 김만배와 유동규, 정영학>



곽상도는 국회의원, 박영수는 공무원(특검)이라 자녀들을 통해 돈을 줘야한다는 이야기다. 나머지 변호사들은 고문료, 자문료로 주면 된다는 것. 곽 전 의원의 아들과 박 전 특검의 딸은 화천대유 직원으로 근무했고, 곽 전 의원 아들은 작년 4월 퇴직금으로 50억원(세금 떼고 25억원)을 받아갔다. 이걸 검찰은 뇌물로 봤다. 박 전 특검의 딸은 퇴직 처리가 완료되지 않아 퇴직금은 못받았지만, 대장동 아파트 1채를 분양받고 회삿돈 11억원을 대여하는 등 특혜를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만배는 “빈말이었다”고 주장한다. 작년 10월 본지에 “정영학이 잔머리 굴려 부담을 안지려고 하니까 나도 이래저래 돈 들어간 게 많다고 한 것이다. 거짓인 게 많다”고 했다. 몰래 녹음하는 걸 알고 일부러 거짓말했다는 취지다. 이후 수사 과정이나 재판에서도 그는 같은 입장이다.

2️⃣131평 타운하우스엔 “따님이 살아”... 재판거래 의혹 받는 권순일

“그건 따블이. 저분은 재판에서 처장을 했었고, 처장이 재판부에 넣는 게 없거든... 그분이 다해서 내가 원래 50억을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습니다... 그분 따님이 살어. 응? 계속 그렇게 되는거지. 형이 사는 걸로 하고... 약속은 다 지켜야 되는거야.

수원 SK... 응? 603호에 여기는 조재연 대법관님 따님이 살아. 대법원 도와줄 수 있어... 대법관이니까... 8년을. 어차피 같은 대법관이고. 그런데 내가 빌라를 하나... 금강이 지금 준공을 못하는거야.... 따님이, 금강에서 빌라 짓는 기간 분양 받아서.

<2021년 2월 판교 음식점. 김만배와 정영학>



김만배는 지난해 2월 판교의 한 음식점에서 정영학을 만나 이런 말을 한다. “비밀이야” “나중에 말해줄게” 하면서 할듯 말듯, 조심스럽게 끄집어냈다. 대화 분위기를 보면 최소 2명 이상의 대법관에게 빌라를 사주기로 했거나 자녀에게 아파트를 빌려줬다는 것이다.

대법관 의혹에 등장하는 인물은 권순일 전 대법관과 조재연 현 대법관. 대장동 일당과 어떤 관계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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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 전 대법관이 2014년 8월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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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 전 대법관은 대법관 퇴임 두달 뒤인 2020년 11월 대장동 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 고문으로 들어갔다. 이듬해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질 때까지 약 10개월 동안 월 1500만원씩 고문료를 받았다. 논란이 일자 그는 그동안 받은 고문료 1억5000만원을 한국자폐인사랑협회에 기부했다.

권순일은 퇴임 직전(7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 참여했다. 주심은 아니었지만, 이재명 지사의 혐의(허위사실 공표)에는 선거공보물 등에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5503억원을 공공환수했다’는 내용을 담은 것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도 권순일은 옷을 벗자마자 사건 관련 업체에 들어갔다. 판결문에 버젓이 ‘성남의 뜰’ ‘화천대유’ 같은 회사가 나오는데도 그랬다. 누가봐도 부적절하다. 권순일은 “대장동 관련 혐의는 대법원에서 다룬 주요 쟁점도 아니었고, 화천대유가 그 사업을 했는지도 몰랐다”며 “고문직도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의견을 구해 문제가 없다고 해서 맡게 된 것”이라고 했다.

판결 전후, 김만배는 8차례에 걸쳐 대법원을 찾는다. 방문지를 ‘권순일 대법관실’로 적었다. 김만배는 “인사차 몇차례 방문한 적은 있지만 재판 관련 대화는 없었다. 구내 이발소를 가면서 편의상 ‘권순일 대법관실’이라고 적은 적도 있다”고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 과정을 다시 본다. 2심에서 당선무효형(벌금 300만원)이었는데, 대법원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이재명 지사가 TV토론에서 “형을 강제입원 시켰느냐”는 상대 후보 질문에 “그런 일 없다.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것은 제 형수와 조카들이었고 저는 정치적으로 너무 시끄러우니 하지 말자고, 못하게 막았다”고 답한 것이 허위사실에 해당하느냐가 쟁점이었다. 이때 권순일이 허위사실 여부를 떠나 ‘공표냐, 아니냐’의 프레임을 들고 나섰다. 결국 대법원은 이렇게 결론냈다.

“이재명 지사가 적극적, 일방적으로 알리려는 공표 행위가 아니라, 토론 중 질문과 답변 과정에서 한 표현이어서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소 과장됐어도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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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6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지지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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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TV토론에서 후보자 발언이 ‘공표’에 포함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일종의 ‘법리설’을 소수의견으로 냈을 뿐”이라며 “최종 판결에선 대법관 각자가 의견을 냈고, 결국 7대 5로 무죄 판결이 났다”고 했다. 이 판결은 이재명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는 발판이 됐다.

실제 김만배가 실소유주인 천화동인1호는 2020년 1월 분당구 운중동에 있는 131평짜리 타운하우스를 62억원에 매입했다. 경찰은 작년 10월 이곳의 실사용자를 밝히기 위해 집과 관리사무소를 압수수색 했다. 비슷한 시기 검찰은 대법원 재판연구관 보고서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검찰은 지난해 말과 올 초 권 전 대법관을 두차례 소환 조사했다.

3️⃣“일면식도 없다”는 조재연... 수원 SK 아파트엔 누가 살았을까

조재연 대법관은 “김만배와는 일면식도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 2월 한국일보가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분은 현직 대법관이었다’고 보도하자, 그는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김만배와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단 한 번도 만난 일이 없다. 일면식도 없다. 단 한번 통화를 한 적도 없다”고 했다. 또 “성균관대 동문이라는 연결 고리도 있는데 접촉 가능성 없다고 자신하느냐”고 묻자 “제 기억에 없다. 어느 학교 동문이라는 것이 합리적 의심의 사유가 될 수 있을까. 이제 우리 사회도 지연 혈연 학연에 대한 추측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동문인 것은 맞는 거 같지만 그런 이유로 사석에서 만난 사실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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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대법관이 지난 2월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김만배씨가 언급한 로비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 대법관은 '그분'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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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법관은 가족의 거주 이력을 조목조목 밝혔다. 요약하면 이렇다.

1. 조 대법관은 1995년부터 현재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아내, 셋째딸과 함께 살고 있다.

2. 큰 딸은 2020년 결혼 후 분가해 그해 10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죽전로로 주소를 옮겼다. 시댁에서 시부모와 함께 거주 중이다.

3. 2016년 먼저 결혼한 둘째 딸은 잠원동에 살다가 2018년 11월 서초구 서초동으로, 2021년 5월 용산구 한강로동으로 주소를 옮겼다.



기자회견 닷새 뒤, 조 대법관은 55장 분량의 증빙 자료를 언론에 공개했다. 본인과 아내, 딸 3명의 주민등록등본과 초본, 부동산 등기부등본, 아파트 임대차계약서 등이었다. 자료는 그의 해명과 대부분 일치했다. 조 대법관은 딸들이 주소지에 실제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아파트 관리비영수증, 월세계약서 등도 공개했다. 김만배가 말한 수원이나 판교엔 거주한 흔적이 없었다.

김만배는 검찰 조사에서 2014년 10월~2015년 4월까지 토목업자로부터 빌린 돈 20억원 중 5억~6억원을 수원시 정자동 SK뷰 아파트 사는 데 썼다고 진술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녹취록만 보면 인맥 과시를 포함해 사실과 거짓이 뒤섞여 있는 것 같다”고 했다.

4️⃣“임기는 채워 줄거야”... 은수미 시장직, 김만배가 지킨건가

정영학 녹취록에는 은수미 당시 성남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과 관련된 내용이 여러차례 등장한다. 은수미 시장의 혐의는 2016~2017년 성남지역 폭력조직 국제마피아파 출신 이준석이 운영하는 코마트레이드에서 95차례에 걸쳐 차량과 운전기사를 제공받았다는 것.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김만배가 법원을 상대로 재판 로비를 벌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김만배는 대장동 사업 다음으로, 분당구 구미동 오리역 일대 개발사업을 준비 중이었다. 이를 위해 성남시와 시의회 측을 수시로 접촉해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만배는 사업의 인허가권을 가진 은수미 시장이 시장직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을 수차례 강조한다. 2020년 3월 몇 차례 녹취록에 담긴 김만배 발언이다.

“조금 힘을 써서 당선무효형 아닐 정도로만 하면 돼. 형이 구도를 짜고 있는 게 있어. 은수미가 요번에 안그랬으면 형이 요번에 인수하는데... 그래서 은수미 임기는 마치게 재판을 연기했어. 은수미 시장 재판은, 저건 100% 대법원에 가면 당선 무효일거야. 그런데 임기는 채워 줄거야.

작은 것 한판 힘 들어가고, 큰 것도 한판 힘 들어가는거야.



작은 것 한 판, 큰 것 한 판은 무엇을 의미할까?

사실 여부를 떠나 시점만 보면, 김만배가 말한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김만배가 말한 ‘작은 것 한판’이 은수미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라면, ‘큰 것 한판’은 이재명 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김만배의 ‘작은 것 한 판, 큰 것 한 판’ 발언이 나온 건 2020년 3월. 은수미 시장은 한달 전(2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재판받던 이재명 지사도 2019년 9월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으로 지사직을 잃을 위기에 몰려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대법원 판단에 운명이 걸려 있었다. 특히 대통령을 꿈꾸던 이재명 입장에선 항소심대로 끝나면 대선 출마의 길도 막히는 상황이었다.

이재명 지사와 은수미 시장 모두 2020년 7월 대법원에서 원심이 파기 환송된다. 파기환송심은 나란히 수원고법에서 맡았고, 그해 10월 16일 같은 날 이재명 지사는 무죄, 은수미 시장은 벌금 90만원이 선고됐다. 이어 검찰이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이들의 지사직, 시장직은 유지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재판 거래 의혹은 여기까지. [에그스토리]가 ‘50억 클럽’을 둘러싼 뒷거래 의혹을 계속 추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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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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