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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서울시, 배달기사에 추위 녹일 '쉼터' 배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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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라이더 A씨는 도로 한쪽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인도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린다. 다음 호출이 언제 올지 몰라 쉴 수 있는 방법은 이게 전부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이마저도 힘들어 앞으론 어디서 쉬어야 할지 걱정이다.

서울시가 일하는 도중 잠시 짬이 나도 마땅히 쉴 곳이 없었던 배달라이더, 퀵서비스 기사 등 이동노동자가 밀집한 지역에 '찾아가는 이동노동자 쉼터'를 설치해 연말까지 운영한다. 배달라이더나 퀵서비스 기사는 콜 대기 시간이 30분 내외로 짧은 경우가 많아 일부러 건물 내 쉼터를 찾아가거나 이륜차를 주차하고 카페, 식당 등에 들어가 쉬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서울시가 도입한 '찾아가는 이동노동자 쉼터'는 캠핑카를 개조해 만들었다. 최대한 많은 노동자가 앉아서 쉴 수 있도록 내부에 테이블과 소파를 들였다. 외부 창을 열어 바(bar)를 운영해 이동노동자는 여기서 따뜻한 커피와 차 등 간단한 다과를 섭취할 수 있다. 쉼터 주변에 오토바이, 전기자전거 등 이륜차를 잠시 주차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했다.

'찾아가는 이동노동자 쉼터'는 연말까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종로 마로니에공원, 왕십리역 인근 등 20여 곳에서 운영된다. 캠핑카를 개조한 차량 3대가 정해진 장소를 3~5일간 방문해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배달라이더 단체가 제안한 장소를 우선 방문하고, 추후 배달 플랫폼사의 협조를 얻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선정된 장소를 방문할 계획이다. 운영시간은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정확한 일정은 서울노동권익센터 누리집(www.labor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는 '찾아가는 이동노동자 쉼터' 외에도 서초, 합정, 북창, 녹번, 상암 등 5곳에 '휴(休)이동노동자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16년에 들어선 1호점 서초쉼터는 개소 후 현재까지 총 22만5866명의 이동노동자가 찾았고, 올해도 월평균 3800여 명이 이용했다.

한영희 서울시 노동·공정·상생정책관은 "콜 대기 시간이 휴식의 전부인 배달라이더 등 이동노동자들의 현장 요구를 반영해 직접 찾아가는 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며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인 찾아가는 쉼터를 비롯한 다양한 노동환경 개선책을 마련해 취약 노동자들의 건강권·휴식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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