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이용자들 주인의식 큰 플랫폼 기업, 사회적 책임 달라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짬] 카카오 ESG사업 담당 육심나 부사장

한겨레

육심나 부사장이 인터뷰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카카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에스케이씨앤씨(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 서비스들이 한꺼번에 ‘먹통’이 되면서,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시민들의 일상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가 새삼 드러났다. 카카오의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육심나 이에스지사업실 부사장 겸 카카오임팩트 사무국장은 지난달 30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한겨레>와 만나 “이용자들이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에 느끼는 ‘오너십’(주인의식)이 커진 만큼, 플랫폼 기업이 잘못했을 때 져야 하는 책임도 커진 게 자연스럽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문어발식’으로 계열사를 늘리는 과정에서 골목상권 침해를 일삼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카카오는 사회적으로 큰 질타를 받았다. 이런 비판에 대한 후속 대책 성격으로 카카오는 올해 4월 ‘소신상인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상생 사업을 내놨다. 카카오와 그 계열사들이 앞으로 5년간 총 3천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조성해, 소상공인, 지역 파트너, 디지털 콘텐츠 창작자, 모빌리티 플랫폼 종사자 등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에 참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상생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육 부사장이 이끄는 이에스지사업실과 카카오임팩트는 전국 전통시장 상인들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우리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을 최근 출범했다. 지난 여름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신영시장에 온라인 지식교육 플랫폼 ‘엠케이와이유’(MKYU)의 전문 교육을 받은 디지털 튜터 여섯 명을 8주 동안 상주시키며 상인 60여명에게 ‘카카오톡 채널’을 이용해 단골 고객에게 홍보 메시지와 할인 쿠폰 등을 보내는 방법 등을 교육했다. 이어 지난 10월 전국 전통시장 10곳을 선발해 정식 지원을 시작했다.

그는 시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회공헌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우리는 기부자고 저들은 수혜자’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시장처럼 들어가야지, 카카오처럼 들어가서는 안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처음에는 ‘디지털 전환이니 교재도 온라인으로 만들어서 나눠드리자’고 생각했어요. 나름 신경을 써서, 중장년층이 좋아하는 코미디언 서경석씨를 강사로 섭외해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현장 반응은 예상과 달랐어요. 상인분들이 ‘아니, 종이 책을 가져다 줘야지!’ 하시더라고요.” 이런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정식 사업에서는 상인들 눈높이에 맞춰 글씨 크기를 키운 종이 책자를 다시 만들어 배포했다.

한겨레

카카오는 지난 10월 전국 전통시장 10곳을 선발해 카카오톡 채널 등 디지털 도구를 이용해 단골 고객을 관리하는 방법을 상인들에게 교육하는 ‘우리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올해 여름 서울 신영시장에서 진행한 시범 사업에서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온라인 교재가 아닌 실물 교재를 개발해 배포했다. 카카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골목상권 침해’ 비판 후속 대책으로

5년간 3천억원 상생기금 조성키로

전통시장 상인 디지털 전환 지원 등

“기업 사회공헌, 이용자 경험 중시해야”


‘선영아 사랑해’ 화제 ‘마이클럽’ 기획도

그는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도 여느 서비스처럼 ‘이용자 경험’을 가장 중심에 두고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카카오의 사회공헌 플랫폼 ‘같이가치’의 경우, 이용자 스스로가 기부를 위한 모금 사업의 주체가 되도록 설계했다. 모금이 필요한 이슈부터 이용자가 직접 제안하고 500명 동의를 얻으면 모금함을 열 수 있도록 하자, 플랫폼을 운영하는 쪽이 기부처를 처음부터 정해 두고 이용자는 ‘기부만 하는 사람’에 머무르게 할 때보다 참여도가 크게 올라갔다.

육 부사장 본인부터가 온라인 서비스들의 이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웹 기획자 출신이다. 2000년대 초반 ‘선영아 사랑해’ 광고 문구로 화제를 부른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 ‘마이클럽’ 기획에 참여했고, 2010년대 초반 카카오의 전신인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입사해 ‘미즈넷’, ‘다음 영화’ 등 서비스를 기획·운영했다.

“커뮤니티 서비스들에서 작은 장치 하나만 바꿔도 사람들의 움직임이 달라지는 걸 여러 번 확인했어요. 경쟁사들처럼 이커머스 플랫폼을 활용해 전통시장 상인들이 온라인 판로를 넓히도록 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오프라인 단골 고객 관리에 초점을 둔 상생 사업을 먼저 펼친 것도, 친근한 의사 소통에 강점이 있는 카카오톡을 매개로 상인과 이용자를 연결해 결국에는 이용자들이 움직이게 해야 근본적인 변화가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한겨레

육심나 부사장. 카카오 제공


서비스 먹통 사태 이후 화두가 된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육 부사장은 “제조업 등 전통 산업에서와 달리 온라인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내 것’이라고 여기는 비중이 높기에 사회적 책임도 그만큼 크게 요구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가 빵을 산다고 해서 그 빵에 제 아이덴티티(정체성)가 묻어 있진 않잖아요. 하지만 이용자들의 카카오톡 프로필이나 대화방은 그 사람의 정체성 자체입니다. 그러니 서비스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크고, 반대로 운영 기업이 무언가 잘못했을 때 책임도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카카오 잘 한다’ 소리 들을 만한 일을 많이 만들려 합니다.”

판교/정인선 기자 ren@hani.co.kr

▶▶네이버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클릭!]
▶▶당신이 있어 따뜻한 세상,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어떤 뉴스를 원하나요? 뉴스레터 모아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