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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국 런민대 학생들, 봉쇄 뚫고 기숙사 탈출... 그날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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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 양성 판정에 기숙사 통째로 봉쇄
음성 판명 나자 폭발...기숙사 안팎서 시위
한국일보

지난달 27일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에 위치한 런민대학교에서 학생들이 학교 측의 봉쇄와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학 관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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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학교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런민대에서까지 정부를 비판하는 학생 시위가 일어날 줄은 몰랐다."

런민대 재학생 A씨가 1일 전해 온 말이다. 명문으로 꼽히는 런민대는 베이징대, 칭화대와 나란히 베이징 하이뎬구 대학가에 있다. 학풍은 다른 두 대학과 다소 다르다. 더 친정부적이다. 중국 공산당 간부 육성을 목표로 설립된 학교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해외 친중국 세력 양성의 산실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 런민대에서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밀어붙이는 고강도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베이징과 상하이를 중심으로 시위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달 27일 밤이었다. 재학생이 최소 500명이나 참가했다. 민주 시위를 불온한 금기로 여기는 중국에선 이례적인 참가율이었다.

A씨는 "최근 재학생 1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것 때문에 학교 당국이 기숙사 전체를 봉쇄하면서 학생들이 반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산당 간부 자녀들이 많이 다닌다고 알려진 런민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A씨를 비롯한 학생들이 묘사한 27일의 상황은 이렇다. 대학 캠퍼스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학생 기숙사에는 재학생 최소 수백 명이 각자의 방에 완전 격리돼 있었다. 기숙사를 드나드는 것은 물론이고 방 밖으로 나오는 것도 금지됐다. 24일 이후 사흘째였다. 학생들 사이에 불만이 차올랐다.

양성이라던 학생이 재검사를 받았더니 음성 판정이 나왔다는 소문이 27일 저녁 기숙사에 퍼졌다. 부정확한 진단 검사 때문에 수백 명이 억울하게 갇혀 있는 것이라는 뜻이었다. 학생들은 격리 해제를 애타게 기다렸지만, 대학 당국은 "봉쇄를 계속한다"고 통보했다.
한국일보

지난달 27일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에 위치한 런민대 기숙사에서 기숙사 밖으로 나가려는 학생들과 이를 막으려는 학교 관계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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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분한 학생 몇 명이 기숙사 방문을 열어젖히며 "이럴 바에야 나가자!"고 소리를 쳤다. A씨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격리자 전체가 방에서 나왔고, 이내 기숙사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했다. 정부의 지침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집단 도발'이었다.

대학 관계자들은 기숙사 앞뜰의 정문을 다급하게 걸어 잠갔다. 도로로 나가는 철문을 사이에 두고 학생들과 학교 관계자들이 대치했다. 학생들은 "기숙사 안에는 확진자가 없으니 문을 열라"고 요구했으나, 대학 관계자들은 철문을 막아선 채 "기숙사 안으로 다시 들어가라"며 맞섰다.

이 같은 소식은 길 건너 대학 캠퍼스에 순식간에 퍼졌다. 캠퍼스의 학생들이 기숙사 정문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베이위안(기숙사 이름)의 친구들을 당장 풀어줘라!", "이번 봉쇄에 대해 해명하라!"는 구호가 쏟아졌다. 사나운 기세에 위축된 학교 측은 버티지 못하고 기숙사 정문을 열었다. 학생들은 캠퍼스를 향해 내달렸다.

캠퍼스에서 격리자들을 맞이한 학생들은 함성을 지르며 환호했다. "학교로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 "나오길 잘했다!"고 응원했다. 학생들은 어느새 한 지점에 모여 자유의 기쁨을 나눴다. 인터내셔널가(국제 공산당가)를 합창했고, 무자비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하는 구호를 쉼없이 외쳤다.

또 다른 재학생 B씨는 당일 상황을 설명하면서 "'시진핑 정권 퇴진' '시진핑 하야' 같은 정치적 구호는 없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방역 지침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해 있었다는 것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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