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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빅 보이’ 그저 믿고 내보낸다고 아무나 박병호가 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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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당했다고 고개 숙이지 마라. 넌 우리 팀 4번 타자다. 삼진을 당할 때도 있지만 네 홈런 덕에 이기는 경기가 더 많다. 모두 너를 지켜보고 있다. 4번 타자가 기가 죽으면 팀 분위기도 가라앉는다. 더 당당하게 야구해도 좋다.”

이제는 ‘국민 거포’가 된 박병호가 넥센(현 키움)에 이적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당시 팀에 베테랑이었던 송지만에게 들은 이야기다.

실제 박병호는 이날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슬럼프를 겪을 때도 있었지만 언제든 홈런으로 만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매일경제

이재원이 LG의 새로운 4번 타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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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LG때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는 점이다. LG서도 박병호가 마음껏 칠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했었다.

다만 박병호가 그 무게를 견뎌내지 못했다.

당시 넥센은 포스트시즌과는 거리가 있는 팀이었다. LG는 달랐다. 매년 포스트시즌에 가야 했고 우승을 노려야 하는 팀이었다.

말로는 박병호에게 “부담 없이 치라”고 했지만 팀 분위기는 박병호를 억눌렀다. 박병호는 결국 그 왕관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했다.

여기 지금, 또 한 명의 거포가 사험대에 서게 된다. ‘잠실 빅 보이’ 이재원(23)이 주인공이다. LG는 군에 입대하기 위해 상무 실기까지 마친 이재원의 입대를 취소했다. 그러면서 “박병호 처럼 키워보겠다”고 선언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넥센 시절 4번 타자 박병호가 자리 잡는 데 힘을 보탠 지도자다. 박병호의 포텐셜이 만개할 때의 감독이었다.

이재원을 박병호 처럼 키워 보겠다는 의지를 가질만한 지도자다.

실제 이재원이 박병호 처럼 되려면 두 가지 관문을 넘어서야 한다.

일단 기술이 돼야 한다.

이재원은 이미 거포로서 재능을 인정 받은 선수다. 올 시즌엔 253타석에서 13개의 홈런을 뽑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에버리지가 높은 타자는 아니다. 올 시즌 타율은 지난해보다 떨어진 0.224였다.

타율이 갑자기 늘어날 리는 없다. 13개의 홈런을 치는 동안 삼진이 무려 77개나 됐다. 거포의 세금이라 불리는 삼진이지만 많아도 너무 많다.

기술적인 진화 없이 그저 꾸준히 믿고 내보내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재원 스윙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교정시킨 뒤 책임을 맡겨도 맡겨야 한다. 그저 4번 타자로 눈 딱 감고 기용한다고 모두가 박병호 처럼 되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는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LG 4번 타자는 팀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다. 이재원을 4번에 쓸지는 아직 결정되니 않았지만 4번이 아니더라도 그에게 쏠리는 시선과 관심은 매우 클 수 밖에 없다.

LG는 단순히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팀이 아니다. 반드시 우승을 차지해야 한다. 그런 팀의 중심 타자들은 부담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삼진 숫자가 많은 이재원에게는 더 큰 무게감이 어깨를 짖누를 것이다. 염경엽 감독이 그런 이재원의 마인드를 어떻게 컨트롤 할 수 있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미래의 유망주에서 이젠 우승을 이끌어야 하는 중심 타자로 신분이 상승 됐다.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이재원의 삼진은 당연한 세금처럼 여겨졌지만 이제 이재원의 삼진은 팀의 승.패를 좌우할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재원은 그 왕관의 무게를 이겨낼 수 있을까. 상무 이후를 생각하며 마음 편히 지내고 있었을 이재원에게는 너무도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재원이 그 변화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LG도 우승권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입대까지 미루며 도전하는 ‘4번 타자의 길’이 성공으로 끝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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