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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사설]무역적자 눈덩이, 외부 요인 탓만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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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어제 발표한 11월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수출이 1년 전보다 14%나 감소하며 두 달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 5월(21.4%)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그러나 6~9월 사이 한 자릿수로 낮아졌고 10월(-5.7%)에 감소세로 전환한 데 이어 11월에는 감소폭이 세 배 가까이 커지며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무역수지도 70억 1000만달러 적자로 8개월째 적자 행진을 하고 있다. 1~11월 누적 기준으로는 426억달러를 넘어서며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정부는 수출 부진에 대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긴축 강화, 공급망 재편 등 외부 요인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외부 환경 악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시간이 지나면 정상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뒤늦게 지난달 제1차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며 범정부 차원의 대책 수립에 나섰음에도 불구, 무역적자를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올해 무역적자가 500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최근의 수출 부진은 한국 수출산업의 경쟁력 약화에서 찾아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10년(2011~2021년)간 동아시아 4개국(한국 중국 대만 일본)의 수출 경쟁력을 비교 분석한 보고서에 그 실상이 잘 드러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수출증가율은 한국이 16.1%로 대만(99.1%)과 중국(77%)보다 현저히 뒤처졌다. 그 결과 세계 수출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중국과 대만은 각각 4.6%포인트와 0.8%포인트 뛰었지만 한국은 0.2%포인트 낮아졌다. 이런 양상은 한국이 세계 최강이라고 자부하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 경쟁 상대인 중국과 대만이 약진하는 사이에 한국 수출은 뒷걸음질했다. 이같은 수출 부진은 결코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정부는 2026년 세계 5대 수출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대책이 안 보인다. 신산업 분야의 성장 동력 발굴과 획기적 규제개혁에 초점을 맞춘 수출 경쟁력 강화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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