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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지배구조 리포트②] 이해진의 ‘3.7%’ 1등 플랫폼 지배력…네이버 과제·해법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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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총액 33조, 계열사 54곳…혈맹 통해 7.43% 의결권 확보
2.3조 포쉬마크 빅딜 성과 주목…사우디 네옴시티 수주도 관건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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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지분은 3%대에 불과하지만 1등 플랫폼 기업 ‘네이버 동일인(同一人)’이다. 동일인은 기업집단 내 여러 계열사마다 대표를 따로 선임하지만, 그룹 내 한 명의 사람이 모든 계열사에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의미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네이버의 자산총액은 33조1660억 원으로 계열사는 총 54개에 달한다. 거대한 몸집을 지닌 공룡 플랫폼 네이버를 지배하는 이 GIO가 보유한 네이버 주식은 612만9725주로 3.73%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등 사내이사와 주요 리더들의 지분을 포함해도 3.8% 수준이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8.16%)과 2대 주주인 블랙록 펀드(5.05%)보다 지분이 적다.

이 GIO의 지분율은 2002년 코스닥 상장 당시 7.82%였다. 이후 새롬기술과 분쟁 해결 과정에서 1%를 매도한 뒤 점차 지분율을 낮춰갔다. 그러나 이 GIO는 실질적으로 네이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공정위는 2017년 이 GIO를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면서 이 GIO의 지분이 경영권 행사에 유의미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이 GIO의 지분율은 4.31%로 임원들의 지분을 합쳐 4.99% 수준이었다. 공정위는 경영 참여 목적이 없다고 공시한 국민연금과 해외투자자를 제외하면 이 GIO가 최다 출자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1% 미만의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가 많아 이 GIO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판단도 더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네이버의 소액주주 비율은 69.55%에 달한다. 다소 위태로워 보여도 지분교환으로 ‘혈맹’을 맺은 기업들의 보유 지분으로 경영권 방어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2017년 네이버는 미래에셋증권과 5000억 원 규모로 지분 교환을 시작했다. CJ ENM·대한통운·스튜디오드래곤(6000억 원), 하이브(4000억 원), 신세계그룹(2500억 원) 등과 지분 교환으로 동맹을 맺었다. 미래에셋증권(1.72%), CJ(ENM·대한통운·스튜디오드래곤 등 1.28%), 신세계그룹(0.63%)의 지분과 이 GIO 등의 지분을 모두 더하면 7.43% 수준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8.69%에 달하는 자사주도 든든한 방어막이다. 자사주는 법률상 의결권을 갖지 않지만, 경영권 보호에 사용될 수 있다. 자사주를 제3자에게 지정 매각해 의결권을 살리는 방식이다. 향후 경영권 위협이 있으면 네이버의 동맹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네이버는 올해 최수연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3.0 시대’의 개막을 알렸지만 이 GIO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창사 이래 최대 금액인 약 2조3441억 원을 투자한 북미 패션 C2C 플랫폼 ‘포쉬마크’의 인수에도 이 GIO의 조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진출이라는 이 GIO의 오랜 꿈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GIO와 최 대표의 합작이 성공적인 성과로 평가될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포쉬마크 인수 직후 네이버 주가는 급락한 바 있다. 내년 3~4분기 포쉬마크 실적을 통해 수익성이 증명돼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C레벨 경영진 전원 사퇴 당시 COO에서 물러났다가 네이버 ESG·대외 정책 대표로 돌아온 채선주 사내이사의 행보도 이 GIO의 건재함을 방증한다. 이 GIO의 측근으로 꼽히는 채 대표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추진하는 5000억 달러(약 663조 원) 규모의 네옴시티 수주를 주도하고 있다. 마제드 알 호가일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 장관 일행이 네이버 제2 사옥 ‘1784’를 방문할 당시 채 대표가 안내를 맡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해외 계열사를 통해 국내 계열사를 우회 지배하는 방식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네이버는 미국 계열사를 통해 국내 네이버웹툰 등의 지분을 간접 지배한다. 일본 소프트뱅크와 합작해 설립한 A홀딩스를 통해 국내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중간지주회사를 거쳐 일본 LINE 지분을 확보해 국내 라인플러스, 라인게임즈 등을 지배하는 구조도 갖추고 있다.

[이투데이/정수천 기자 (int1000@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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