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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단독]용산구청뿐 아니라 상급기관도…'유명무실' 안전관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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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 소속 중앙위원회 최근 5년간 38건 심의

출석회의는 0회…재난 예방·대비 기능 간과했나

"재난 예방 기능 안전관리위원회 실효성 높여야"

노컷뉴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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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안전법상 운영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 안전관리위원회 회의가 대부분 서면으로 대체된 관행이 문제로 지적된 가운데, 재난안전컨트롤타워인 국무총리 소속 중앙안전관리위원회(중앙위원회) 역시 서면 심의로 진행돼온 것으로 확인됐다.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재난 대응·복구 기능을 해야 했던 '재난안전대책본부'가 제 기능을 못 한 배경엔 그에 앞서 재난 예방·대비 기능을 하는 '안전관리위원회'가 유명무실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무총리가 위원장, 행안부 장관이 간사로 있는 중앙위원회는 최근 5년간 대면회의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행안부로부터 제출받은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운영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10월까지 38건의 안건 모두 서면 심의로 이뤄졌다.

중앙위원회 운영규정 제3조(회의의 소집)에 따르면 '위원장은 중앙위원회의 회의를 소집하는 경우에는 회의의 일시·장소 및 부의안건을 회의 개최 3일 전까지 각 위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기술돼있다. 또 제5조(회의의 운영)에는 '중앙위원회의 회의는 위원이 동영상 또는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장치가 갖추어진 서로 다른 장소에 출석하여 진행하는 원격회의의 방식에 의할 수 있다. 이 경우 당해 위원은 동일한 회의장에 출석한 것으로 본다'고 명시했다. 이는 '출석회의'의 방식을 기본으로 한다는 얘기다.

매년 안건이 올라오는 횟수도 △2018년 5회 △2019년 9회 △2020년 9회 △2021년 4회 △2022년 11회로 편차가 컸다.

재난안전법 제9조에 따르면 중앙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두고 간사는 행안부 장관이 맡는다. 심의 사항으로는 △재난 및 안전관리에 관한 중요 정책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 △재난 및 안전관리 사업 관련 중기사업계획서, 투자우선순위 의견 및 예산요구서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수립·시행하는 계획, 점검·검사, 교육·훈련, 평가 등 재난 및 안전관리업무의 조정 △안전기준관리 △재난사태의 선포 △특별재난지역의 선포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이를 수습하기 위한 관계 기관 간 협력 △재난안전의무보험의 관리·운용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시행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재난 및 사고의 예방사업 추진 △그 밖에 위원장이 회의에 부치는 사항 등이 상세히 나열돼있다.

그런데 실제 이뤄진 서면 심의의 주요안건을 살펴보면, 최근 5년간 다뤄진 38건 중 20건이 재난 발생 이후 이어지는 절차인 '특별재난지역의 선포에 관한 사항'에 해당했다. 또 5년 주기로 수립하는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 심의도 지난 2019년 7월 29일 서면으로 진행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중앙위원회가 서면 심의로 이뤄진 배경에 관해 "중앙위원회는 시급한 결정이 필요한 안건인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을 위주로 다뤘기 때문"이라며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나 행안부 장관 주재 안전정책조정위원회 등이 대면 회의로 이뤄지고, 이때 안전 정책 관련 실무 논의도 이뤄져 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중앙위원회는 운영 취지나 기능, 위원 구성이 엄연히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중앙위원회 기능의 방점은 '재난 예방'에 있다는 것이다. 재난안전법 시행령 제6조에 따르면 중앙위원회 위원은 각 부처 장관 16명과 재난관리책임기관인 경찰청장, 소방청장 등 관계 기관·단체의 장이 구성원에 포함돼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앙행정기관 또는 관계 기관·단체의 장이 모여 국가의 각종 재난 및 사고의 예방대책을 심의하도록 한 것이다.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재난 관리란 어느 기관 혼자 하는 것이 아닌 범정부적 합동작전"이라며 "기관 간 합동 작전을 하려면 평상시 재난이 발생하기 이전에 모여서 논의하는 학습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재난안전법 제25조 2항에 따르면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은 재난 예방조치를 해야 할 의무를 진다. 특히 '행안부 장관은 재난관리책임기관과 기관·단체 및 민간업체의 기능연속성계획 이행실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재난관리책임기관에 대해서는 그 결과를 재난관리체계 등에 대한 평가에 반영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 교수는 "기능연속성이란 장·차관이 바뀌거나 광역 지자체장, 기초지자체장이 바뀌더라도 재난관리시스템이 일관되게 가동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라며 "전임자나 후임자에 상관없이 기능연속성 측면에서 재난관리가 이뤄지도록 하려면 안전관리위원회를 실효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혜인 의원은 "중앙안전관리위원회는 국무총리·행안부장관을 포함해 소방·경찰·의료 등 재난대응 책임부서의 장 모두가 참여하여 국가 재난안전 대책을 실효성 있게 논의해야 하는 자리"라며 "윤석열 정부가 이태원 참사 수습에 진정성이 있다면 출석도 안 해도 되는 서면 회의 관행을 중단하고 참사 이후 재난안전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회의부터 조속히 개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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