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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삼전 주식 31조 쏟아지면 시장 큰 충격”?…삼성 주장 따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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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법’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 상정

7년간 유예기간 둬서 천천히 팔 수 있고

총수일가가 지배구조 핵심지분 놔둘리 없어


한겨레

삼성생명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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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지배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이른바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재논의되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되는 등 국회 논의가 활기를 띠자 삼성생명은 ‘보험업법(계열사 투자한도) 관련 참고’라는 문서를 들고 직접 정무위 의원실을 오가며 설명 작업에 나섰다. <한겨레>가 1일 입수한 이 문서에는 ‘법 개정 시 문제점’ 9가지가 나열돼있다. “삼성전자 주식의 9%(31조원)에 해당하는 물량이 쏟아지면 시장에 큰 충격이 예상된다”는 이른바 ‘증시 혼란’이 가장 대표적이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한도를 취득 당시 가격(취득원가)이 아닌 현재 가격(시가)으로 평가하는 게 뼈대다. 현행 보험업법(제106조1항6호)은 보험사의 대주주나 자회사가 발행한 주식·채권 합계액이 총자산의 3%를 넘지 못하게 돼있다. 그러나 자산운용비율 계산 방식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고 하위 법령인 보험업감독규정에서 분모인 총자산은 시가로, 분자인 주식은 취득원가로 계산하게 돼있다. 취득원가(5444억원·특별계정 제외)로 보면 삼성전자 주식은 삼성생명 총자산(238조원·2022년 6월 기준·이용우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의 약 0.2%에 그치지만 시가는 약 29조원으로 총자산의 10%를 넘는다. 법이 통과되면 특별계정을 제외한 일반계청 총자산의 3%를 초과하는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을 팔아야 한다. 이 경우 ‘총수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고리가 타격을 입는다.

삼성 쪽은 삼성전자 개인투자자나 삼성생명 계약자를 앞세우고 있다. “그동안 거래되지 않던 (삼성전자 주식) 매물이 풀리게 되면 주식시장 전체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삼성전자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주가 약세로 삼성전자 개인투자자에게도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한 “대체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초우량 자산을 대규모로 매각하는 것은 삼성생명 계약자에게도 부당하다”고 삼성은 주장한다.

그러나 보험업법 개정안은 유예기간 5년에 2년을 더해 최대 7년 동안 주식 매각 규모와 속도를 조절할 수 있게 해놨다. 무엇보다 삼성 총수일가나 계열사들이 삼성전자 주식이 시장에 풀리도록 마냥 손놓고 있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상훈 금융경제연구소장(변호사)은 “총수일가의 돈으로 회수하냐, 계열사가 회수하냐의 문제일 뿐 삼성그룹이 지배권 목적으로 보유해온 주식을 가만히 놔두지는 않을 것이다. 공포마케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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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처를 다변화하는 등 향후 위험 발생 가능성을 최대한 제어하며 자산을 운용해야 하는 금융회사의 기본적 태도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보험사와 비교해봐도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쏠림현상은 두드러진다. 상위 10개 생명보험사의 총자산 대비 주식 보유비율을 보면, 삼성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9개사는 1%도 넘지 않는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 전체가 보유하는 당기손익인식증권, 매도가능증권, 만기보유증권은 총 544조원으로 그중 주식(33조원) 상당수가 삼성생명 보유 주식(31조원)이고 그중 대부분이 삼성전자 주식(29조원)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이 전체 생명보험회사가 보유한 주식의 86.3%다. 노종화 변호사(경제개혁연대·공인회계사)는 “고객 돈으로 자산을 운용하며 보험금을 지급하는 금융회사로서 합리적인 투자의사결정이나 자산운용전략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삼성생명법은 2014년 4월 처음 발의됐으나 19·20대 국회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번이 2017년 정무위 법안소위 논의에 이어 5년여 만의 재도전이다. 일부 의원의 달라진 태도가 눈에 띈다. 지난달 22일 법안소위에 출석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법안)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시장에 미칠 충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반복하자 여·야 가리지 않고 질타가 이어졌다. 윤한홍 국민의힘 정무위 간사는 “금융위 답변이 무책임하다는 게 공통적인 지적 같다. (이번에는) 상정 반대를 안 했다”며 “왜? 경각심도 줘야 되고 고민도 해야 될 상황이 이제 된 것”이라고 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와 법제사법위원회를 넘어 국회 본회의까지 남아있다. 지난달 29일 법안소위를 열고 보험업법 개정안을 논의하려 했지만 여당 불참으로 취소됐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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