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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뉴스속 용어]유동성 부실 지적 받은 '테더(US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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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테더 리미티드 발행, '스테이블 코인' 대표

달러 비롯해 유로·엔 등 법정화폐와도 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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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기업 '테더' 로고 / 사진=위키피디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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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암호화폐의 일종인 'USDT'에 금융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출 규모가 갑작스럽게 커져 향후 유동성 불안에 빠질 우려가 있어서다. '테더 리미티드'가 발행하는 USDT는 기축통화를 암호화폐에 연동한 '스테이블코인'의 대표 격으로, 가치 변동이 안정적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최근 수년간 부쩍 성장했다.

미 금융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테더 리미티드의 USDT 대출업 규모를 지목하며 "위기 상황에 유동성 부족으로 위험에 빠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테더가 공개한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테더는 지난 9월30일 기준 61억달러에 달하는 USDT를 고객에 대출했다. 테더 총자산의 9%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근 미국·유럽연합 등 주요국의 통화 긴축으로 인해 금융 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여러 암호화폐 기업이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 테라·루나의 가치가 99% 이상 폭락하고 암호화폐 거래소 FTX, 가상자산 거래소 위믹스 등이 파산하는 등 풍파가 지속하고 있다. WSJ는 테더가 암호화폐를 담보로 대출을 할 경우 새로운 '약한 고리'로 떠오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이에 대해 테더 측은 "단기 대출로 적격한 고객이 USDT를 빌리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달러와 페깅(연동) 해 가치 안정화·투명성에 방점

USDT는 2014년 설립된 테더 리미티드가 발행하는 암호화폐다. 세계 1위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USD)와 1:1로 가치를 '페그(연동)'한 것이 특징으로, USDT라는 티커도 미국 달러 테더(US Dollar Tether)의 약자다.

금, 원유, 법정통화 등 특정 자산과 가치를 연동한 암호화폐를 스테이블코인이라고 한다. USDT는 달러와 1:1로 연동하므로, 항상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한다. 특히 테더는 1개의 USDT를 발행할 때마다 홍콩 본사 계좌에 지급 준비금 1달러를 보유하도록 하며, 준비금 현황을 공식 홈페이지의 '투명성 페이지'란에 공개한다. 이런 신뢰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가치의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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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더의 투명성 페이지 / 사진=테더 공식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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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더는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통해 거래 장부 데이터를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으며 오픈소스 전송 프로토콜인 '옴니' API로 유통 경로를 정확히 추적한다. 또한 테더 자체 소프트웨어를 통해 USDT의 가치를 보장하는 법정화폐를 보유, 관리하며 준비금을 증명하고 테더와 고객 간의 웹 전자지갑을 운영한다.

테더의 시작은 2012년 암호화폐 업계에 퍼진 아이디어인 일명 '마스터코인'이었다. 암호화폐 네트워크인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이용해 법정화폐를 토큰화해, 암호화폐로 거래할 수 있는 전송 프로토콜을 구축한다는 개념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마스터코인 재단'이 설립되면서 구체화됐고, 재단의 창립 회원 중 한 명인 브룩 피어스, 크레이그 셀러스, 리브 콜린스 등이 2014년 의기투합해 홍콩에 테더를 창업했다.

법정화폐와 가치를 연동했기에 안정적이고 지급준비금도 상대적으로 튼튼한 테더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테더는 달러뿐만 아니라 유로, 엔 등 다른 법정화폐와 연동한 암호화폐를 내놨다. 2018년 상반기 테더는 전체 비트코인 거래량의 약 10%만을 차지했으나, 하반기에는 80% 이상에 육박했다. 올해엔 650억달러가 넘는 시가총액을 달성해 스테이블코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여전한 '디페깅' 리스크…안전 자산 구성 강화로 대응

기존 암호화폐의 취약점인 급격한 가치 변동, 준비금 문제의 해결 방안을 들고나온 USDT지만, 여전히 한계는 있다. USDT를 발행하는 테더 본사가 파산하거나 계좌를 설립한 다른 은행의 자금이 동결·몰수당하는 경우다. 이 때문에 일부 고객들은 테더를 향해 더욱 철저한 정보 공개 및 외부 감사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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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암호화폐 '테라' 가격 폭락 사태 당시 USDT를 포함한 다른 스테이블코인도 디페깅 현상이 벌어졌다. 사진은 지난 5월13일 당시 테라 가격.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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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암호화폐 시장에 대형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던 올해 테더도 여러 차례 위기를 맞이했다. 테라·루나 붕괴 사태가 벌어진 지난 5월 USDT의 가격은 0.96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일시적으로 '디페깅' 현상이 발생했다. USDT를 보유한 고객들이 시장 붕괴에 대한 불안 때문에 달러로 환전을 요구하면서 균형이 깨진 것이다. 만일 디페깅이 더욱 가속했다면 USDT 가치가 폭락하고 테더의 담보금에까지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었다.

당시 테더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차올로 아르도이노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고객들의 USDT-달러 환전은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며 고객을 안심시키고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또한 테더는 사건 이후 준비금 구성 비율에서 기업어음(CP) 등 위험 자산의 비율을 줄이고 미 국채 등 안전자산에 주력했다. 금융 시장이 불안정해져도 언제든 충분한 유동화를 가능케 하기 위한 대책이었다. 이같은 조처 이후 테더는 재차 페깅을 회복했고, 지난달 FTX 파산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잠시 디페깅 됐으나 금방 가치를 복구할 수 있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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