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손님은 돈을 더 내고 사장님은 일만 늘어…탁상행정에 모두가 불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조규희 기자, 안재용 기자] [일회용컵 보증금제 첫날 곳곳서 잡음]

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취재기자가 2일 세종 내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현장 지원 인력의 도움을 받아 일회용컵 보증금 무인 간이회수기를 사용해 보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 해야 해요? 에이 그럼 그냥 버릴래요"

카페나 빵집, 패스트푸드 등 매장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컵에 보증금 300원을 부과하고 반납 시 돌려주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2일 세종과 제주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시행 현장 곳곳에서 '자원순환앱'을 통해서만 보증금을 반납하도록 한 제도의 불편함과 사업점주의 부담 증가, 비프랜차이즈 매장과의 형평성 등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세종과 제주의 시행성과를 바탕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시행을 검토하려는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2일 환경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세종과 제주의 가맹점포 100개 이상 프랜차이즈(가맹) 매장 522곳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된다. 세종은 173곳, 제주는 349곳으로 이들 매장에서 일회용컵 음료를 구입한 소비자는 300원의 보증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보증금은 음료를 마신 이후 컵 반납 시 앱과 매장 직원을 통해 반환 가능하다.

제도 시행 첫날 세종 시내 일회용컵 보증금제 적용 매장에선 혼선이 잇따랐다. 매장 직원은 계산 시 "보증금 300원이 추가로 부담됩니다"라고 추가 안내를 하고, 음료가격과 결제 금액 차이를 묻는 고객도 다수였다.

일회용컵 반납의 편의성도 잡음을 일으켰다. 일부 매장에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안내하기 위한 인력이 정오부터 배치됐으나 소비자의 불편함을 완전히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현행 제도상 보증금을 환급받기 위해선 스마트폰에 '자원순환앱'을 설치하고 가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설치 후 가입까지 걸리는 시간은 5분가량인데, 점심시간 손님이 붐비는 매장에서 불편함을 느끼기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청사 인근 한 카페를 찾은 손님은 애플리케이션 설치와 회원가입을 해야한다는 안내에 "괜히 왔다"며 일회용컵을 그대로 버리고 매장을 나가기도 했다. 앱 설치 없이 현금으로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선 현금 사용 매장에서 점원에게 컵을 반납해야 하지만, 현금 미사용 매장이 많은 카페 프랜차이즈 특성상 이번 제도 설계가 불편함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머니투데이

세종과 제주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카페에 보증금제 참여 보이콧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점주의 부담도 가중됐다. 제도 시행 전날인 1일 세종 지역의 한 프랜차이즈 매장에선 일회용컵 보증금 스티커를 부착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점포의 점주 A씨는 "내일 판매할 물량에 스티커를 모두 붙여 놔야 한다"며 "손님이 없을 때 틈틈이 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B씨는 "알바(아르바이트생)에게 이런 일 시키면 도망간다"고 푸념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적용대상이면서도 제도 참여를 거부하는 매장도 있었다. 청사 인근 상가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점주는 "형평문제 때문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매장을 제외한 상가 내 나머지 매장은 모두 비프랜차이즈 매장"이라며 "보증금 300원을 더 붙이면 영업에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회용컵에 스티커를 붙이는 부담이라도 줄여보고자 본사에 보증금 스티커가 부착 혹은 인쇄된 컵을 요청했는데 '환경부의 반대로 안 된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환경부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에 따라 대상 매장의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가 편하게 컵을 반납할 수 있도록 매장 외 반납처를 확대하고 무인 간이회수기 설치를 지원할 방침이다. 환경부 등은 무인 간이회수기 수요를 파악해 요구 매장에 무상으로 반납기를 보급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공공장소 등에 반납처를 확대할 방침이다.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