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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설] 월북몰이 수사에 "도 넘지 말라"는 文 그런 말 할 입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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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1일 '서해 공무원 이대준 씨 피살 사건'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 "도를 넘지 말라"고 경고했다. 검찰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검찰 수사를 공개 비판한 것이다. 수사의 칼날을 피하고 법원에 영향을 미쳐보려는 속셈이 다분하다.

문 전 대통령은 입장문에서 "안보 사안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안보체계를 무력화하는 처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또 "서해 사건은 대통령이 국방부, 해양경찰청, 국가정보원 등의 보고를 직접 듣고 최종 승인한 것"이라고도 했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자신이 결정한 사안이니 수사를 멈추라는 요구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북한군에 피살된 이씨를 구조하지 못한 데 대해선 사과 한마디 없이 '월북몰이'가 정당한 조치인 것처럼 강변하는 것은 유족들을 두 번 울리는 행태다. '가짜 평화쇼'에 매달려 국민의 생명을 방치한 문 전 대통령이 과연 그런 말을 할 입장인가.

문 전 대통령은 "정권이 바뀌자 부처 판단이 번복됐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가 '자진 월북'으로 결론짓고 사실인 것처럼 꾸민 정황과 증거가 수두룩하다. 군과 국정원이 첩보보고서 106건을 삭제한 것부터 그렇다. 또 해경은 "이씨가 정신적 공황에다 도박 빚도 많았다"고 했지만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착용한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 또한 우발적 추락으로 인해 당시 해역을 지나던 중국 어선에서 얻었을 가능성이 큰데도 문 정부는 이를 묵살했다. '월북몰이'를 위해 증거를 은폐·왜곡한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이씨의 표류 사실이 피살 3시간 전에 보고됐는데도 청와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문 전 대통령은 감사원의 서면조사 요구에 "무례하다"며 거부했고, 관련 자료마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15년간 봉인했다. 오죽하면 유족들이 "치부가 드러나니 건들지 말라는 거냐"고 힐난했겠나. 이제라도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문 전 대통령도 검찰에 대한 겁박을 멈추고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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