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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저는 행복했습니다, 여러분도 행복을 포기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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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 ‘행복론’ 담은 신간 출간

“제 나이가 100살을 넘어서니까, 주변에서 사람들에게 ‘100살이 넘는 동안 행복했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많아요. 네. 저는 행복했습니다.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을 만들었고, 그렇게 지금까지의 인생을 살았죠.”

자신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행복한 삶을 살았냐’는 질문에 102세 철학자는 고민하지 않고 ‘그렇다’는 답을 내놨다. 1920년에 평안남도에서 태어난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윤동주 시인의 중학교 동창이자, 도산 안창호 선생의 설교를 들으며 성장한 한국 현대사의 ‘산증인’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여전히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고, 책을 쓰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신간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열림원)은 그 동안 김 교수가 썼던 글 가운데 사랑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들을 추려 묶어낸 책. 2일 광화문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 교수는 “최고의 행복은 주변 이웃들을 위해 베푼 고생”이라며 “사랑이 있는 고생을 했다는 점에서, 나는 누구보다도 행복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젊었을 때는 ‘즐거움’이 행복이라고 보통 생각하죠. 그러나 지금은, 사람의 인격이야말로 행복의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흔히 젊었을 때는 돈과 사랑을, 중년이 되면 사회적 성공을, 노년에는 건강과 보람을 행복의 척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김 교수는 행복의 ‘조건’으로 개인의 인격, 그중에서도 성실함을 꼽았다. “동서양 마찬가지로 성실함이 행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되면 교만하지 않고, 정직하게 되고, 항상 더 높은 것을 추구하는 마음을 갖게 되죠. 행복은 이러한 삶의 태도에서 나오게 됩니다.” 반대로 인격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 불행이 찾아온다. “불의를 정의로 생각하고, 이기주의적인 행동을 하게 될 때 불행이 찾아옵니다.” 행복이란 가끔씩 우연히 찾아오는 즐거움이 아닌, 성실함에서 비롯된 삶의 ‘가치판단’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번 ‘행복학개론’을 펴낸 김 교수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그는 30여 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던 연세대에서의 퇴임 강의를 꼽았다. “생각지도 못한 순간이었습니다. 교내에 최루탄 냄새가 가득 찰 정도로 큰 시위가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가장 큰 강의실을 꽉 메워줬죠. 학생들 옷에 묻은 최루탄 냄새 때문에 눈물을 흘릴 정도였습니다. 그때 30년 동안의 학교 생활이 정말 행복하게 느껴졌죠.”

최근 우울과 불행감을 느끼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해서도 위로를 건넸다. “최근의 정치 상황을 보면 여야는 점점 더 진영에 따라 분열되어 싸우는 모습을 보이고, 사회에서도 남은 생각하지 않는 집단이기주의적인 분위기가 많이 나타나고 있죠. 행복을 느끼기 어려운 사회 환경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행복을 찾으려고 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불행과 고통을 주지 않는 한, 자신의 행복은 절대 포기해선 안 됩니다.”

이날 간담회는 2시간가량 이어졌음에도, 김 교수는 지친 기색 없이 즉문즉답을 이어갔다. 그의 ‘건강 비결’에 대한 질문을 받자 김 교수는 두 가지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100살 넘도록 사는 사람 가운데 내가 아는 사람이 7명이 있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하나는 하나같이 욕심이 많지 않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남 욕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서적으로 아름답게 사는 것이 건강 비결이 아닌가 해요. 먼 미래 얘기 같은가요? 여러분들도 곧 그렇게 됩니다.(웃음) 이 말은 귀담아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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