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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최장수 감독 벤투의 거취는…재계약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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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29일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훈련장에서 선수들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도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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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부터 4년 넘게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며 한국 축구 최장수 사령탑 기록을 세운 파울루 벤투 감독의 임기는 정확히 카타르 월드컵까지다. 하지만 아직까지 벤투 감독의 재계약에 대한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한국 축구와 벤투 감독과의 인연이 카타르 월드컵으로 마침표를 찍게 될지, 아니면 더 먼 곳을 함께 바라볼 수 있을지 관심이다.

벤투 감독은 임기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우선 상당히 꼬인 조 편성이라는 평을 듣던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을 역대 가장 편안한 여정으로 통과했다. 2경기를 남겨 두고 6승 2무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조기 확정했다.

부임 이후 ‘압박’, ‘탈압박’, ‘빌드업’이라는 현대 축구의 줄기를 한국 축구에 접목시켰다. 카타르 월드컵 무대에서 우리는 그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전 월드컵처럼 뒤로 내빼거나 얼어붙어 경기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 아니라 우세한 점유율과 주도권을 갖는 축구를 했다. 그동안 벤투 감독의 축구에 반신반의하던 팬들도 이번 월드컵을 통해 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하지만 재계약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축구계의 중론이다.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 등 4명의 코치들과 한 팀으로 움직이는 ‘벤투 사단’은 언어와 문화가 모두 낯선 한국에서 4년이 넘는 긴 시간을 생활해왔다. 한국 생활 연장은 ‘벤투 사단’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 ‘벤투 축구’를 세계에 알린 만큼 새로운 팀을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재계약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다. 축구협회가 벤투 감독과 4명의 외국인 코치에게 지급하는 연봉 및 체류비 등은 연간 40~50억 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20년과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축구협회 수입원인 A매치 경기가 축소되고 무관중으로 열리면서 감독과 코치진 연봉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재계약을 하게 되면 연봉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 축구협회 역시 고민이 깊다.

벤투 감독은 아직까지는 재계약에 대한 어떠한 메시지도 남기지 않았다. 그는 지난 1일 카타르 알라얀의 메인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포르투갈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4년의 임기와 관련해 “대표팀을 4년 이상 함께 해왔다.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나든 자랑스럽고, 만족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여정을 마무리하겠다”고만 말했다.

한국 축구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빌드업 축구’가 벤투 감독의 손에서 더 깊어질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감독을 통해 변화를 맞을지 결정하기까지는 이제 얼마의 시간이 남지 않았다.


도하 =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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