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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中 리오프닝 기대에 화장품·면세점株 상승… ‘한한령’ 냉기는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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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제로(0) 코로나’ 정책을 대폭 완화하는 조짐을 보이자 국내 화장품·면세점 관련주가 들썩였다. 전통적인 중국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이들 주가는 2017년 내려진 한한령(限韓令·한류 콘텐츠 금지령) 이후 심각한 부진을 겪었다. 이들 기업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해외 시장을 다각화하면서 체질 개선에 나서기도 했지만, 실적이나 주가 모두 한한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2일 코스피 지수가 2% 가까이 하락하는 사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한국콜마 등 화장품주와 호텔신라, 글로벌텍스프리 등 면세점주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중국 내 국내 기업의 경제 활동이 재개되고, 양국 간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한국 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호재로 작용했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이징·광저우 등 일부 대도시 방역 당국은 최근 코로나 확진자의 자가 격리를 허용했다. 그동안에는 코로나에 걸리면 격리 시설에 격리되고 주거지도 봉쇄됐다. 그런데 강도 높은 방역 정책에 반대하는 ‘백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자 중국 당국이 방역 정책을 느슨하게 조정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 방역 사령탑인 쑨춘란 부총리는 “코로나와의 전쟁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서울 시내의 한 대형 면세점. '큰 손' 중국인 관광객의 이용이 줄어 한산한 모습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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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는 한한령이 6년 만에 해제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11월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부이긴 하지만 중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한국 영화 서비스가 재개됐기 때문이다. 한한령이 해제돼 중국 내 한국 제품 판매가 늘어나고 중국인 관광객과 다이궁(代工·보따리장수)이 다시 한국을 찾게 되면 이들 업체의 실적과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 리오프닝(reopening·경제 활동 재개) 기대로 화장품·면세점주 주가가 반짝 상승했지만, 한한령 이전과 비교하면 주가 반등세는 미미했다. 화장품과 면세점 업체의 현재 주가는 중국 내 한류 열풍이 거셌던 2015년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2015년 7월, 아모레퍼시픽과 호텔신라는 각각 45만원, 14만원을 넘었지만, 현재는 아모레퍼시픽이 13만원, 호텔신라가 7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 리오프닝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고, 그 영향이 국내 기업 실적과 주가에 직접 영향을 주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주가 상승 동력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매출의 80~90%를 중국에 의존하던 이들 업체가 해외 시장을 다변화하고 체질 개선에 나선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중국 사업이 장기간 부진에 빠지자 국내 화장품과 면세점, 여행 업체들은 중국 외 지역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아마존에서 ‘설화수’ 판매를 시작했고, 9월 미국 현지 화장품 브랜드 타타하퍼를 인수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북미 매출은 2020년 767억원에서 올해 1800억원 규모로 증가했다. LG생활건강은 북미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미국 인기 화장품 브랜드 더크렘샵 지분 65%를 인수했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은 인천 국제공항과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등 아시아 허브 공항의 면세점 사업권을 다수 확보하면서 사업을 성장시켰다. 절대적인 규모로 보면 여전히 중국이 가장 큰 시장이지만, 해당 기업들의 비(非)중국 사업 규모는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중국 수요 회복과 미국과 일본 사업 규모 확대, 방한 외국인 증가에 따른 내수 수익성 회복이 긍정적”이라면서도 “중국 의존도가 낮아지고 북미와 일본 사업의 기여도가 확대되는 구조적인 변화로 이전만큼 막대한 이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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