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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중국 ‘봉쇄 완화’ 신속 확산…어디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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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아이가 건물 문에 손을 대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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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고강도 방역에 대한 유례없는 항의 시위 이후, 중국 당국이 봉쇄 완화 기조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장기 봉쇄로 누적된 불만을 강하게 억눌러서는 해결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6일 진행될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추도식을 계기로 주민 불만이 폭발하지 않도록 치밀한 관리도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방역 완화 기조는 지난달 10일부터 시작됐다. 이날 시진핑 국가주석을 포함한 당 최고지도부가 정밀 방역을 강조한 방침을 밝혔고, 이튿날 중국 국무원은 밀접접촉자의 격리 기간을 단축하고 봉쇄 구역을 축소하는 내용이 담긴 20가지 조처를 내놨다.

중앙 정부의 방역 완화 방침에도 불구하고 지방 정부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새 조처를 반영해 방역을 완화하는 지역도 있었지만, 베이징과 상하이의 일부 지역은 이를 어긴 채 과거와 같은 고강도 방역을 지속했다. 지난달 24일 신장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사망 사건은 누적된 시민들의 불만에 불을 붙였다. 결국 지난달 26~27일 상하이와 베이징, 충칭, 광저우 등 중국 대도시에서는 수백~수천 명이 모여 방역을 완화하라는 항의 시위가 발생했다.

유례를 찾기 힘든 항의 시위에 대해, 중국 당국이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됐다. 무력을 앞세워 강력한 진압을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달 28일 사회 안전을 담당하는 중앙정법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어 “법에 따라 적대 세력의 침투 및 파괴 활동과 사회질서를 교란하는 위법 및 범죄 행위를 결연히 단속”할 것이라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냈다. 실제 시위가 예상되는 지역에 차단벽이 쳐졌고, 수백 명의 경찰이 배치돼 오가는 시민을 검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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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중국 베이징에서 방호복을 입은 사람이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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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중국 당국은 시민들의 방역 완화 요구를 수용하는 조처도 진행했다. 중국 국무원 코로나19 합동 방역 통제기구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방역 정책을 정밀하게 시행해, 전염병 상황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겠다. 전염병 상황에 따른 주민 불편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중앙 정부의 봉쇄 완화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발언도 나왔다. 중국 방역을 담당하는 쑨춘란 부총리는 지난 1일 “중국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90%를 초과하고 오미크론 변이 독성이 감소하면서 방역 조치를 개선할 조건이 마련됐다”고 했다. 그동안 중국 당국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제로코로나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는데, 이런 기조를 바꾼 것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충칭 등 대도시들이 선제적으로 방역 완화에 나섰다. 베이징 일부 지역이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해 시설 격리가 아닌 자가격리를 허용했고, 상하이는 지난 1일부터 고위험 지역 24곳의 봉쇄를 해제했다. 광저우도 같은 날 하이주, 톈허, 바이윈 등 도심 9개 구의 봉쇄를 완화했다. 특히 베이징시가 확진자에게 자가격리를 허용한 것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일대 전환으로 평가된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그만큼 낮아졌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아직 변수는 남아있다. 향후 코로나 확진 추이와 오는 6일로 예정된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추모식이다. 만약 중국 내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면, 중국 당국이 방역 완화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쑨춘란 부총리 등은 오미크론 변이의 위험성이 낮아졌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인민들의 생명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 순위에 둔다”고 밝히고 있다. 다행히 최근 중국의 확진자 수는 지난달 말 4만명을 넘은 이후 이달 들어 다시 3만명대로 내려왔고 횡보하고 있다.

다음주 진행될 장 전 주석 추모 행사는 시민들의 불만이 결집해 다시 분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난 주말 이후 중국 당국의 강력한 대응으로 시위가 소강상태에 들어갔지만, 고강도 방역에 대한 젊은 층과 중산층의 불만은 아직 남아있다. 중국 지도부가 장 전 주석 추모 행사를 최고의 예우를 갖춰 진행하는 것도 상황 악화를 미연에 막기 위한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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