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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토익 '신발 사이즈' 전설…"노베이스는 졸업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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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취업·승진 '필수' 토익 40주년

응시료 1만8400원→4만8000원 상승

아시아경제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개월 여 만에 재개된 제398회 토익 시험을 마친 응시생들이 서울 서초구 경원중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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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이번 시험은 내 신발 사이즈를 탈출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250점 넘을 수 있을까."

한국인의 '영어 실력 척도'라는 토익 시험과 관련해 전설의 신발 사이즈 얘기가 이어지는 이유는 시험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대학생들도 노베이스(토익 관련 기초 지식이 없는 상태)로 첫 시험을 치르다 자기 신발 사이즈(250~280점) 수준의 처참한 성적을 받는 경우가 있다. 대학교에서 치르는 모의 시험에서 자기 성적표를 확인한 이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수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토익에 웃고 울던 세월도 어느덧 40년이 됐다. 토익은 여전히 어려운 시험이다. 토익 기출문제가 쌓이면서 토익 고득점 '꿀팁'이 범람하면서 과거보다는 수월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토익은 120분 안에 RC(읽기)와 LC(듣기) 200문제를 풀어내야 하는 시험으로, 만만한 시험이 아니다.

2일 YBM 한국토익위원회에 따르면 토익은 올해로 국내 도입 40주년을 맞았다. 1982년 국내에 도입된 토익은 대학생들의 졸업요건, 취업준비생들 필수 스펙, 직장인들의 승진에 활용되며 대표적인 영어 시험으로 자리매김했다.

토익은 상대평가 영어시험으로 RC(읽기), LC(듣기)로 구성돼 있다. 부문별로 각 100문제, 총 200문제가 출제되며 주어진 시험시간은 120분이다. OMR(컴퓨터 채점용 답안지)카드 마킹 시간까지 감안한다면 응시생 입장에서는 문제 풀이 시간이 상당히 촉박한 시험이다.

높은 응시료도 그간 응시생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1982년 당시 23달러였는데 달러당 800원으로 계산하면 약 1만8400원이다. 올해 응시료는 4만8000원이다. 당시 1인당 실질 국민소득은 546만원, 2021년 국민소득이 3656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비용 부담이 상당했던 셈이다.

시간이 흐르며 시험 난도와 출제 경향 역시 변모해왔다. 토익은 2006년, 2016년 두 차례 개정을 거쳤다. 특히 2016년 시행된 제 310회 토익 시험부터 '신토익'이 시행되면서 파트별로 새로운 유형이 적용된 문제가 출제됐다.

한국토익위원회에 따르면 신토익의 듣기평가에선 기존 2인 대화 유형에 3인 이상이 참여하는 대화, 대화문 또는 설명문과 시각정보간 연관관계를 파악하는 유형이 추가됐다. 읽기 평가에서는 메신저 대화, 온라인 채팅, 문자메시지 대화문이 포함됐다.

신토익 시행 이후 토익 난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오히려 평균 점수가 2015년에는 677점에서 신토익 이후 687점으로 10점 상승하기도 했다. 토익 시험이 상대 평가인 탓에 시험 난도 변화에 따른 따른 갑작스러운 점수 하락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경제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현재 토익은 많은 곳에서 영어 실력의 척도 이용되는데, 보통 대학에서 졸업을 위해 요구하는 토익점수는 700~800점대다. 입사를 위해 토익 점수가 필요한 경우에는 더 높은 점수를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종 합격을 위해서는 900점 이상이 안정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토익에서의 고득점 달성은 많은 청년들의 고민거리다. 필수 토익 점수가 상향 평준화 되면서 토익 900점 달성이 어렵지 않다는 인식이 커졌지만, 고득점 달성에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대학교 졸업 시험을 위해 토익에 응시한 A씨는 "수능영어 이후 영어 노베이스로 토익을 공부하려니 힘들었다"며 "학교 졸업을 위해서 700점을 만들어야 했는데, 만만하게 생각했다가 점수가 안 나와서 졸업 유예를 신청하는 낭패를 본 적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토익 평균 성적은 도입 당시보다 130점가량 상승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992년 우리나라 정기시험 평균 성적은 약 550점, 2022년에는 약 680점이다.

인정기간이 2년에 불과한 토익에 재응시를 거듭하는 것도 부담이다. 응시료가 5만원에 가까운 데다, 2만~3만원에 달하는 RC와 LC 문제집을 각각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책값도 만만치 않다.

토익 점수가 필수인 언론사 공채 시험을 준비 중인 김모씨는 "대학생 때부터 고득점을 만들기 위해서 혹은 만료가 돼서 토익 응시를 반복해왔다"며 "또 토익 만료를 앞둔 시점이라 다시 토익 공부를 시작했는데, 인강(인터넷강의), 시험 접수, 문제집까지 사려니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한편 토익은 정기시험은 첫 도입 당시 연간 3차례뿐이었으나, 정기시험이 26회로 늘어나면서 수험생의 응시 기회가 확대됐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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