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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안전운임제' 요구에 "화물차 기사 고소득"...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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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 "月 500만∼600만원 상회"·임이자 의원 "소득 굉장히 높다"

화물기사 고소득 근거로 제시한 고용부 보고서엔 '차량 할부금'은 제외

정상적인 방법으로 할부금 회계에 반영하면 '月 405만~407만원' 수준

시급은 1만3500~1만4700원으로 근로자평균(1만9806원)보다 낮아



헤럴드경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안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정부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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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안전운임제 적용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품목의 화물차 운전자들이 월 500~600만원을 버는 고소득자인 탓에 이들에 대한 제도 확대는 필요치 않다는 정부와 여당의 주장의 사실여부를 확인한 결과, 이 주장은 사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안전운임제 적용 확대를 요구한 품목에 종사하는 화물차 운전자들의 소득에 대해 "(확대 요구 업종인) 철강이나 위험물 등 운송 분야는 월 임금 수준이 500만∼600만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처우 개선 관련 절박성이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에 안전운임제 적용을 확대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도 지난달 28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철강이나 유류차 있지 않습니까, 운반차량. 이런 부분들은 소득이 굉장히 높아요. (조사) 결과를 보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이 '화물차 운전자는 고소득'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는 보고서는 지난 6월 고용노동부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용역을 맡겨 작성한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의 기준 보수액 및 평균임금 등 산정을 위한 소득수준 실태조사' 보고서다.

현재 화물연대는 현재 컨테이너와 시멘트 등 2개 품목에 도입된 안전운임제를 ▷위험물 ▷곡물·사료 ▷자동차 운송(카 캐리어) ▷철강 ▷택배 지·간선 등 다른 5개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며 10일째 집단운송거부(파업)를 이어가고 있다. 이 5개 분야 중 고용부 보고서를 기준으로 가장 소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자동차 운송과 곡물·사료 부문의 월 평균 소득을 보면, 자동차 운송 운전사는 527만9000원, 곡물·사료 운전사는 525만4000원으로 각각 파악됐다. 원 장관 말처럼 월임금이 500만∼600만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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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고용부 보고서엔 회계 상 '비용'으로 처리해야 할 '화물차량 할부금'이 빠졌다. 보고서 작성 목적이 보험료 산정을 위해 만들어진 자료이고, 순소득에 차량 할부금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화물차주들은 통상 영업을 위해 고가의 화물차를 할부로 구입한 뒤 화물을 운반하고 번 수입으로 할부금을 몇 년에 걸쳐 갚아나간다. 할부금을 모두 상환하면 화물차는 차주의 재산으로 남지만 운행 과정에서 감가상각이 일어나고, 할부금에 포함된 이자도 비용으로 나가게 된다. 이 탓에 화물차 운전자들이 유류비 다음으로 많이 지출하는 항목이 바로 '차량 할부금'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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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화물차는 되팔아 돈으로 바꿀 수 있으므로 차량 할부금 전액을 비용으로 치긴 어렵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안전운임을 산정하는 화물차 안전운임위원회는 현재 안전운임제가 시행 중인 시멘트·컨테이너 업종에 대한 월 평균 차량 할부금으로 120만원을 인정하고 있다. 차량의 감가상각비 104만원에 금융비용(이자) 16만원을 합친 금액이다. 이를 고용부의 조사에 반영할 경우 이번 안전운임제 확대를 요구하는 5개 부문 가운데 가장 임금이 높은 자동차·곡물 운송 운전자의 월 임금은 각각 407만9000원, 405만4000원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시간 당 임금은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평균 임금보다 낮다. 고용부 보고서를 보면 자동차 운송 운전자의 월 평균 종사일수는 23일, 곡물 운반 운전사는 25일로, 여기에 한국교통연구원이 조사(2021년 화물운송시장 동향 연간보고서)한 일반 화물차주의 일 평균 노동시간인 12시간을 적용해 계산하면 자동차 운송 운전자의 시간당 평균 소득은 1만4700원, 곡물 운반 운전자의 시급은 1만3500원이다. 이는 고용부가 조사한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평균 시간당 임금 1만9806원(e-나라지표·2021년)보다 크게 낮은 것이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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