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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껍질은 하야하라!" 시진핑 몰래 욕하는 중국인들 [특파원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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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 맞물려
인터넷서 정부 비판 의미의 각종 '조어' 유행
한국일보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 추도식에서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검열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백지 시위'를 펼치고 있다. 지난 24일 북서부 신장 우루무치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민 10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당시 방역 강화 차원에서 아파트를 봉쇄하기 위해 가져다 놓았던 설치물이 진화를 막았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SNS)에 퍼지며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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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검열을 따돌리기 위한 중국인들의 재치가 '백지 시위' 정국에서 빛나고 있다. 검열 대상에 오른 단어와 발음은 비슷하지만 뜻은 전혀 다른 어휘를 써서 검열을 피하는 식이다.

'바나나 껍질'과 '새우 이끼'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바나나 껍질은 중국어로 ‘샹자오피(香蕉皮)’로, 이니셜이 '시진핑'과 같다. 또한 새우 이끼는 중국어로 샤타이(虾苔)인데, 발음이 퇴진, 하야라는 뜻의 샤타이(下台)와 비슷하다. '바나나 껍질 새우 이끼'라는 외계어 같은 문구가 중국인들에겐 '시진핑 하야'로 읽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검열에 걸리지 않는다.

살벌한 시위 와중에 웬 알파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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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곳곳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르는 가운데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한 여성이 알파카를 데리고 거리로 나선 모습이 포착됐다.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풀'과 '흙', '알파카'가 담긴 사진은 중국 검열 당국을 비난하는 뜻으로 통용된다. 트위터 사진 캡처


중국 정부가 인터넷 검열을 본격화한 2010년대 초반 유행했던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풍자적 사진이나 영상)'도 제로 코로나 항의 시위를 계기로 부활했다.

이런 식이다. 풀과 흙으로 덮인 길 위를 걷는 말 또는 알파카의 사진이 있다. 언뜻 보면 아무런 메시지가 없다. 풀(草), 흙(泥), 말(马)을 중국어로 연달아 발음하면 "너의 엄마를 X 먹여라"라는 뜻의 욕설인 '차오니마(肏你妈)'와 비슷하게 들린다. 알파카 밈은 검열관들을 약올리는 의미로 사용된다.

백지 시위의 시발점이자 시위가 가장 격렬하게 벌어진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선 한 여성이 알파카 세 마리를 길 한복판에 끌고 나오기도 했다. 정부를 비판하고 조롱한 것이지만, 공안 당국은 알파카를 끌고 다닌 행위 자체에 범죄 혐의를 씌울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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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중국 베이징의 칭화대학교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난 가운데, 일부 학생들이 '프리드만 방정식'이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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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껍질, 체포 못하는 게 시진핑의 딜레마"


시진핑 국가주석의 모교인 베이징 칭화대학교 학생들은 우주의 팽창 속도를 측정하는 '프리드만 방정식(Friedmann equations)'이 적힌 A4용지를 들고 시위에 나왔다. 방정식의 주인공 프리드만의 발음이 '봉쇄당하지 않은 자유로운 사람'을 뜻하는 '프리드맨(Freed man)'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향한 불만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달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광둥어를 사용한 정부 비판이 쏟아졌다. 홍콩을 포함한 중국 남서부의 방언인 광둥어를 사용할 경우 표준어인 만다린어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집중된 검열을 피할 수 있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중국 온라인 공간에선 톈안먼 민주화 운동(1989년)을 떠올리게 하는 '톈안먼'과 톈안먼 시위 날짜인 '6월 4일'도 검열 대상에 오른다. 중국 네티즌들은 '5월 35일'이란 표현을 암호처럼 사용한다. 5월 31일 이후 나흘이 지난 날짜라는 뜻으로, 6월 4일을 가리킨다.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는 최근 칼럼에 “시진핑을 조롱한 것도, 규칙을 어긴 것도 아니고 그저 '바나나 껍질'이라고 쓴 사람들을 체포하지 못하는 것이 독재자(시 주석)가 처한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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