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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기억할 오늘] 잔해조차 못 찾은 전투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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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미 해군 ‘제19 비행편대’ 실종
한국일보

1945년 12월, 버뮤다 삼각지대 인근 해역에서 훈련비행 도중 실종된 비행편대와 동일 기종 뇌격기. usn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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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12월 5일 오후 2시 10분, 미국 플로리다 로더데일 해군 기지에서 5대의 뇌격기가 이륙했다. 일상적인 교육훈련. ‘제19 편대’ 편대장은 2차대전 태평양전선에서 활약한 만 27세의 찰스 테일러(Charles C. Tayler) 중위로 2,500여 시간 비행 경력(log time)의 베테랑이었고, 교육생들도 각각 해당 기종으로 60시간 안팎(총 300시간)의 비행 시간을 채운 이들이었다. GM이 제작한 뇌격기(Grumman TBM Avenger)에는 각각 3명(1대는 2명)씩 모두 14명의 해군과 해병이 분승했다.

이륙 후 기지 동쪽의 타격 지점에 폭탄을 투하한 뒤 기수를 북쪽으로 돌려 그랜드바하마섬 상공을 선회하고 다시 남동쪽 기지로 복귀하는 단순한 임무였다. 기상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첫 임무를 완수한 뒤 그랜드바하마섬으로 향하던 중 이상 징후가 시작됐다. 테일러는 계기판 나침반이 고장났다고 관제탑에 알렸고, 마침 그즈음 먹구름이 몰려오면서 돌풍과 함께 비가 쏟아졌다. 한 파일럿도 “우리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무전을 송신했다. 인근 상공을 비행 중이던 한 비행교관이 그 무전을 청취, 테일러와 교신했다. 테일러는 아무래도 자신이 플로리다 키스(Keys) 상공을 비행 중인 것 같다고 전했다. 목표지점 타격 이후 그 짧은 시간에 수백 마일이나 항로를 이탈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테일러는 그렇게 판단했다고 한다.

갈팡질팡 해상을 비행하던 편대의 교신은 오후 7시경 끊겼다. 해군은 직후 수색 비행정(PBM Mariner) 두 대를 급파했다. 하지만 불과 20분 뒤 구조대원 등 13명을 태운 비행정 한 대도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잦은 폭발사고로 ‘날아다니는 가스탱크’라 불렸다는 문제의 비행정은 공중에서 화염에 휩싸여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19편대의 흔적은, 300여 대의 선박과 항공기가 동원돼 약 5일간 벌인 광역 수색에도 불구하고 잔해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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