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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EU, 미 ‘인플레 감축법’에 맞불 놓나…“공평한 경쟁 존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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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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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맞서 유럽연합(EU)이 자체적으로 보조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4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헤에 있는 유럽대학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 때문에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며 “(유럽연합이) 경쟁이 이뤄지는 경기장의 균형을 다시 맞추기 위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전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발언은 5일 미국 워싱턴 외곽에서 열리는 미국-유럽연합 무역기술위원회(TTC) 3차 회의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이번 회의의 핵심 안건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이날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조금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유럽연합과의 협상에서 관련 법 내용을 수정하지 않을 경우 유럽연합도 자체적으로 보조금 제도를 개선해 ‘맞불’을 놓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우리가 (유럽연합의) 보조금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지, 새로운 글로벌 환경에 맞게 적응시킬지를 되돌아보게 한다”고 했다. 그는 유럽연합이 공공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보조금 제도를 개선하고 녹색 기술로의 전환을 위한 추가적인 기금 마련 필요성을 짚었다. 동시에 미국과 함께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을 논의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 법이 “불공정한 경쟁을 일으키고, 시장을 폐쇄하며, 이미 코로나19로 도전을 받은 바 있는 바로 그 중요한 공급망을 분열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쟁은 좋다. 하지만 공평한 경쟁의 장을 존중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유럽연합이 미국과 함께 중국에 맞서 협력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예컨대 중국이 청정 기술을 위한 핵심 원자재의 생산과 공정을 독점하는 상황에 맞서 미국과 유럽연합이 전기차 충전 표준에 합의하는 등의 대안을 찾아 협력할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연합 27개국은 미국이 4300억달러 규모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북미산 전기차와 배터리 업체 등에 주는 보조금과 세제 혜택 때문에 유럽연합에 있는 자동차 생산업체와 녹색 기술 개발업체 등이 유럽에서 투자처를 미국으로 옮겨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같은 날 유럽의회에서는 5일 미국-유럽연합 간 협의 전망에 회의적 견해를 나타내며 이 법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이 이날 독일 언론에 “이미 법이 통과된 상황이라 (앞으로 미국과 유럽연합이 협의하더라도)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세계무역기구 제소로 해당 법안이 국제적인 무역법과 양립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미국을 국빈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 의회 의원들을 만나 이 법이 기업가들에게 “매우 공격적”이라면서 “좋은 친구로서 존중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고 이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법에 “결함”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동맹국들을 위한 “조정”이 가능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 정부·국회 합동 방미 대표단도 5~9일 미국 행정부 및 의회 주요 인사를 만나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놓고 논의한다.

베를린/ 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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