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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브라이트먼, 이태원 희생자들 기렸다…“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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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의 내한공연서 추모곡으로 ‘피에 예수’ 불러

‘오페라의 유령’ ‘타임 투 세이 굿바이’ 등 열창


한겨레

세라 브라이트먼 내한공연 장면.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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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축제 같은 이때, 더는 우리와 함께하지 않는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지난 3일 밤 서울 강서구 케이비에스(KBS)아레나에서 열린 공연 ‘크리스마스 심포니’에서 세계적인 팝페라 가수 세라 브라이트먼은 이 말을 한 뒤 자비로운 예수라는 뜻의 ‘피에 예수’(Pie Jesu)를 불렀다.

브라이트먼은 이태원 참사를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피에 예수’는 10월29일 이태원에서 덧없이 세상을 떠난 젊은이들과 그들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노래였다. 앞서 브라이트먼은 국내 언론과 한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을 위해, 그리고 그곳(이태원)에서 일어난 비극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피에 예수’를 들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저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Dona eis requiem, Sempiternam)라는 가사가 연이어 나오는 이 노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으로 유명한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만든 클래식 곡이다. 웨버가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작곡해 1985년 초연했다.

이날 무대는 크리스마스를 테마로 코리아 모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위너 오페라 합창단이 함께했다. 공연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받고 싶던 ‘종합선물상자’ 같았다. 팝·오페라·클래식·캐럴·크로스오버 등 다채로운 노래가 담겨 있었다. 크리스마스엔 두 가지 이미지가 있다. ‘징글벨’ 같이 흥겨운 분위기와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같이 성스러운 분위기다. 이번 공연에선 이런 두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었다.

1부와 2부로 나눠 이뤄진 이번 공연에서 1부는 오케스트라의 ‘호두까기 인형 서곡’ 연주로 문을 열었다. 이어 브라이트먼이 고른 첫 노래는 ‘아베 마리아’였다. 반짝반짝 빛나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등장한 브라이트먼은 노래 중간중간 곡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하며 이해를 도왔다.

‘어라이벌’을 부를 때는 스웨덴의 아바가 이 노래를 불렀다고 설명했다. 그랬다. 이 노래는 원래 아바의 히트곡 ‘댄싱퀸’이 실린 네번째 앨범 <어라이벌>(1976)의 동명 타이틀곡이다. 브라이트먼은 원곡이 지닌 신비로운 분위기에 크리스마스 축제 같은 느낌을 더해 이 노래를 불렀다.

1부 절정은 ‘넬라 판타지아’였다. 이 노래 원곡은 영화 <미션>(1986)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가운데 하나인 ‘가브리엘의 오보에’다. 브라이트먼은 이 노래를 부르기에 앞서 “나는 항상 (이 노래 작곡가인)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을 사랑해왔다”며 “연주곡인 이 곡을 노래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사실 쉽지만은 않았다. 브라이트먼은 가사를 붙여 부르게 해달라고 모리코네에게 편지를 썼지만 단번에 거절당했다. 브라이트먼은 두달마다 부탁의 편지를 보냈고, 결국 허락을 받아냈다.

브라이트먼은 이 노래 제목(내 환상 속으로)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박수갈채를 끌어냈다. 1부는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아무도 잠들지 말라’(네순 도르마)로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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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브라이트먼 내한공연 장면.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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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선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아이 빌리브 인 파더 크리스마스’ 등 성탄절 느낌이 물씬 나는 노래가 나왔다. 브라이트먼은 팝페라 가수 제이 드레프와 함께 종을 흔들며 ‘캐럴 오브 더 벨스’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브라이트먼은 ‘콜더 댄 윈터’를 부르기에 앞서 이 노래를 설명했다. “즐거워야 할 크리스마스가 어떨 땐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힘든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저는 크리스마스의 다른 면을 보여주는 이 노래를 부르려 한다”고 했다.

‘콜더 댄 윈터’는 미국 컨트리 가수 빈스 길의 앨범 <더 싱스 댓 매터>(1985)에 실린 노래다. 실연의 마음을 겨울 추위에 비유했다. 브라이트먼은 원곡 가사에 더욱 애절한 마음을 담아 노래했다.

2부의 압권은 브라이트먼을 상징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주제곡인 ‘오페라의 유령’이었다. 그는 1986년 초연한 <오페라의 유령>에서 신인배우로 주연급인 크리스틴 다에를 맡아 대흥행을 끌어내며 전설을 남겼다. 이 노래는 맨 마지막이 절정이다. 유령이 “노래!”라고 할 때마다 끝없이 고음으로 올라간다. 이날 공연에서도 브라이트먼은 정신이 아찔해지는 고음을 계속 터뜨리며 공연의 클라이맥스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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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브라이트먼 내한공연 장면.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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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트먼은 “이제 헤어질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하며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와 함께 부른 듀엣곡 ‘타임 투 세이 굿바이’를 마지막 노래로 불렀다.

브라이트먼은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이 노래를 부른 배경에 대해 “(보첼리가 혼자 부른) 노래를 들었을 때 차트 순위권에 오를 정도의 인기곡은 아니었지만 굉장한 노래라고 여겼고, 듀엣곡으로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안드레아와 연락이 닿았고 그는 제 아이디어를 마음에 들어 해서 함께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이어 “처음 듀엣으로 노래를 부를 때는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몰랐지만, 결과는 실로 대단했다”고 덧붙였다.

‘타임 투 세이 굿바이’로 공연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브라이트먼은 앙코르 요청에 ‘어메이징 그레이스’와 ‘해피 크리스마스’를 연이어 불렀다. 이번 브라이트먼의 내한공연은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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