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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발 '식량 위기'에 국경 넘는다…EU 불법 입국, 전년比 1.8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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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까지 28만명 불법 입국

전년 동기 대비 1.8배 늘어

식량난·물가 상승으로 난민 증가

아시아경제

이탈리아가 입항을 거부한 오션 바이킹호의 난민들 [사진 제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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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올해 유럽연합(EU)으로 향한 불법 입국자 수가 1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식량 위기와 물가 상승으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국경을 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난민 수용을 둘러싼 EU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럽 대외 국경관리 협력 기관 프론 텍스의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집계된 EU 불법 입국자 수가 28만명을 기록, 전년 대비 77%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시리아 내전으로 난민이 대거 유입됐던 2015~2016년에 이은 최대 규모다. 특히 지난 10월에만 3만6500명이 EU의 국경을 무단으로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넘어온 난민 500만명을 제외할 경우 지중해 중앙부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서발칸 지역 루트를 통한 불법 입국 사례가 가장 많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발칸 지역으로 들어온 불법 입국자 수는 12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2.7배 늘었으며 중앙 지중해 항로로 입국한 이들은 8만5000명으로, 1.5배 늘었다.

불법 입국자 중에는 이집트인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이주기구(IOM) 데이터로 불법 입국자 유입 경로를 국가별로 보면 이집트에서만 1만8000명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을 통한 불법 입국자 수는 각각 2.6배, 1.3배씩 늘었다.

올해 들어 불법 입국자 수가 EU로 대거 유입된 이유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 위기가 심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독일의 킬 세계 경제연구소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아 식량 위기를 겪게 된 이집트와 튀니지 등의 국가에서 불법 입국자가 대거 유입됐다"며 "세계적인 식량부족과 물가상승이 난민이 급증한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불법 입국자 수의 폭증으로 EU 국가에서는 난민 수용 문제가 또다시 외교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초 이탈리아는 난민 234명을 태운 민간 구호단체의 구조선이 해상에 표류하자 입항을 거부해 EU 국가들의 비난을 샀다.

이에 프랑스가 지난달 10일 3주 가까이 시칠리아 인근 해상에 머무르던 구조선 '오션 바이킹'의 입국을 허용한 뒤 EU 회원국들과 나눠 이주민을 수용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이탈리아가 지난 6월 EU의 12개 회원국이 난민을 분산 수용하고자 맺은 협약을 위반했다고 보고 이탈리아에서 이주민 3500명을 받기로 한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갈등을 두고 "4년 전 마크롱 대통령과 난민 수용을 거부했던 포퓰리스트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과의 충돌에서 촉발된 EU 내 '난민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주요 외신들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EU로 향하는 난민의 수가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발전소, 전력망을 표적으로 삼고 있어 향후 난민이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전쟁으로 EU가 세계 2차대전 이후 최대 난민 위기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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