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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 연극 ‘아몬드’ 상연, 원작자는 4일 전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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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아몬드 표지


소설 ‘아몬드’(창비)의 연극 상연이 원작자인 손원평과 사전에 상의되지 않은 채 진행돼 논란이다. 연극 단체와 출판사 간 계약 논의가 뒤늦게 이뤄졌고, 손 작가는 연극 4일 전 상연 사실을 알게 됐다.

5일 창비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2022년 12월 3일과 4일 양일간 공연된 극단 청년단의 연극 ‘아몬드’(민새롬 연출, 고양문화재단 주관, 용인문화재단 주최)의 2차 저작물 사용 허가 상황에 관해 말씀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이 올라왔다. 이에 따르면, 창비가 이번 ‘아몬드’의 연극 상연을 인지한 것은 지난 10월 17일 온라인 보도자료를 통해서다. 이후 창비는 관련 내용에 대해 연극 관계자에게 항의하고 계약 내용을 상의했다.

논란이 된 연극은 ‘아몬드’의 4번째 상연이다. 3번째까지와 달리, 소설을 연극화하는 과정에서 출판사 및 원작자와의 상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아몬드’는 앞서 2019년 9월(서울시극단 주관, 세종문화회관 주최), 2021년 5월(고양문화재단·극단 청년단 주최, 극단 청년단 제작), 올해 5월(고양문화재단 주관 및 제작, 극단 청년단 협력)으로 상연된 적 있다.

한편, 창비가 작가에게 이 사실을 전달한 것은, 연극 상연을 인지한 것으로부터 약 6주가 지나서다. 창비는 “11월 29일 극단측 계약 조건을 최종 수령하고 저작권자인 작가에게 해당 사안을 알리고 2차적 저작물 사용 허가 여부를 안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창비 관계자는 “작가는 물론이고 출판사에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자료가 나가서, 극단에 항의하고 재공연에 대해 다시 계약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 진행하고 있었다”며 “조건들을 조율하고 작가에게 말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됐다”고 말했다.

창비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작가의 입장문에 따르면, 그는 “본 공연을 예매한 관객보다도 늦게 공연 4일 전 ‘아몬드’의 공연화를 알게 되었습니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작가는 “공연이 단 4일 남은 상황에서 공연을 중지시키는 것이 스탭들과 배우들, 그리고 극장을 찾을 관객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지 않았다”며 공연 중단을 요청하지 않은 배경을 밝혔다. 이어 “출판사 편집부, 저작권부, 연극 연출자가 ‘저작권’이라는 것에 대해 얼마나 허약한 인식을 갖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며 “창작자의 영혼이 아무렇지도 않게 증발되는데 일조해서는 안 된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손원평 작가는 이날 오후 본지에 “저는 모든 창작의욕과 동력을 잃었습니다. 저작권에 대한 일들이 늘 그랬듯 시간이 지나면 잊힐 일에 대한 피해자는 까탈스런 이의를 제기했다는 꼬리표와 더불어 언제나처럼 작가가 될 것입니다”라며 “나름 저는 몇년간 창비를 대표한 작가였음에도 이런일이 벌어진 바, 저보다 덜 알려진 힘없는 창작자들이 더 큰 고통에 몰래 숨죽이고 있을 것은 불보듯 뻔합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는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헌법과도 같은 것입니다. 한국문학과 문화가 도태되어간다면 그것은 힘을 가진 주체들이 작가의 정신을 물질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됩니다”라고 말했다.

민새롬 연출가는 이날 극단 청년단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작가님과 출판사 저작권팀, 유관부서에 머리 숙여 정식으로 사과드린다. 앞으로 법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행할 것을 약속드린다”는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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