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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김만배, 왜 천화동인 10%를 남욱 이름으로 돌리려했나 [에그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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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10%? 천화동인1호의 10%는 120여억원

”FIU에 포착 ‘수상한 자금’ 해명 목적일 듯”

김만배 대여금 473억원... ‘돈 저수지’ 주목 #에그스토리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불거진 직후인 작년 9월, 사업을 주도하던 천화동인1호 소유주 김만배씨가 남욱 변호사(천화동인4호 소유주)에게 “천화동인1호 지분의 10%를 네 걸로 하자”고 여러차례 부탁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사건’ 재판에서 남욱이 이렇게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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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변호사가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사건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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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화동인1호는 김만배가 이재명 측근 3인방(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700억원을 주기로 약속한 그 회사다. 남욱은 이날 “김만배가 2021년 9월부터 계속 저한테 부탁한 게 (천화동인 1호 지분) 10%는 네 걸로 좀 하자는 것이었다”며 “저는 ‘형들 문제에 이제와서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도,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천화동인 10%는 니 지분으로 하자’고 했다. 미국 가서도 여러 차례 부탁했고 저는 계속 거절했다”고 말했다.

김만배는 왜 천화동인1호의 10%를 남욱 앞으로 돌려놓으려고 했을까.

이들의 지분구조부터 살펴보자. 대장동 개발사업의 민간사업자는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 전체 배당수익은 4040억원에 이른다. 이중 김만배와 그의 가족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3호를 장악해 전체의 49%를 갖고 약 1987억원을 벌었다. 이어 남욱은 천화동인4호로 1007억원(25%)을, 정영학 회계사는 천화동인5호로 644억원(16%), 조우형씨는 천화동인6호로 282억원(6.9%)을, 배성준 전 YTN 기자는 천화동인7호로 121억원(2.9%)을 각각 나눠가졌다. 대장동 일당이 말하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은 김만배의 수익 중 절반을 말한다. 그래서 49%의 절반인 24.5%로 특정되고, 여기서 세금과 공과금 등을 제외한 700억원을 주기로 약속한 것이다. 이후 유동규에게 미리준 5억원 등과 공통경비 등을 빼고 428억원을 주기로 다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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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파악한 대장동 사업 민간사업자 지분 구조


천화동인1호만 놓고 보면 배당수익은 1208억원이다. 이중 10%는 120억여원에 불과하다. 이재명 측에 주기로한 돈을 감추려고 했다고 보기엔 너무 적은 금액이다. 물론 정영학, 정민용, 배성준 등 다른 일당을 동원해 차명 지분을 여러 곳으로 분산시키려고 했을 수는 있지만, 의혹이 불거진 직후 급하게 지분을 넘기는 것은 오히려 의심을 살 수 있어 위험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남욱에게 지분 10%를 네 것으로 해놓자는 부탁을 했을 당시(2021년 9월)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이어서, 이재명 측에 줄 돈의 규모나 구체적인 지분 등이 알려지지도 않았다.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도 있다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 김만배 본인도 어떤 대화가 녹음됐는지 모르고 있을 때였다. “천화동인1호의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는 의혹이 나오자, 김만배는 “그런 말은 했지만 둘러댄 말이었다”고 했다가 재차 “그런 말 자체를 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대장동 사업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당시는 오히려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가 경찰에 넘어간 게 이들에게는 훨씬 큰 리스크였다”고 털어놨다. FIU는 작년 4월 화천대유와 천화동인1호 등의 수상한 자금흐름을 포착하고 관련 첩보를 경찰에 넘겼다. 수사는 지지부진했지만, 이들의 녹취록에 보면 수차례 이 부분 수사에 대비하는 대화들이 등장한다.

김만배는 2019년 10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천화동인1호에서 7차례에 걸쳐 473억원을 장기 대여했다. 검찰에서 김만배는 “대부분 다 갚고 130억원 정도 남았다”고 했지만, 검찰이 파악한 돈은 148억원 가량 된다. 검찰은 이 돈의 사용처를 의심하고 있다. 대여와 변제, 투자와 용역계약 등의 여러가지 방식으로 ‘돈 세탁’을 한 흔적이 있기 때문이다. 대장동 일당이 로비를 목적으로 만든 비자금으로 의심받는 ‘돈 저수지’ 중 가장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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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용처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유일하게 드러난 건 유동규에게 수표와 현금으로 준 5억원이 전부다. 이날 남욱이 말한 ‘지분 10%’는 김만배가 로비자금 등으로 쓴 돈을 감추기 위해 남욱에게 지분으로 넘기려고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재판에서 김만배 측 변호인은 “증인 말대로라면 이재명 지분을 김만배가 처분해도 된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남욱은 “어차피 수사받아야 되는 상황이고, 어쨌든 제기된 이슈들에 대해 당사자가 해명해야 되니까 당연히 저런 문제도 고민이 됐을 것이고, 그러니깐 저한테 부탁하셨을테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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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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