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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자녀 '지위 박탈'에 분노한 덴마크 왕자 "미국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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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레테 2세 여왕 차남인 요아킴 왕자, 가족과 워싱턴행

지난 9월, 갑작스런 네 자녀 ‘왕자·공주’ 지위 박탈로 큰 충격

아시아경제

덴마크 요아킴 왕자(왼쪽에서 세 번째)와 아내 마리 왕자비, 네 자녀의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덴마크 마르그레테 2세(82) 여왕의 차남으로 덴마크 왕위 계승 서열 6위인 요아킴 왕자(53)가 내년 하반기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다.

4일(현지시간) 덴마크 현지 언론과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요아킴 왕자는 지난 9월 네 자녀의 왕실 지위 박탈에 불만을 품고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부터 프랑스 파리의 덴마크 대사관에서 국방무관으로 일해 온 그는 워싱턴DC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요아킴 왕자는 아내 마리(47) 왕자비와 미성년 두 자녀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하며, 방위 산업 분야에서 새 일자리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월 마르그레테 2세는 요아킴 왕자의 네 자녀인 니콜라이(23), 펠릭스(20), 헨리크(13), 아테나(10·여)에 대해 왕실 일원의 지위를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들 네 명은 내년 1월1일부터 왕자와 공주 대신 백작 등의 칭호로 불린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요아킴 왕자와 마르그레테 2세 간의 입장차는 극명했다. 요아킴 왕자는 여왕의 방침이 공표되기 겨우 닷새 전에야 이런 사실을 통보받았다며 공개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왕실은 지난 5월 요아킴 왕자에게 자녀들의 왕실 지위 박탈 결정에 대해 미리 알려줬다고 반박했다. 요아킴 왕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가족 모두 매우 큰 슬픔을 느낀다. 자녀가 상처받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라며 "그들(왕실)은 이해하지 못할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고 말했다.

요아킴 왕자는 두 번의 결혼에서 각각 2남과 1남 1녀를 얻었다. 그의 전처이자 니콜라이, 펠릭스 왕자의 친모인 알렉산드라(58)는 "너무나 갑작스러운 결정에 내 아들들이 '배척당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고통을 토로했다. 막내인 아테나는 더 이상 공주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덴마크 왕실은 요아킴 왕자 가족의 당혹감을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여왕의 결정을 존중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왕실의 규모를 축소함으로써 덴마크 왕실이 앞으로도 존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마르그레테 2세는 "내 자녀들과 며느리, 손주들이 내 큰 기쁨이자 자랑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의심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 가족이 이 상황을 잘 헤쳐나가 평안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왕의 바람과는 달리 덴마크 왕실 가족들은 이번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지 않는다. 여왕은 자녀, 손자·손녀들이 아니라 여동생, 친구들과 성탄을 보낼 계획이다. 왕세자 가족은 호주를 방문하며, 요아킴 왕자 가족은 긴 해외여행을 떠난다.

현재 덴마크 왕실의 왕위 계승 서열 순위는 마르그레테 2세의 장남인 프레데릭 왕세자가 1위고, 그의 3남 1녀 자녀들이 2~5위에 올라있다. 왕세자의 자녀 4명은 여전히 왕실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여전히 왕실이 존속하는 유럽 국가들은 앞다퉈 왕실 규모 축소에 나서고 있다. 군주제와 왕실 가족들의 호화·사치에 대한 비판의 여론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벨기에와 스웨덴은 왕실 규모 간소화를 이미 실행에 옮겼다.

1남 2녀를 둔 스웨덴 칼 구스타브 국왕은 2019년 10월 왕실 일원을 본인 부부, 세 자녀와 배우자, 왕위 계승자 빅토리아 왕세녀의 1남 1녀로 제한해, 장남과 차녀가 낳은 손주 6명은 왕자·공주가 아닌데다 왕실 가족 지원금도 받지 못한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영국 또한 찰스 3세 즉위 후 이 같은 변화의 물결에 동참할 것을 고민 중이라고 보도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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