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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韓 게임 가상세계 개발·운영 독보적…글로벌 IP 확보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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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어벤져스’를 연출한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 AGBO의 최대 주주가 넥슨으로 바뀌었다. 최근 폐막한 국내 최대 게임 축제 지스타에서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게임 퍼블리싱(유통) 산업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했다. 게임과 영화, 드라마, 음악, 웹툰 등 콘텐츠 산업을 구성하는 주요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BTS, ‘오징어 게임’ ‘미나리’ ‘기생충’ 등이 세계 무대에서 집중 조명을 받는 K콘텐츠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식재산권(IP)을 연결 고리로 한 콘텐츠 산업의 영역 경계 허물기는 세계로 나가는 K콘텐츠에 추가 성장 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K게임은 이미 한국 콘텐츠 산업 수출의 69.5%를 차지하고, 가전과 이차전지 수출 규모도 각각 뛰어넘어 한국의 주력 수출 업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이 비욘드 게임(Beyond Game·게임 생태계 확장)이라는 주제로 지역과 국가는 물론 각 영역의 경계까지 무너뜨리는 무한경쟁 시대 속 K게임의 행보를 조명한 이유다. K콘텐츠를 넘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판도를 흔들 K게임의 여정이 시작됐다. [편집자주]

조선비즈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아시아학,일본 동경대 법학·행정학 석사, 전 포인트캐스트 아시아지역 부사장, 전 미국 일렉트로닉아츠(EA) 수석 부사장, 전 넥슨 관리본부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넥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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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게임 산업의 미래를 봤다. 바로 넥슨에서다.”

지난 2001년 넥슨을 방문한 오웬 마호니 일렉트로닉아츠(EA) 수석부사장은 넥슨의 PC 온라인 게임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를 만난 오웬 부사장은 그에게 넥슨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오히려 “넥슨에서 함께 일하자”라는 역제안을 받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오웬 부사장은 이후로도 9년간 세 차례의 인수 제안과 이직 제안을 김 창업자와 주고받았고, 결국 2010년 관리본부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넥슨에 합류했다. 그는 2011년 넥슨을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 제1부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시켰고, 2014년에는 넥슨 대표이사가 됐다. 오웬 대표는 현재 넥슨 그룹사 전체 비즈니스와 북미 지역 게임 스튜디오 투자를 총괄하고 있다.

오웬 대표는 11월 22일 서면 인터뷰에서 “K게임이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게임을 개발할 때부터 해외 시장을 목표로 글로벌 이용자가 좋아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한국 개발자는 이미 개발 및 운영 능력을 충분히 갖춘 만큼 전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지식재산권(IP)을 필수적으로 확보해 더 큰 기회를 도모해야 한다”라고 했다. 다음은 오웬 대표와 일문일답.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바라보는 K게임의 특장점은.

“넥슨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면 글로벌 게임 업계의 관점에서 K게임은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서구권 게임들이 혼자 즐기는 싱글 플레이어 위주로, 다운로드 또는 패키지 형태로 제공되는 반면 K게임은 다수의 이용자가 함께 접속해 즐기는 몰입감 높은 가상세계를 갖고 있다. 가상세계는 이용자가 방문하는 곳으로, 게임을 구입해 이용하는 서구권 게임과 접근법이 다르다. 이는 사업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모든 영역에서 차이를 만들어낸다. 두 번째 특징은 가상세계를 실시간으로 운영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넥슨의 경우 실시간으로 게임 내 밸런스를 조절하고, 불법 프로그램 사용을 근절한다. 반대로 서구권 게임은 출시 후 별도의 콘텐츠 추가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세 번째 특징은 이런 가상세계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오랜 기간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것이다. 이는 출시 후 일정 기간 인기를 끌다가 후속작이 나오면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서구권 게임과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많은 서구 게임 개발자가 K게임의 가상세계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K게임이 일부 아시아 시장에서만 선전하는 이유는.

“문화적인 차이가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특정 장르, 캐릭터, 디자인 등을 아시아인은 선호하는 반면, 서양 이용자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서구권 게임은 초기 비용을 이유로 출시 3~6개월간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을 기반으로 한다. 반면 K게임이 추구하는 가상세계의 성장 모델은 완만하지만 꾸준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하는 특징이 있다. 이런 차이를 서구권에서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포트나이트와 마인크래프트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서구권 이용자들도 한국의 가상세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의 가상세계 기반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글로벌 게임 시장을 공략하려면 K게임이 무엇을 갖춰야 하나.

“게임을 개발할 때부터 해외 시장을 목표로 하고 글로벌 이용자가 좋아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 개발자들은 전 세계 게임 업계에서 가장 재능이 뛰어나다. 특히 가상세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독보적인 지식과 노하우가 있다. 이런 지식은 서구권과 일본 게임 회사에서 간과되는 경우가 많은데, K게임의 장점으로 다가온다. 한국 개발자는 이미 개발 및 운영 능력을 충분히 갖춘 만큼 전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IP를 필수적으로 확보해 큰 기회를 도모해야 한다. 닌텐도는 미야모토 시게루와 이와타 사토루의 지휘 아래 싱글 플레이어 게임을 전 세계에서 성공시키면서 기회를 잘 살렸다. 우리는 가상세계를 기반으로 글로벌 성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 같은 우수 IP를 확보하고 있는데.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 등 우리의 핵심 IP는 실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런 IP는 실적을 넘어 넥슨의 핵심 가치와 지향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우수 IP를 기반으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한다. 이런 게임은 ‘배우기는 쉽지만 마스터가 되기는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마르지 않는 콘텐츠와 꾸준히 진화하는 가상세계를 바탕으로 한다. 또 시간이 지나도 이용자들이 돌아오고 싶게 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우수 IP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IP 개발과 함께 리소스 투자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당장 많은 매출을 기록하는 게임은 많지만, 대부분이 이용자들을 장기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우리는 이런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며, 이를 가장 잘 실현할 방법은 이용자가 누릴 즐겁고 새로운 경험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게임 IP가 영화, 드라마, 웹툰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보는가.

“당연하다. 게임 IP를 일방향적 엔터테인먼트로 구성하는 것은 과거에도 많이 시도됐다. 하지만 대부분이 원작의 팬들에게 실망스러운 작품으로 평가받고 사라졌다. 그럼에도 넥슨은 지난해 ‘넥슨 필름 엔터테인먼트’라는 조직을 만들어 자사 IP를 영화와 시리즈로 확장하고 반대로 인기 있는 영화와 시리즈를 게임으로 이식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올해 초에는 ‘어벤져스’를 포함한 여러 블록버스터 시리즈를 제작한 아그보(AGBO)에 투자했고, 월트디즈니 최고전략책임자를 지낸 케빈 메이어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비록 현재 시점에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할 수 없지만, 넥슨의 IP를 여러 분야로 확장하고 전 세계의 다양한 IP를 몰입감 넘치는 게임으로 이식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매우 기대가 크다.”

누구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게임 제작의 민주화’를 추진하고 있던데.

“게임 개발, 특히 온라인 게임 개발은 너무 어렵다. 비싸면서도 복잡하고 어려운 툴을 사용해야 한다. 심지어 쉽게 게임을 개발할 수 있게 도와주는 툴도 너무 복잡하다. 나는 어렸을 때 취미로 코딩을 통해 게임을 만들었고, 요즘 아이들과 같이 게임 개발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요되는 불필요한 복잡함에 많은 답답함을 느꼈다. 넥슨의 경영진도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넥슨이 새롭고 보다 쉬운 툴을 소개할 수 있으면 게임 개발을 꿈꾸는 사람은 더 많아질 것이고, 이들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현실로 구현할 것이다. 게임 제작의 민주화도 이런 시도 중 하나다.”

10년 후 게임 산업의 발전 방향은.

“구체적인 예측은 어렵지만 몇 가지는 예상할 수 있다. AAA급 게임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규모는 더 커지고, 개발 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다. 글로벌 게임 시장이 소수의 ‘메가 히트’ 게임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 또 게임 산업의 글로벌화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더 많은 서구권 게임 업체가 우수 IP를 게임으로 만들거나 한국 IP의 서구권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 게임의 발전과는 별개로 소규모 게임 개발자들도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게임 개발 툴은 게임 개발의 대중화로 이어질 것이며 더 많은 우수 개발자가 탄생해 이용자에게 폭넓은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몰입감 넘치는 가상세계에 대한 잠재적인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인터넷에 연결 가능한 모든 기기는 가상세계로 들어가는 출입문이 됐다. 최고급 성능의 PC와 보급형 스마트폰의 간극이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있어야 접할 수 있었던 가상세계를 보급형 스마트폰으로도 즐길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이런 시대는 K게임과 넥슨에 매우 큰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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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우 기자(jiin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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