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현경이 강점인 '생활 연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류현경은 최근 개봉한 영화 '요정(신택수 감독)'에서 생활력 강한 차녀이자 카페 사장 영란으로 분해 극 중 남편 호철(김주헌)과의 섬세한 심리전을 실감나는 생활 연기로 그려냈다.

김혜수의 아역으로 데뷔해 26년 경력의 배우인 류현경은 매 작품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하지만 정작 류현경은 "내 연기 스타일에 대해서는 보시는 분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거 같다. 내 스스로도 아쉬운 부분이 있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요정'은 대형 상업영화들에 비하면 스코어 면에서는 소소하지만 독립·예술영화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웰메이드 호평을 받고 있다. 류현경은 "소중한 작품이다. 내 인생을 돌아보고, 변화할 용기를 준 작품"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시나리오 보고 어땠는지.

"보자마자 두 사람의 묘한 심리전이 대사에서 느껴졌다. 그걸 연기로 잘 표현해내고 싶어서 출연하게 됐다."

-잘 표현하고 싶었다는 건 어떤 부분일까.

"영화 내용이 부부 사이에 주도권 싸움을 하게 되는데, 친구나 가족 간에도 있을 수 있는 부분이다. 서로의 심리를 모른 척 하기도 하고 아는 척 하기도 하는 기묘한 게 영화에 녹아져있고 재밌었다."

-독특한 매력이 있는 작품 같다.

"영화에 요정이 나오지만 결국은 서로가 서로의 요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영화 안에서 감독님이 표현하려는 한가지가 '석이가 요정이고 얘네들이 화해를 하고 잘 살아갔다'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행운을 주고 그런 존재라는 의미를 되새겨줘서 좋았다."

-생활 연기가 빛났다. 26년 연기 내공이 상당하다.

"사전에 계획을 짜서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감독님과 이야기 하거나 대본을 진짜 많이 본다. 시나리오를 외우고 지문도 엄청 많이 읽는다. 그러다 보면 모자이크처럼 보였던 부분이 점점 더 잘 보이게 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몸으로 체득이 되고 머리로 들어와서 자연스럽게 연기로 표현되는 느낌이랄까. 힘을 주면 더 안되더라. 생활 연기에 대한 칭찬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대본을 많이 읽고 횟수로 따지면 100번 이상이다. 글이 주는 힘이 묘한 거 같다. 이런 묘함을 연기적으로 표현하려면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쌓이게 되고 느끼게 된다."

-생활 연기를 추구하는 편인가.

"예전에는 리얼리티를 추구했는데 그게 정답이 아니었다. 내 취향이었던 거다. 내 연기를 좋아해주시는 분은 좋아하지만 '류현경이 하는 저런 연기는 쉬운 거 아니야' 하는 분들도 계신다. 사람에게는 여러가지 모습이 있는데 나도 모르게 캐릭터마다 내 모습이 어느 정도 투영돼서 나오는 듯 하다. 그런 걸 자연스럽게 봐주시고 좋게 봐주시는 건 감사하다. 다르게 변신을 해서 그걸 원하는 분들도 계신다.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영란 역할을 하면서 편안해 보였다. 잘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

"영란이는 어떤 일이 있을 때 온 에너지와 집중이 몰려있는 친구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런 점이 비슷하다. 하나에 꽂히거나 사건에 매몰되면 거기에만 빠지만. 그런 부분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집중이 된 상태일 때 세밀하게 보여줘야겠다 생각했다."



-신택수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웃기고 엉뚱하다. 동갑인데 '선배님 진지는 드셨어요?'라고 하는 분이다. 본인은 진지한데 웃음을 많이 준다. 감독님을 보고 나니 이런 시나리오를 쓴 이유가 이해된다. 생활 속의 묘함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나도 그런 취향 좋아한다."

-김주헌과 현실 부부 케미가 좋았다.

"오빠도 정서 자체가 선한 사람이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해도 술술 통하고, 연기 했을 때도 그게 녹아난 듯 하다."

-본인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극 중 영란처럼 내가 너무 집착하고 산 게 아닐까 싶었다. 영란이도 가족들에게 집착을 하는데 나 역시 부모님을 걱정한답시고 너무 품 안에 안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계속 같이 살았으니까, 정서적 독립을 하자 선언했다. 그래서 최근에 독립도 했다. '요정'이 조금씩 변화할 수 있는 힘을 줬던 거 같다."

-독립해보니 어떤가.

"혼자 있는 시간을 만끽하고 있다. 우려보다 잘 지내고 있고 행복하다. 지난해 초에 이 영화를 찍었는데 그 이후로 슬슬 나에 대해 집중해서 생각하게 됐다. 가족과 나의 관계, 친구들과의 관계,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결과적으로 나에 대해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이 작품이 영향을 미친 거 같다. 진짜 내가 원하는 방향성과 나의 존재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활동해서 인생의 반 이상을 촬영장에만 있었다. 지금까지도 물론 현장이 제일 신난다. 그런데 정작 내가 내 마음을 들여다 본 적이 없었던 거 같다. 내가 나를 못보고 있었구나 싶고 보고 있는 중이다."

-답을 좀 찾았나.

"답이라기 보단 앞으로의 선택과 행보들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 때 내 자신을 속이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던 거 같다. 앞으로는 지금 이 순간을 잘 사는게 가장 큰 목표가 됐다."

-새 작품 공개도 앞두고 있는데.

"디즈니 플러스 '카지노'는 초반에 살짝 나오는 캐릭터다. 최민식 선배님과 함께 해 너무 좋았다. SBS '트롤리'도 촬영을 모두 끝냈다. 진짜 신기하다. 지난해 고민의 시간을 지내고 나니 만나는 작품마다 다 너무 좋더라. 현장도 배우들도 좋았다. 큰 복을 받았다. '치얼업'도 너무 좋았다. 사실 항상 좋은 게 있었는데 몰랐던 거 같다. 잘 들여다보니까 주변의 좋은 게 보이는 거 같다. 이 영화처럼."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김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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