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 재판서 포렌식 檢 수사관 증언
제3자 개입 가능성 답변 내용에 "그런 말 안해"
"텔레그램 ID 포렌식 결과 최초 전송자 손준성"

'고발사주'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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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불기소하면서 처분 근거로 남긴 면담 보고서가 실제 발언과 다르게 작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허위 보고서 의혹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 심리로 5일 열린 손준성 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재판에서 손 검사 측이 검찰 수사관 A씨를 증인 신문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손 검사 측 변호인은 포렌식(디지털증거 복원·분석) 전문가인 A씨에게 올 8월 29일 김웅 의원 사건 주임검사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 이희동 부장검사와 가진 면담을 상기시켰다. A씨와 면담 뒤 작성된 보고서에는 손 검사로부터 김 의원을 거쳐 제보자 조성은씨에게 고발장과 판결문 등 사진파일이 전달 가능한 경우의 수가 담겼다고 한다. 손 검사 측은 △손준성→김웅→조성은 △손준성→제3자→김웅→조성은 △제3자→손준성→김웅→조성은 △제3자→손준성→다른 제3자→김웅→조성은 등 4가지 상황으로 나눠 대화한 것으로 안다며 A씨의 답변을 기다렸다.

하지만 A씨는 손 검사 측 예상과는 다른 답변을 내놨다. A씨는 "이 부장검사가 임의로 나누신 듯하다. 제가 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A씨는 "(이 부장검사가) '텔레그램에서 보냈다면' 'a가 b에게 준다면'이라는 식으로 물었다"고 했다. 손 검사 측은 이에 "최초 (전송자)가 손준성이 아닐 가능성에 관한 대화도 나눴느냐, 보고서에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돼있다"고 물었지만, A씨는 "그런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지난 9월 손 검사와 김 의원 사이에 제3자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기소 의견으로 이첩한 김 의원 사건을 혐의없음 처분했다. 손 검사는 2020년 총선 직전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측을 공격하던 범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과 관련 판결문 등 첨부파일을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인 김 의원에게 건네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의 증언을 들은 공수처 검사는 곧장 재확인에 나섰다. 공수처 검사가 "면담 과정에서 제3자 개입 여부가 중요한 내용이라고 (보고서에) 작성돼 있는데,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는 말인가"라고 묻자, A씨는 "없다"고 재차 말했다. A씨는 그러면서 "오히려 물어봤으면 내용을 몰라 설명할 수 없다고 했을 것"이라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당 보고서는 주임검사와 수사관이 텔레그램 구동원리를 정리한 것이고, 객관적인 텔레그램 구동 원리와 일치할 뿐 아니라 상정 가능한 전송 경로 중에 실제 경로는 추가 수사를 통해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였다"고 설명했다.

대검 채널A사건 의견서에 제보자X 캡처사진... '고발사주' 그것과 동일?

공수처 검사는 이날 법정에서 2020년 7월 대검찰청 형사1과에서 생산된 채널A사건 관련 검토 의견서 2건에 '제보자X' 지현진씨 페이스북 캡처 사진이 발견된 사실을 밝혔다. 공수처 검사는 해당 사진이 고발사주 사건에서 텔레그램 '손준성 보냄' 문구와 함께 전달된 캡처 사진파일과 동일하거나 유사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한 검찰 수사관 B씨를 증인신문했다. 사진 속 페이스북 '좋아요'와 '공유' 횟수, 지씨의 프로필 사진 등이 동일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는 고발사주 사건 때 손 검사가 속해 있던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박영진 대검 형사1과장(현 서울중앙지검 2차장) 측에도 해당 자료를 제공해 형사1과장 의견서에 첨부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기재됐다. 다만, B씨는 법정에서 "제가 읽어보니 제가 한 게 아니라, 검사님이 추가한 것 같다"고 답했다. B씨는 고발사주 의혹 초기 서울중앙지검 수사에 참여했던 수사관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실제로 해당 의견서에 (해당 사진이) 첨부됐는지 불분명하다"며 "설령 첨부됐다 해도 당시 형사1과에서 독자적으로 한 것이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공유 받은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텔레그램 ID 포렌식 결과로 최초 전송자 손준성 확인"

공수처는 이날 법정에서 손준성→김웅→조성은으로 이어지는 고발장과 관련 첨부자료 사진파일의 최초 전송자가 손 검사라고 특정했다.

텔레그램에 '손준성 보냄' 문구가 적힌 사진파일들에 대한 포렌식 결과 발신자로 확인된 텔레그램 내부 아이디(ID·고유식별) '996039***'가 나왔으며,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연구관이던 임모 검사와 C기자의 모바일 포렌식 결과에서 나온 '996039***' ID가 손준성 검사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텔레그램 ID는 휴대폰 번호 하나에 한 개가 생성돼 주민번호 같은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보고서 작성자인 B씨는 "보고서가 제 명의이긴 하지만 검사님이 많이 관여해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제가 작성했든 검사님이 수정했든 사실대로 작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