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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1대 주주' 지키며 한숨돌린 최태원...네 자녀 앞날에 쏠린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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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미국 출장으로 선고 공판 참석 못해
노소영 관장, 소송 목적인 후계 상속 불투명
노·최, 슬하 삼남매 모두 SK 계열사 재직 중
최 교제녀 10대 자녀의 앞날도 관심
한국일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 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최종현학술원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실상 지분변화 없이 6일 이혼 소송을 마무리하게 됨에 따라 SK 지배구조에는 큰 변동이 없게 됐다. SK 입장에선 5년 동안 끌었던 최 회장 개인 소송이 일단락돼 일단 안도하고 있지만, 후계 구도는 여전히 복잡해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은 이날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1심 판결이 난 서울가정법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미국 워싱턴 DC 인근 샐러맨더 리조트에서 5일(현지시간)부터 사흘 동안 열린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 포럼 참석을 위해 미국에 머물고 있다.

노 관장이 최 회장이 가진 SK 지분의 50%(약 648만 주)를 요구한 소송이었지만 최 회장은 미국 출장에 나섰을 정도로 결과에 자신 있어 한 모양새다. 최 회장 측은 보유 지분은 부친인 고 최종현 전 회장에게 증여·상속으로 취득한 SK 계열사 지분이 기원이므로, 원칙상 재산 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 특유 재산이라고 주장해 왔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상장사 오너의 이혼에서도 그룹 지배력에 영향을 미치는 지분이 재산 분할된 사례가 없었다"며 "시장에서조차 최 회장의 이혼이 지배 구조 등에 영향을 줄 큰 리스크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SK그룹 입장에선 큰 변화 없이 오랜 기간 끌어 온 총수의 재판이 끝나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번 판결로 최 회장은 SK 1대 주주(17.50%·약 1297만 주·5일 기준)의 자리를 지키게 됐다. 법원이 판결한 재산분할 665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을 판다고 해도 지분율은 약 0.4% 떨어지는 데 그친다. 또 두 동생 최재원(0.60%), 최기원(6.50%) 등 특수관계인과 합친 지분 역시 20% 중반이 넘어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후계구도 분쟁 우려 여전"

한국일보

최태원(왼쪽) SK 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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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노 관장은 소송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관심이 쏠린다. 노 관장이 이번 소송에서 현금이 아닌 지분을 요구한 것을 놓고, 최 회장과의 사이에서 낳은 삼남매의 상속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재계에서 나왔다.

삼남매는 공교롭게도 모두 SK에서 일하고 있다. 장녀 윤정(33)씨는 SK바이오팜에서 수석매니저(부장급)로, 둘째 민정(31)씨는 SK하이닉스에 속해 있다. 장남인 인근(26)씨도 SK E&S에 2020년 입사해, 다른 재벌가 사례처럼 승진을 통해 바로 4세 경영 체계에 들어설 채비를 마친 상태다.

최 회장의 나이(1960년 생)를 감안하면 후계구도 논의는 이른 시기일 수 있지만, 현재 사실혼 관계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의 사이에 자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 관장 입장에선 일찌감치 승계 작업을 끝맺고 싶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최 회장은 지난해 말 언론 인터뷰에서 "(자녀 승계는) 결정된 바 없다"며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사실상 김 이사장 자녀도 후계 구도에 중요 인물로 떠올랐다고 보고 있다. 결국 노 관장이 요구한 지분도 자신이 낳은 자녀가 후계자가 되기 위한 발판이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노 관장의 속내는 알 수 없다"고 전제하며 "단 현재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상으론 자녀에게 지분을 물려주게 되면 내야 할 세금이 너무 많아 경영권을 유지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인이 지속 가능하도록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펼치겠다는 게 최 회장 생각"이라며 "최 회장은 이혼 소송을 제기할 때부터 후계를 고민한 게 아니라 사실상 파경 상태에 놓인 혼인 상태를 정리하기 위해서였다"고 덧붙였다.

자칫 최 회장 자녀들이 갈등하면 동생인 최재원(59) SK 수석부회장,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41) SK네트웍스 사장 등이 후계에 오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레 나온다. SK는 이미 고 최종건 창업주에서 동생 고 최종현 회장으로 형제 상속한 전례가 있는 데다, 최 회장 자신도 1998년 최종현 회장의 타계 당시 창업주 장남인 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 등 창업주 형제들의 동의로 그룹 대표직에 오른 이력이 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분쟁 없이 경영권 승계를 해온 SK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SK 지분을 보유하고 경영 수업을 받은 뒤 그룹 내 핵심 역할을 해 온 최재원 부회장, 최성환 사장 등도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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