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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단건배달’ 정책 끝? 쿠팡이츠, ‘조건부 묶음배달’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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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역서 ‘악천후시 최적화 배달’ 시험

“똥콜 골라내기·배차 지연 속출 탓” 해석

쿠팡이츠 “정책 포기 아닌 테스트” 해명


한겨레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 쿠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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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츠가 일부 지역 배달 라이더들을 대상으로 ‘최적화 배달’이라는 이름으로 다배차를 시범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츠는 2019년 5월 처음으로 단건배달(한 번에 한 건만 배달)을 도입하며 후발주자로서 배달앱 시장에 안착한 바 있다. 이런 쿠팡이츠의 정책 선회는 ‘똥콜 골라내기’와 ‘단가 하락’ 등으로 라이더 배차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시장 점유율이 정체상태를 보이며 수익성이 악화하자 꺼낸 고육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7일 배달 라이더들의 말을 종합하면, 쿠팡이츠는 지난 6일 성남시 분당에서 최적화 배달 시험을 시작했다. 쿠팡은 배달 라이더 앱을 통해 “악천후로 인해 일부 배달 파트너들에게 예외적으로 최적화 배달이 배정될 수 있다”며 “최적화 배달이란 고객 경험, 효율적인 배달을 위해 초근접 조건 만족 시 제한적으로 2건을 동시에 배정하는 방식”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한마디로 악천후 등 특별한 상황이 발생할 땐 지금까지 쿠팡이츠가 고수해 온 ‘단건배달’이 아닌 ‘다배차’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쿠팡이츠는 ‘최적화 배달’을 위해 ①주문 2건을 모두 픽업한 뒤 배달 ②가까운 고객에게 먼저 배달 ③주문이 잘못 배달되지 않도록 주문번호와 매장명을 꼭 확인할 것 등을 당부했다.

한겨레

분당 지역 라이더들에게 안내된 쿠팡이츠의 ‘최적화 배달’ 공지. 쿠팡이츠 갈무리


이에 대해 최근 배달 단가가 하락함에 따라 라이더들 사이에 ‘똥콜 골라내기’가 성행하면서 쿠팡의 배차 지연에 대한 점주들의 원성이 컸던 점, 월드컵 시즌 배달라이더 노조를 중심으로 쿠팡 배달 거부 파업 등이 벌어진 점 등이 쿠팡이츠의 정책 전환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어려움 속에 쿠팡이츠의 시장 점유율은 14% 수준으로, 업계 3위에 머물러 있다.

한 라이더는 <한겨레>에 “쿠팡이츠가 기본 배달료를 2500원으로 낮추면서 라이더들 사이에 불만이 팽배했고, 이로 인해 배차 거부 사례가 크게 늘어 배달 지연이 상습적으로 발생해왔다”며 “현재는 일부 지역에 한해 테스트 중이지만, 눈·비 등 악천후 때나 월드컵처럼 특별한 이벤트 때는 라이더가 부족한 지역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라고 말했다.

배달 라이더들이 많이 모이는 커뮤니티에는 쿠팡이츠의 다배차 테스트에 관한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라이더들은 “만일 같은 아파트 단지의 배달일 경우, 단건배달만 고집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에서는 쿠팡이츠가 다배차에 따른 조건을 상세히 제시하지 않은 탓에 되레 배달단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라이더는 “3천원짜리 배달 2건을 묶어 배차할 경우, 6천원의 단가를 주는 것이 아니라 겹치는 이동 거리를 제외하고 4500원이나 5천원을 주는 식으로 단가를 깎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쿠팡이츠가 ‘무조건 단건배달’에서 정책을 일부 선회할 경우, 배달앱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쿠팡이츠가 단건배달을 도입한 이후, 배달의민족도 이에 대응해 2021년 6월부터 단건배달만 하는 배민1을 운영 중이다. 이로 인해 라이더의 몸값이 치솟으면서 소비자와 점주들의 배달료가 인상됐다.

쿠팡 고객센터 쪽은 라이더들의 문의에 대해 “라이더 안전과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악천후 때는 제한적으로 근거리에 한해 2배차(2건 배송)를 시험 중”이라며 “단건배달 정책 포기가 아니라 배달 시간 절약 등 효율성 제고를 위해 악천후 발생 지역마다 돌아가며 테스트를 해 ‘제한적 2건 배달’의 기준을 세우려는 의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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