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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독일 총리 "서방의 중국 고립 정당화 안 돼"…중국 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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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지난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미국 외교전문지에 서방이 중국을 고립시키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의사를 표현한 데 대해 중국이 반색했다.

6일(현지시각)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숄츠 총리가 미 외교협회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포린어페어스> 최신호에 낸 기고문 중 중국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 '전세계적 전환점(Zeitenwende): 다극화 시대에 신냉전을 피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해당 기고문에서 숄츠 총리는 "중국의 부상이 중국 정부를 고립시키거나 중국과의 협력을 억제하는 것을 정당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마오 대변인은 이날 회견에서 해당 내용에 대한 질문을 받고 "중국을 고립시키고 협력을 억제하는 것은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답하며 반겼다. 마오 대변인은 "중국은 세계로부터 고립돼 발전할 수 없으며 세계도 번영을 위해 중국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지난달 베이징을 방문한 숄츠 총리가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같은 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해당 기고문에서 숄츠 총리가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중국과 유럽의 협력이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고 언급하며 "유럽에서 독일의 중추적 역할을 고려할 때 독일은 유럽 전반의 중국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매체는 "많은 유럽 정치인과 학자들은 신냉전 혹은 이대올로기 대결을 보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숄츠 총리의 시각이 유럽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숄츠 총리는 기고문에서 "미국과 중국이 맞붙는 신냉전"이 도래할 것이라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북아메리카와 유럽이 급성장했던 지난 30년 간의 "세계화 예외적 국면의 종료"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숄츠 총리의 해당 기고문은 올 들어 미국·영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서방이 중국을 '위협'으로 규정하며 날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반면 숄츠 총리는 지난달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지기도 했다. 당시 서구 언론은 독일이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서방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중국과 정치·경제적으로 가까워지는 것에 대해 경계감을 보이기도 했다.

숄츠 총리는 기고문에서 "다극 세계(multipolar world)에서 대화와 협력은 민주주의의 안전 지대 바깥으로 확장돼야 한다"며 지난 10월 발표된 미국의 새 국가안보전략(NSS) 또한 "민주적 제도를 수용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의존하고 이를 지지하는 나라들"과 관계를 맺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의 침략 전쟁과 같은 행동에 맞서 세계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이러한 국가들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실용주의적" 태도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를 "서방이 중국을 포함해 다른 권위주의적 국가들을 수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숄츠 총리는 "중국의 성장하는 힘이 중국이 아시아와 그 너머에서 패권(hegemony)을 주장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나라도 다른 나라의 뒷마당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지난 중국 방문 때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에서의 불안 증대와 인권과 개인의 자유에 대한 중국의 접근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도 권위주의적 국가가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더 위기를 잘 관리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 초기에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코로나 백신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왔다며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겨냥한 듯한 언급도 있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7일 숄츠 총리의 기고문이 소셜미디어(SNS) 상에서 분석가들 사이에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독일 외교전문가 울리히 스펙이 숄츠 총리가 "중국과의 '파트너십'과 '경쟁' 사이의 긴장에 대해 아무 것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현 독일 정부가 과거 독일의 러시아 정책을 개탄하는 것과 같이 차기 정부는 독일의 중국 정책 실패를 개탄할 상당한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고 설명했다.

숄츠 총리는 해당 기고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강하게 비판하며 마리우폴·이르핀·헤르손 등에서 일어난 러시아의 범죄 가해자들이 "반드시 재판에 회부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베이징 방문 때 시 주석 또한 핵무기 사용 위협은 용납될 수 없다는 데 동의했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숄츠 총리는 푸틴 대통령 등이 분열을 조장하기 위한 허위 정보를 현 국면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더 긴밀히 협력하고 유럽이 이민자 문제를 포함해 오래된 갈등을 해결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

▲지난달 4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정상회담을 가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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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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