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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스브수다] 문상민 "김혜수 선배를 만난 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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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기자님, 이거 작은 선물이에요."

배우 문상민이 수줍게 건넨 건 자신의 얼굴 사진이 들어간 휴대폰 그립톡이었다. 생애 첫 언론사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하는 아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청주에 살고 계시는 부모님이 직접 아들의 사진으로 그립톡을 만들어 보냈다고 했다. 이제 막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세상에 드러내기 시작한 아들의 첫 걸음을 응원하는 부모의 마음과, 그 마음을 소중하게 여기는 아들의 마음이 모두 느껴졌다. 신인 배우와의 인터뷰는 이런 소소한 감동이 있다. 그래서 문상민이 건넨 그립톡을 만지작거리며, 절로 미소가 번졌다.

문상민은 지난 4일 종영한 tvN 드라마 '슈룹'(극본 박바라, 연출 김형식)에서 성남대군 역을 연기한 신인 배우다. '슈룹'은 우산의 옛말로, 이 드라마는 자식의 우산이 되어주려는 엄마, 사고뭉치 왕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중전 임화령(김혜수 분)의 파란만장 궁중 분투기를 그린다. 문상민은 실제로도 이 슈룹 같은 부모를 뒀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신인인 만큼 시청자에게 낯선 얼굴이었던 문상민은, 단언컨대 '슈룹' 최고의 발견이었다. 190cm에 육박하는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에서 출발한 그에 대한 호감은 안정적인 연기력까지 뒷받침되며 강렬하게 발현됐다. 문상민은 거칠고 자유분방한 모습 뒤에 따뜻하고 올곧은 성품을 지닌 성남대군을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김혜수, 김해숙, 최원영, 김의성, 장현성, 권해효 등 쟁쟁한 대선배들 사이에서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내며 반짝반짝 빛난 그는 단숨에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또 하나의 '라이징 스타'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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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대군 역할로 첫 TV 드라마 진출…대본에서 찾은 정답

문상민은 생전 처음 느끼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대중의 칭찬에 얼떨떨한 반응을 보였다.

"처음엔 '이게 맞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감사하긴 한데, 얼떨떨했죠. 비주얼 적으로 좋다는 칭찬도 좋았지만, 제일 좋았던 건 '연기적으로 안정감이 좋다', '신인인데도 목소리에 호소력이 있다' 같은 말들이었어요. 그런 피드백에 제가 자신감이 생겨, 더 힘을 내서 마지막까지 촬영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신인 배우는 보통 오디션을 통해 드라마에 투입된다. 문상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슈룹'에 등장하는 여러 왕자 캐릭터에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고 오디션에 임했다. 그러다 감독은 문상민에게 '성남대군' 역할로 다시 오디션을 보고 싶다고 제안했고, 그렇게 최종적으로 그가 성남대군에 낙점됐다. 감독이 문상민에게서 발견한 남다른 매력은 '양면성'이었다.

"감독님이 제게 '너의 눈에는 양면성이 있다. 날카로움과 슬픈 눈망울, 그게 매력이다. 성남의 양면성을 잘 풀어낼 수 있는 요소 중 하나가 될 거 같다'고 말씀해 주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오디션에 임할 땐, 왕자님처럼 보이려고 나름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래서 제 옷장에서 그나마 고급스러운 코트를 꺼내 입고 오디션에 갔어요.(웃음)"

성남대군은 왕자들 중 가장 체격이 좋고 무예도 뛰어난 캐릭터였다. 그래서 멀리서 봐도 눈에 띄는 늠름한 외형을 갖춰야 했다.

"성남대군은 등장할 때부터, 걷거나 앉아있을 때도, 그 모습이 시청자한테 각인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외적인 부분에 신경썼고, 운동도 열심히 했어요. 겉으로 보이는 것에 아우라가 느껴져야 했거든요."

그렇게 성남대군의 외형을 완성한 문상민은 연기적으로는 '대본'에 집중하려 했다. 성남대군이 하는 말과 행동의 이유는 모두 대본에 답이 있다는 믿음으로, 대본을 읽고 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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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에 충실하려 노력했어요. 왜 성남이 여기서 이 말을 하는지, 왜 이 행동을 하는지, 대본을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어요. 그걸 바탕으로 현장에서 신에 따라 감정을 가져갔고, 성남이 느끼는 감정과 상황이 이해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슈룹'은 그동안 웹드라마와 OTT 작품 위주로 출연했던 문상민의 첫 TV 정극이다. 그러다보니 걱정도, 부담도 클 수 밖에 없었다. 그럴수록 문상민은 대본을 더 많이 봤다.

"아무래도 부담이 좀 됐죠.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어요. 그런데 그 걱정을 계속 할수록, 저한테 도움이 될 게 없더라고요. 그럴수록 대본을 더 많이 보면서 불안감을 떨쳤어요. 또 긴장이 되면 현장에 먼저 가서, 세트 안에서 혼자 연습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 조금 여유를 찾을 수 있었어요. 모르는 건 선배님들한테 많이 물어보려고도 했고요."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이해하고 몰입하다 보면, 어느 순간 특별한 디렉팅이 없이도 그 캐릭터와 동일시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문상민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스스로가 성남대군이 된 시점을, 극 중 세자 경합이 진행될 때 쯤이라 기억했다.

"세자 경합이 시작될 때쯤에는 말 타는 거나 무술 장면에서 겁이 하나도 안 났어요. 진짜 성남이 된 것처럼, 제가 이걸 꼭 해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으니까요. 오히려 그 때부터 더 즐기게 된 거 같아요. 신기한 경험이었죠."

세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바쳐 경합에 뛰어들었던 성남처럼, 문상민도 거침없이 연기에 임했기 때문일까. 세자 경합 도중 벌어진 액션 장면을 촬영하던 중 문상민은 얼굴에 부상을 입었다. 지금도 왼쪽 눈 아래 작게 흉터가 남아있는 그는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 문상민은 이 영광(?)의 상처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액션신을 잘 해내고 싶었어요. 쉬는 날에도 액션스쿨에 가서 연습을 많이 했고, 그 (부상을 입은) 신도 연습을 많이 했어요. 성남이가 몸을 잘 쓰는 캐릭터라, 그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신이라 생각해 더 잘 하고 싶어 열심히 노력했어요. 그런데 순간의 합이 안 맞았죠. 크게 다친 건 아니에요. 지금 잘 회복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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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수를 만난 건 인생의 터닝포인트, 선배들과의 연기 '행복'

극 중 성남대군은 세상을 떠난 형님 세자(배인혁 분)의 뒤를 이어, 여러 왕자들을 실력으로 밀어내고 조선의 새로운 세자가 된다. 나아가 형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데도 앞장선다. 이 과정에서 성남대군은 어머니인 중전 화령과 깊은 유대감을 보이며, 애틋한 모자(母子) 관계를 보여준다.

중전과 성남대군이 '슈룹' 전개를 이끄는 중추였던 만큼, 문상민은 김혜수와 많은 부분을 함께 했다. 김혜수는 한참 후배인 문상민을 위해 아낌없이 도움을 베풀었다. 문상민은 김혜수를 이야기하다가 울컥할 정도로,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품고 있었다.

"김혜수 선배님과는 작품에 들어가기 전부터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성남이 캐릭터를 좀 더 입체적으로 만드는데 도움을 많이 주신 분이에요. 너무 감사한 게, 선배님은 제가 생각하는 성남을 존중해 주면서 그걸 토대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려 하셨어요. 선배님이랑 이야기를 나누며 정말 많이 연기적으로 배웠어요. 제겐 은인 같은 선배님이에요. 그리고 또 감동한 건, 선배님은 배우 이전에 사람으로서도 배울 점이 정말 많아요. 작품에 임하는 자세, 어떻게 스태프들과 같이 작업해야 하는지, 그런 인성적인 부분까지, 선배님의 옆에 있으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느낀 게 많아요. 제가 인복이 정말 좋은 거 같아요. 선배님을 만난 건 제 인생, 제 20대의 터닝포인트가 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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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룹'에는 김혜수 뿐만 아니라, 김해숙, 최원영, 김의성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런 대선배들과 함께 연기하고 어깨를 나란히 하며, 문상민은 '행복'을 느꼈다.

"현장의 에너지가 장난 아니었어요. 김혜수 선배님 뿐만 아니라, 김해숙 선생님, 최원영 선배님 등 선배님들이랑 같이 연기하면, 그 에너지가 저한테 고스란히 와요. 그러다보니 저도 하려고 하지 않았던 리액션이 자동으로 나오고 그랬어요. 선배님들로 인해 제 연기까지 영향을 받는 게 굉장히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처음에는 이런 선배님들 사이에 제가 있어도 되나, 그런 생각을 진짜 많이 했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이 환경에서 제가 연기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행복했어요."

문상민은 '예쁨'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후배였다. 먼저 선배들에게 다가가 모르는 걸 물어보고 답을 들으려 하는 그의 순수한 열정이 선배들을 미소짓게 했다. 물론, 문상민도 처음에는 대선배를 찾아가 질문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첫 문턱을 넘으니, 다음부터는 선배들과의 소통이 자연스러웠다. 질문하는 후배를 마다할 선배는 없었다. 오히려 반갑게 맞아주며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 했다.

"모든 선배님들은 조언을 주실 때, 문상민이 생각하는 성남으로서 시작할 수 있도록 하셨어요. 거기에 조금씩 의견을 보태주셨죠. 저로부터 시작하니까, 더 입체적인 성남이 캐릭터가 나올 수 있었고, 그래서 시청자 분들한테도 더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런 선배님들의 마음은, 내 아이가 나중에 혼자서도 독립할 수 있도록 주체적으로 성장시키려 한 부모의 마음이라 생각해요. 김혜수 선배님이 제게 '이 작품이 끝나고 계속 좋은 작품을 만들고, 또 좋은 길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화령이 성남을 대하는 것처럼, 진짜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져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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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룹'에는 성남대군과 함께 화령의 소생인 무안대군(윤상현 분), 계성대군(유선호 분), 일영대군(박하준 분), 세자 자리를 놓고 대결했던 보검군(김민기 분), 왕자들 중 빌런 캐릭터였던 의성군(강찬희 분) 등 많은 왕자들이 등장한다. 짧은 연기 경력에 비슷한 또래들이 뭉친 만큼,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끈끈하게 관계를 쌓았다.

"왕자들 중에서는 저와 찬희가 맏형이었어요. 제가 듬직한 형도 아닌데, 동생들이 잘 따라와줘서 고마워요. 촬영 전에 같이 모여 연습도 많이 했고, 아이디어도 공유하며 굉장히 끈끈해졌어요. 이런 관계가 화면에 좋은 케미로 따뜻하게 그려져 뿌듯했어요. 동갑내기였던 찬희는, 제 최고의 파트너였어요. 극 중에서는 싸우는 관계였지만, 서로 편하게 소통하고 존중해주며 장면을 만들어 갔어요. 그러면서 신이 더 입체적이고 과감하게 나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찬희한테 고마운 마음이에요."

그리고 또 하나, 성남대군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캐릭터가 있다. 성남대군을 흠모하다가 세자빈까지 되는, 청하 역의 오예주다. 성남과 청하가 보여준 풋풋한 로맨스는 '슈룹' 애청자에게 간질거리는 설렘을 선사하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예주가 저보다 동생이라, 제가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려 노력했어요. 고맙게 예주도 마음을 많이 열어줬고, 서로 편해지다 보니 성남과 청하의 캐미가 자연스럽게 나온 거 같아요. 성남과 청하의 로맨스를 시청자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게, 저는 성남이 칭찬을 듣는 것보다 더 좋았어요. 그만큼 우리의 케미가 좋았다는 게, 둘이 예쁘게 보였다는게 더 좋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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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신의 힘을 다했던 '슈룹', 이 초심 잃지 않길

성남대군의 인기가 높아갈수록, 이를 연기하는 '본체' 문상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문상민은 고교 시절 모델을 지망했다가, 연기에 재미를 붙인 후 대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하며 착실히 연기를 준비해 온 유망주다.

"17살 때 예고 모델과에 진학했는데, 18살 때 모델과 수업에 주1회 연기수업이 있었어요. 그 수업을 받는데 연기가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렇게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 이후에 바로 연기학원을 끊어 연기를 배웠어요. 대학 입시도 연기 쪽으로 준비했고, 결국 연극영화과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우게 됐어요."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에 재학 중인 문상민은 '크리스마스가 싫은 네가지 이유', '마침내 물들다', '인어왕자:더 비기닝' 등의 웹드라마에서 연기 경험을 쌓다가,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이 네임'에 마약수사팀 막내 형사 고건평 역할로 처음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그리고 이번 '슈룹'의 성남대군 역할을 통해, 신인 배우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대박'을 터뜨렸다.

신인인 문상민이 지금 품고 있는 마음이, 배우로서 계속 지키고자 하는 '초심'이 될 터. 세월이 흘러도 유명세와 상관 없이 잃고 싶지 않은 초심에 대해 물었다.

"다른 작품도 물론 그랬지만, '슈룹'에 정말 진심을 다했어요. 성남대군에 충실했고,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려 했어요. 이런 자세와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당연한 거고 기본적인 거지만, 꼭 이걸 지켰으면 해요. 지금처럼 초심 잃지 않고, 배우로서 안정감이 있는 배우, 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게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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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한 작품에서 각광받은 신인 배우는 '다음'이 더 기대된다. 다른 작품에선 어떤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까 하는 기대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기대는 금방 실망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신인 배우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인 '다음'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도 신인이 좋은 건, 부담을 상쇄시킬 수 있는 젊은 패기가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문상민은 '슈룹'을 통해 배우로서 한 뼘 더 성장했고, 무엇보다 자신감을 얻었다.

"'슈룹'은 그동안 몰랐던 저의 장점, 단점을 많이 알게 해준 작품이에요. 제가 미숙하다 보니 처음 선배님들이랑 연기할 때 긴장해 몸이 경직되고, 제 연기에만 충실하려던 게 있었어요. '슈룹'을 통해 연기는 내 것만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과 호흡을 주고 받으며 바꿀 수도 있는 거라는, 그런 유연함을 진짜 많이 배웠어요. 저한테는 정말 감사한 작품이에요. 문상민이란 배우한테 자신감을 심어준 작품이에요."

[사진=백승철 기자, 어썸이엔티 제공, tvN '슈룹' 스틸컷]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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