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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내년초도 빅스텝 전망 나오자 … 월가 수장들 일제히 '침체'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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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 월스트리트 거물들이 일제히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인플레이션발 소비 침체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내년 5%대로 오른 뒤 2024년에야 인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R의 공포'를 주도하는 인물은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6일(현지시간) CNBC방송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모든 것을 잠식하고 있다"며 경기 부양 효과가 끝나갈 때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펼친 경기 부양 정책 덕에 소비자들은 1조5000억달러(약 1975조원)의 초과 지출과 저축이 가능했다"면서 "1조5000억달러는 내년 중반쯤 소진될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이런 것이 경제를 탈선시키고 사람들의 우려대로 경기 침체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다이먼 CEO는 특히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상해 미국 기준금리가 5%를 향해가고 있지만 이 정도로 인플레이션을 잡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연준이 강화 기조를 쉽게 버리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건전하다"면서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심각한 사태까지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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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먼 CEO는 연준의 긴축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등으로 "경제에 허리케인이 닥칠 수 있다"며 시장에 꾸준히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도 암울한 경제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일자리와 임금 감소 등 순탄치 않은 시기(Bumpy times)가 닥치고 있다"며 "경기 연착륙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2023년 미국이 경기 침체에 직면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앞서 그는 한 금융 콘퍼런스에 참석해 "더 혹독한 경제 환경에서 경제활동 수준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면서 자본시장 활동이 아직은 기대했던 것만큼 반등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월가 수장들이 잇달아 비관론을 펼치는 데는 미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소비에서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모이니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CEO는 골드만삭스 콘퍼런스에서 "미국은 소비가 경제를 이끄는데, 그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며 "11월 소비자 지출이 5% 증가했으나 이는 직전과 비교해 낮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도 CNBC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선별 구매가 늘었고 크리스마스 대목을 앞두고도 고객들은 일부 비싼 전자제품을 사지 않고 건너뛰고 있다"며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고금리로 소비자들이 채무 압박에 시달리면서 지갑을 닫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의 고용시장은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일자리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콧 존슨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경제성장률은 2.4%로 2009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는 199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며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5%로 올리고 2024년 1분기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이 12월 빅스텝(0.5%포인트 인상)에 이어 내년 2월과 3월, 5월 잇달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린 뒤 2024년 전까지는 금리 인하로 전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5일 "식지 않는 노동시장 과열로 인해 연준이 이달 14일에 이어 내년 2월에도 연속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는 13일 발표되는 1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에도 관심이 쏠린다. 시장 전망치인 7.3%보다 높게 나오면 연준의 속도 조절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연준은 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을 밟아 기준금리를 4.5%로 인상할 전망이다.

경기 침체의 가장 강력한 신호인 미국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10년물과 2년물 국채 간 금리 차이는 -84.12bp(1bp=0.01%포인트)로 확대되며 1981년 오일쇼크 당시(-85bp)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 직전에 나타났던 역전 차인 -11.6bp에 비해 7배가 넘는다.

월가 은행들은 앞다퉈 감원 바람에 동참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전체 직원의 2%에 해당하는 16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고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인력 감축에 나설 계획이다. 모건스탠리가 인원을 감축하는 것은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한편 세계 경제 침체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국제유가도 6일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2.68달러(3.5%) 하락한 배럴당 74.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내년 2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도 전 거래일 대비 3.33달러(4.03%) 떨어진 배럴당 79.35달러에 거래됐다.

[진영태 기자 / 권한울 기자 /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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