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피살공무원 탔던 배에 걸려온 장군의 전화… “구명조끼 숫자 세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친형 이래진 “수색 한창인데 갑자기 3차례 숫자 파악 지시”

“조끼 숫자 이상무 확인하자 ‘따로 준비해 월북’ 주장”

前 국방차관 “월북몰이, 바로 그때부터 시작된 것”

조선일보

북한군 피격으로 서해상에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유가족.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해상에서 표류 중 북한군에 의해 사살·소각된 해수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사건과 관련 문재인 정부의 군이 사고 당일 이씨가 탔던 어업지도선에 구명조끼 전수 조사를 지시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씨의 형인 이래진씨는 “구명조끼 숫자가 하나 비면 동생이 월북을 목적으로 조끼를 입고 물에 뛰어들었다고 몰려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래진씨는 7일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당일 동생이 탔던 어업지도선에 탑승해 수색에 참여했었다”며 “오후 6시쯤 구명조끼를 배에 잔뜩 깔아놓았길래 선장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해군 작전사에서 구명조끼 현황을 전수조사하라고 지시해 세어보고 있는 것’이라 답하더라”고 했다.

이래진씨는 “당시 저는 동생이 북한군에 체포되어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며 “수색하기도 바쁜데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항의했다. 작전사 누가 지시했느냐고 묻자 선장이 ‘원스타(준장)가 했다’며 ‘오후 5시 50분까지 3차례 전화를 걸어와 조사를 지시했다’고 하더라. 동생이 체포된 사실을 파악한 오후 4시 직후부터 구명조끼 전수조사를 반복해 시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다만 선장은 해당 원스타가 누구인지는 끝까지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어 “당시 선장에게 구명조끼 전수 조사 결과를 물으니 없어진 것이 없다고 하더라”며 “사라진 구명조끼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자 문재인 정부는 동생이 조끼를 사전 준비했었다고 몰고 가며 월북을 주장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원은 동생이 사망 당시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밝혔다. 자진 월북 정황과 배치되는 증거”라고 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진상 은폐’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발견될 당시 입고 있던 구명조끼에 적힌 한자(漢字)가 중국에서 사용하는 ‘간체자(簡體字)’일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간체자가 적힌 구명조끼는 한국이나 북한에선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이씨가 표류할 동안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경비계선(북한 주장 경계선) 사이 해역을 운항한 선박은 중국 어선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가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표류하다 중국 어선에 구조돼 중국 구명조끼를 입은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게 아니라 실종·표류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다.

국방부 차관을 지낸 백승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국민이 북한군에 체포된 사실을 파악했으면 군은 모든 핫라인을 동원해 북한 측에 구조와 인도를 요구했어야 한다”며 “군이 민간 선박(어업지도선)에 구명조끼 전수조사를 지시한 것도 월권”이라고 했다.

백승주 전 의원은 “구명조끼 전수조사를 지시할 때 이대준씨는 살아있었다”며 “그렇다면 구조가 우선이지 구명조끼 전수조사를 하는 게 말이 되나. 그때부터 월북몰이가 시작된다고 본다”고 했다.

백승주 전 의원은 “아무리 중범죄자라고 하더라도 본인이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 처리되지 않나. 당사자가 사망했는데 일부 정황만 가지고 월북이라고 결론 내린 것 자체가 문제다”라며 “유족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겠나.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씨는 2020년 9월 22일 서해상 표류 중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뒤 시신이 불태워졌다.

당시 군 당국과 해경은 이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하다 변을 당했다고 발표했으나 지난 6월 국방부와 해양경찰은 ‘자진 월북 근거가 없다’라고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김명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