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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타 개미들 ‘좌표’ 찍었다…원자재값 변동에 뭉칫돈 몰린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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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천연가스 연계한 상품
레버리지·인버스 공격적 투자
하루 평균 ETN 거래대금 급증


직장인 A씨는 지난달 말 원유 인버스 상장지수증권(ETN)에 잠시 돈을 넣었다가 수십만원을 손해 봤다. 평소 주식 거래를 활발히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원유 선물, ETN에 대한 지식도 있어 적당히 용돈이나 벌어보자는 생각이었다. A씨는 “주식 수익률이 올해 들어 좋지 않았는데 주변에서 ETN으로 돈을 꽤 벌었다는 이야기에 잠시 투자했다”며 “원유 선물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보합세가 이어지면서 손해가 났다”고 말했다.

최근 원유와 천연가스와 같은 원자재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레버리지, 인버스와 같은 파생상품 ETN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원자재 레버리지, 인버스 투자로 짧은 시간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크고 방향성 예측도 어려운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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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하루 평균 ETN 거래대금은 385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원유 가격이 급락하면서 ETN 거래가 늘어났던 2020년 4월 이후 최고치다. ETN 거래대금은 2020년 이전까지 하루 평균 300~400억원대에 머물렀지만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2020년 930억원으로 늘어났다. 당시 4월 원유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면서 당시 원유 선물을 중심으로 한 ETN 거래금액은 하루평균 4126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ETN 거래는 빠르게 식으면서 지난해 일 평균 443억원으로 안정세를 되찾는가 싶더니 올해 들어 다시 확대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휘청이면서 ETN거래대금은 800억원으로 늘었는데, 6월 1000억원을 넘기 시작하더니 10월에는 3260억원으로 올해 초보다 7배 가까이 늘어났다.

상장지수펀드(ETF)보다 늦게 국내에 도입된 ETN은 틈새시장을 노리기 위해 ETF에는 없던 천연가스, 원유를 대상으로 한 레버리지, 인버스 상품이 주로 출시됐다. 그렇다 보니 ETN 투자는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등락에 많은 시기에 늘고 있다. 원유와 천연가스 선물 가격 하루 등락 폭이 컸던 10월 18일과 21일, 11월 3일을 비롯해 이달 5일 역시 ETN 거래대금이 하루 5000억원 이상 치솟은 것이 이를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최근 상황이 코로나19 시기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2020년에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던 3~4월 파생상품 ETN에 대한 거래가 늘었다가 이후 빠르게 안정세를 찾았다. 하지만 올해는 6월 이후 하루 평균 1000억원 이상의 ETN 거래가 6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코로나 이후 레버리지 ETN에 대한 과도한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관련 상품 투자를 위해 1000만원 이상의 예탁금을 비롯해 사전 온라인 교육을 받도록 조치했다”며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사람이 과거보다 많아지면서 예탁금 1000만원과 온라인 교육이라는 장벽으로 ETN의 과도한 쏠림을 막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원자재 ETN에 섣불리 뛰어들 경우 오히려 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은 누적 수익률이 기초자산 수익률보다 낮아지는 ‘복리효과’가 발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원자재 가격 자체가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천연가스 가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수급 불안 예상으로 8월까지는 상승세를 이어가다가 비축량이 넉넉하고 올겨울 따듯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빠르게 떨어졌다. 최근에는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면서 원유 가격 또한 요동치고 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장은 “천연가스, 원유 가격에 미치는 요인이 상당히 많아서 한두가지 이벤트 발생을 기반으로 가격이 오르거나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며 “전문가들도 원자재 ETN 투자가 어려운 만큼 일반 투자자의 경우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1월 1일 시행되는 미국의 ‘공개 거래 파트너십(PTP)’ 규제에 ETN이 적용될 수 있는 만큼 해당 투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PTP 종목의 경우 매도 금액의 10%가 세금으로 원천징수된다. 현재까지 국내 증권업계는 ETN의 경우 PTP 적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확실하게 ETN이 제외된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우리의 해석보다는 미국의 판단이 중요하다”며 “미국에서 원자재 ETN도 과세 대상이라고 할 경우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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