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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노란봉투법 통과 위해 뭐라도 해야겠죠…화물파업 본질도 ‘특고’ 인정, 동병상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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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최안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부지회장

0.3평 철장 투쟁 이어 단식농성

경향신문

유최안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부지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마련된 천막에서 노조법 2, 3조 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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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불법엔 책임 안 묻고
노동자 저항만 문제 삼아

“제 건강을 생각할 때가 아니죠.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 등 가장 밑바닥에 있는 노동자들이 쓰러져 나가지 않도록 하려면 뭐든 해야겠다는 생각에 단식에 나서게 됐습니다. 우리에겐 여유가 없거든요.”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천막 농성장에서 단식 투쟁 중인 유최안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지난 6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여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로서 삭감된 임금의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0.3평 철장 안에 스스로 몸을 구겨넣고 벼랑 끝 투쟁을 벌였던 유 부지회장은 지난달 30일 또 다른 싸움에 나섰다.

이번 단식 농성에는 강인석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이김춘택 조선하청지회 사무장, 유성욱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본부장,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 등이 유 부지회장과 함께하고 있다.

이들이 단식을 시작하면서 요구하는 사항은 단 하나 ‘노란봉투법’이다.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쟁의행위 탄압 목적의 손해배상·가압류를 금지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정기국회 내(12월9일)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

유 부지회장은 “저희 파업 이후 악용되는 손배소 폭탄 문제가 대두되면서 다시 노란봉투법 논의가 시작된 만큼 저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노조법 2조 개정은 노동자 지위 확대를 담고 있는데, 이는 최근 진행되는 화물연대 파업의 본질인 특수고용 노동자 지위 인정과도 관련 있다”며 “가장 힘들어하고 있는 화물연대 노동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어 연대하는 마음으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이 처음 논의된 때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반대투쟁에 대한 손배소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2014년이다. 이후 국회에 관련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6~7월 진행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에서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동계는 막대한 손배소 폭탄 문제의 실상이 알려지고, 최근 특고 지위 문제까지 논란이 된 지금이야말로 입법의 적기라고 보고 있다. 노란봉투법 논의의 시작이 된 쌍용차 손배소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도 지난달 30일 나왔다. 대법원은 2009년 경찰이 쌍용차 파업 진압과정에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노동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기업과 여당이 노란봉투법을 ‘불법파업 조장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터라 입법까지 남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지난달 30일 야당 주도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됐을 때도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집단 퇴장하며 항의했다. 7일 열린 법안소위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여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음 법안소위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유 부지회장은 “노란봉투법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달라는 요구가 담긴 법”이라며 “구조적인 문제를 바꾸기 위해 노조에 가입해 교섭을 요구해도 원청은 사용자 지위 책임을 피하고 물리력을 동원한다. 결국 대치상황까지 이르는데, 기업이 불법을 저지르는 건 책임을 묻지 않고 극한에 몰린 노동자의 저항에만 법과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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