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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푸틴, 본토 피격에 “핵전쟁 위험 고조…핵무기 방어·반격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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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공군 기지 두곳 이어 6일에도 두곳 피격

러시아, 우크라군의 드론 공격으로 판단

푸틴 “모든 수단으로 영토 방어할 것”


한겨레

6일 드론 공격을 당한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공항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쿠르스크/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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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러시아 본토 내 군사시설 등이 이틀 연속 공격을 당하면서 확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공격을 우크라이나의 소행으로 보고 국가안보위원회를 소집한 데 이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다시금 언급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 공격을 권한 적도, 지원한 적도 없다며 자신들과는 관계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90㎞ 정도 떨어진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 당국은 6일 쿠르스크 공항이 드론 공격을 당해 유류 저장소에 불이 났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로만 스타로보이트 주지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일부 독립 언론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80㎞ 떨어진 산업 시설도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 시설에 대한 공격은 유류 저장 시설을 겨냥했지만, 목표물을 맞히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공격은 전날 러시아 내륙 깊숙한 곳에 위치한 랴잔주 댜길레보 공군기지와 사라토프주의 엔겔스 공군기지가 드론 공격을 당한 다음날 이뤄졌다. 두 기지는 러시아의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95’가 발진하는 기지다. 특히 댜길레보 기지는 수도 모스크바에서 불과 200여㎞ 떨어져 있어, 러시아의 민간 군사논평가들이 ‘모스크바도 안전하지 않다’며 러시아군의 방공 허점을 비판하고 나섰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이 공격에 사용된 무인기는 옛소련 시절에 만들어진 ‘Tu-141 스트리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무인공격기는 1970년대에 실전에 투입된 정찰항공기로 비행거리는 1천㎞ 정도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이 무인기를 일부 보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자국군이 이틀에 걸친 이번 공격을 벌였는지 공개적으로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유리 이그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이번 공격은 “의심의 여지 없이 좋은 소식”이라며 러시아 전력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만 밝혔다. 안드리 자호로드뉴크 우크라이나 전 국방장관도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이 공격했는지 확인하진 못했다면서도 “누군가 공격을 하면, 반격을 하기 마련”이라며 “러시아는 무적이며 러시아 내부까지 공격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6일 주요 교전 지역인 동부 도네츠크를 방문한 자리에서 러시아군을 자국 영토에서 몰아낼 것이라며 강경한 반격 의지를 과시했다. 그는 전선의 군인들에게 “모든 사람이 당신들의 힘과 기술을 확인하고 있다. 당신들의 부모들에게 감사한다. 그들은 진정한 영웅들을 길러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6일 ‘국내 안보’를 위해 국가안보위원회를 소집했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러시아 국내 핵심 시설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7일 텔레비전으로 방송된 인권이사회 연례회의에서 “핵전쟁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그걸 왜 부인하느냐”며 “러시아는 핵무기를 방어 수단이자 잠재적 반격 수단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고 <타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처럼 다른 나라에 전술핵을 배치하지 않았다”면서 “러시아는 모든 수단으로 영토와 동맹을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미치지 않았다. 우리는 핵무기 사용을 언급한 적 없다”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핵전쟁 위험의 책임은 서방에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 타격을 권하지도, 지원하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인들이 자국을 지키는 데 필요한 장비를 확보하는 건 확실히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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