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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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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눈 돌린 K게임…북미·유럽 공략할 콘솔, 미래 먹거리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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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어벤져스’를 연출한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 AGBO의 최대 주주가 넥슨으로 바뀌었다. 최근 폐막한 국내 최대 게임 축제 지스타에서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게임 퍼블리싱(유통) 산업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했다. 게임과 영화, 드라마, 음악, 웹툰 등 콘텐츠 산업을 구성하는 주요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BTS, ‘오징어 게임’ ‘미나리’ ‘기생충’ 등이 세계 무대에서 집중 조명을 받는 K콘텐츠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식재산권(IP)을 연결 고리로 한 콘텐츠 산업의 영역 경계 허물기는 세계로 나가는 K콘텐츠에 추가 성장 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K게임은 이미 한국 콘텐츠 산업 수출의 69.5%를 차지하고, 가전과 이차전지 수출 규모도 각각 뛰어넘어 한국의 주력 수출 업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이 비욘드 게임(Beyond Game·게임 생태계 확장)이라는 주제로 지역과 국가는 물론 각 영역의 경계까지 무너뜨리는 무한경쟁 시대 속 K게임의 행보를 조명한 이유다. K콘텐츠를 넘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판도를 흔들 K게임의 여정이 시작됐다. [편집자주]

조선비즈

지난 8월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2022’에서 관람객들이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을 시연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네오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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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2월 14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대만에서 열린 ‘게임스타’ 시상식에 깜짝 등장했다. PC 온라인 게임 리니지가 처음으로 해외에서 ‘최우수 온라인 게임상’을 받은 날이었다. 김 대표는 이날 시상식에서 “올해를 실질적인 리니지 수출의 원년으로 삼겠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수상 소감 이후 10년간 리니지는 북미, 중국, 유럽 등 70여 개국에 수출됐다. 누적 매출은 3조원을 넘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 게임은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현란한 그래픽의 일본 콘솔 게임(모니터나 TV에 연결해 즐기는 게임), 스토리가 풍부한 미국 아케이드 게임과 비교해 기술력과 기획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한국 게임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건 1990년대 후반이다. 넥슨의 바람의나라(1996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1998년)가 초고속인터넷망, 위성, 광케이블과 만나면서 PC 온라인 게임은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동시에 모바일 게임 시장도 한국 게임을 대표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1998년 설립된 컴투스가 대표적이다. 컴투스는 국내 1세대 모바일 게임 업체로, 설립 이듬해인 1999년 국내 최초로 모바일 게임 서비스를 시작했다. 컴투스가 출시한 붕어빵타이쿤, 미니게임천국, 컴투스프로야구, 몽키배틀 등이 인기를 끌었다. 컴투스는 2003년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과 일본에 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 시장을 공략했다.

게임종합지원센터의 ‘2001년 게임백서’에 따르면 한국 게임 시장은 2001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겼다. 이 가운데 PC 온라인 게임 매출은 30% 정도, 아케이드 게임과 모바일 게임이 나머지를 차지했다.

국내에 서비스된 첫 번째 PC 온라인 게임은 1994년 드림웍스의 쥬라기공원이다. 뒤이어 출시된 퇴마요새, 단군의땅 등이 인기를 끌었고, 1996년 넥슨의 바람의나라가 세상에 나왔다. 바람의나라는 출시 초반 부족한 서버 용량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1997년 10월 본격적인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PC 온라인 게임의 15% 매출을 견인하는 등 대박을 터트렸다.

1998년부터 동네마다 PC방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PC 온라인 게임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해 엔씨소프트가 한 단계 수준 높은 그래픽의 리니지를 선보이면서 국내 PC 온라인 게임 이용자는 2000년 1000만 명을 돌파했다. 리니지는 대학생을 넘어 30~40대 직장인까지 사로잡으면서 2001년 단일 게임으로는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PC 온라인 게임의 역사를 바꿨다.

한국 PC 온라인 게임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였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등 국내 주요 게임 업체는 2000년대 초반 중국에 PC 온라인 게임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바람의나라, 리니지와 함께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오디션, 크로스파이어, 라그나로크, 뮤 등이 인기를 끌었다. 중국은 현재까지 한국 게임을 가장 많이 즐기는 국가다. 한국 게임 수출의 40%에 해당하는 2조원의 매출이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금도 한국 게임에 대해 판호(版號·게임 허가) 발급을 제한하고 있지만 던전앤파이터, 미르의전설, 크로스파이어 등은 여전히 흥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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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컴 2022’에 국내 게임사로는 유일하게 참가한 네오위즈 전시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P의 거짓’ 데모를 시연하고 있다. /네오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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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투스로 시작된 모바일 인기, 리니지M 거쳐 폭발

한국 게임은 해외 모바일 시장에서도 2000년대 들어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컴투스와 컴투스홀딩스(전 게임빌)가 대표적이다. 두 업체는 일반 휴대전화(피처폰)에 기본으로 탑재된 캐주얼 게임부터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스포츠 게임까지 다양한 장르의 모바일 게임을 선보이면서 시장을 견인했다.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2010년 이후 모바일 게임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고, 2017년부터는 PC 온라인 게임을 추월하면서 게임 시장의 60%를 이끌기 시작했다. 한국 게임이 PC 온라인 게임으로 성공했던 지식재산권(IP)을 모바일 게임으로 재해석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였다. 리니지M, 리니지2 레볼루션, 블레이드, 서머너즈워 등은 한국 게임을 대표하는 모바일 게임이다.

한국 모바일 게임은 현란한 그래픽과 차별화한 기획력에 강점이 있다. 일대일 전투(PvP)를 기본으로 아이템 뽑기, 수집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단계별로 배치했다. 여기에 자동전투와 멀티 플랫폼(PC와 모바일에서 번갈아 가면서 플레이) 등 신기술을 도입하면서 해외 이용자들을 사로잡았다.

역할수행게임(RPG)이 주를 이루던 한국 게임에서 장르 다변화가 일어난 건 2000년대 초반이다. 포격전을 테마로 한 포트리스2와 한게임이 무료로 제공하던 게임을 유료로 바꾸면서 국내 게임 업체들의 분기 매출은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게임 유료화 서비스는 장르 다변화로 이어졌다. 보드게임은 동시 접속자 10만 명을 돌파하면서 본격적인 성장세에 접어들었고, 한국 게임 업체의 든든한 수입원이 됐다. 게임 업체들은 게임 유료화 서비스로 거둔 매출을 바탕으로 3차원(3D) 그래픽과 대규모 다중접속이 가능한 대작을 만들기 시작했다. 100억원 이상이 투입된 대규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대작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런 게임 유료화 서비스가 있다.

한국 게임은 2010년 이후 번뜩이는 기획력과 장르 다변화에 성공했다. 검은사막과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은 한국 게임이 성공적인 유료화 전환과 장르 다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검은사막은 단일 IP 중 최단기간 누적 매출 2조원을 기록했다. 검은사막의 해외 매출 비중은 70% 이상이다. 배틀그라운드는 100명의 이용자가 전투해 1명만 살아남는 배틀로얄 장르를 개척하면서 한국 패키지 게임 시장을 이끌었다. 특히 배틀그라운드는 아시아에 국한된 한국 게임의 해외 시장을 북미와 유럽으로 넓히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2018년 출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경우 아랍어를 포함해 15개 언어를 지원하면서 게임이 대중화하지 않은 인도와 중동에서 주목받았다. 배틀그라운드의 인기는 e스포츠화로 연결됐다. 배틀그라운드는 북미와 중국, 유럽 등에서 대규모 프로 대회를 열고 있다. 한국 게임이 세계적인 e스포츠 대회로 발돋움한 건 배틀그라운드가 현재까지 유일하다.

해외 시장 공략할 미래 먹거리, 콘솔에 올인

한국 게임이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중국 게임 시장은 지난해 말 기준 55조원 규모, 세계 1위로 한국 게임 시장(19조원)의 세 배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이 막힌 상황에서 중국의 게임 산업 때리기가 본격화하면서 국내 게임 업체들은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게임 업체들은 북미와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플랫폼 다양화에 집중하고 있다. PC 온라인과 모바일 위주에서 콘솔로 플랫폼을 바꿔나가고 있다. 국내 게임 시장은 모바일과 PC 온라인 게임이 각각 60%와 30%를 점유하고 있다. 진입장벽이 낮은 모바일 게임은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 국내 게임을 대표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기기를 바꿔가며 게임을 즐기는 크로스 플랫폼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콘솔 게임 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북미와 유럽의 콘솔 게임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40%, 50%에 달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PC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의 성장세가 잦아들면서 콘솔 게임은 연평균 10% 성장하고 있다. 반면 PC와 모바일 게임은 성장세가 잦아들었다. 북미와 유럽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콘솔 게임을 만들지 않을 수 없는 셈이다. 콘솔 게임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은 한국 게임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콘솔 게임은 구독 요금제, 클라우드 게이밍, 다운로드콘텐츠(DLC) 등으로 판매할 수 있어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판매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내년부터 한국 콘솔 게임 신작이 쏟아질 예정이다.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넷마블의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 네오위즈의 P의 거짓, 크래프톤의 칼리스토 프로토콜 등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이 게임들은 레이싱, 3인칭 슈팅, 공상과학(SF) 호러 등 장르도 다양하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콘솔 게임은 모바일을 대신할 새로운 먹거리로, 수익성과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플랫폼이다”라며 “PC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에서 보였던 한국 게임의 저력이 콘솔 게임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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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콘텐츠 수출 70%, 진짜 한류는 K게임

①K팝·K드라마 뛰어넘는 韓流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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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세계로 뻗어가는 K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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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PC·모바일 넘어 콘솔로 확장하는 게임 플랫폼

Part 3. 지스타의 현재와 미래

⑥3년 만에 화려한 귀환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나흘간 18만 명

⑦포스트 코로나 다시 북적이는 글로벌 게이머 축제의 장

⑧[Interview] 강신철 지스타조직위원장

윤진우 기자(jiin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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